2021년 5월12일, 비플의 작품 '날마다 : 첫5천일(Everydays : The First 5000 Days)의 NFT가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국돈 785억원에 팔렸다. 그날 이후 NFT아트에 대해 말을 보태는 사람이 늘었다.
적정한 값이었을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어쩌면 판단하기에 아직 이를지도 모른다. 비플 자신은 "거품이 낀 가격"이라면서도 "NFT아트의 미래는 밝다"며 여운을 남겼다.
잘 모르겠다. 다만 '그림 파일 한장치고 지나치게 비싸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날마다 : 첫5천일'이라는 작품을 단순히 "그림 한장"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본명은 마이크 윙켈먼. "비플"은 코에 불이 들어오는 옛날 장난감 인형의 이름이다. 2007년 5월1일에 '데일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하루 한장씩 그림을 그리고 인터넷에 올렸다.
개념미술가 가와라 온(On Kawara)은 '오늘(Today)'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966년 1월1일부터 그날 그날의 날짜를 '그렸다'. 낱낱의 캔버스에는 날짜가 적혔을 뿐이지만, 그 적는 과정이 현대미술의 중요한 작품이다.
비플의 작업도 비슷해 보인다. '날마다 : 첫5천일'에는 5천일 동안의 예술창작이 담겼다. 그림 파일 한장이라기보다 '프로시저럴 아트(procedural art)'로 봐야 하지 않을까.
5천일은 긴 시간. 비플의 작업에는 세상의 변화가 담겼다. 미국사회에서 논쟁거리가 된 유명인들을 풍자하며 비플은 인기를 얻었다. 보기에 따라 공격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옛 작품 가운데 "인종주의적이거나 여성혐오적이거나 동성애혐오적인 스테레오타입도 보인다"고 벤 데이비스(Ben Davis)는 평했다. 옛날에는 웃고 넘기던 농담거리가 지금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표현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 역시 사회의 변화를 증언하는 셈이다.
작가 스스로의 변화도 작품에 드러난다. 처음에는 손으로 그린 간단한 그림이었다(솜씨도 평범한 편이었다). 지금처럼 근사한 3D작업을 하게 된 것은 꽤 나중의 일이다.
5천일이 넘는 동안, 디지털 아트가 태동했고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에게 선보였으며 마침내 NFT를 통해 판매가 가능해졌다. '날마다 : 첫5천일'은 결과가 아니라 그 변화의 과정을 증언하는 작품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by 김태권 https://digitally.your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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