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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 태양광, 기타 신재생에너지는 화석 연료에 비해 대단히 저렴한 에너지원이다. 비트코인의 환경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출처=Chelsea/Unsplash

나는 사적으로도 공적으로도 환경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애플래치아 자연 탐방로를 한 달간 걸은 경험이 있는 이글스카우트(보이스카우트 최고 등급) 대원이기도 하다. 최근 5년간 자차를 소유하지 않았고, 가정에서는 비용이 더 들더라도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정부가 환경오염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규제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소개가 너무 자화자찬처럼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주장이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 진의가 의심스럽다는 말을 하기에 앞서 내 소개를 분명히 해 두고 싶었다. 이들의 비논리적 주장에 대한 반박자료를 수개월 간 준비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나를 대변하는 훌륭한 다큐멘터리가 발표되었다.

바로 “세상을 푸르게 하는 기계(This Machine Greens)”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과거 워너브라더스(Warner Brothers) 스페인 총괄 책임자로 일했던 엔리케 포스너가 제작하고 스완 비트코인(Swan Bitcoin)이 배급한 것으로, 비트코인을 둘러싼 각종 환경 이슈들을 40분에 걸쳐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P2P 파일공유를 다룬 다큐멘터리 “이 영화를 훔쳐라(Steal This Movie)”로 널리 알려진 제이미 킹(Jamie King)이 감독을 맡았다. 제이미 킹은 P2P 영화공유 플랫폼인 VODO 초창기에 비트코인을 처음 접한 경험이 있다.

“비트코인을 너무 일찍 알았다는 게 가장 안타까운 일이다. 거의 비트코인이 출시된 직후였다. VODO가 2008년에 생겼고, 비트코인 실험을 2011년에 진행했다. 하지만 지금은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

“이건 굳이 안 쓰셔도 됩니다.” 제이미 킹이 덧붙였다.

미안해요, 제이미. 취재는 취재니까요.

코인데스크 독자들에게는 익숙한 논쟁일 것이다.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사용하는 전력은 워싱턴주의 전력 사용량이나 아르헨티나의 에너지 소비량,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에너지 소비량을 초과한다는 주장 말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을 논박하는 통계자료도 있다. 예를 들어, 케임브리지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해시파워의 39%가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통계의 대부분은 채굴자들의 주장에 근거한 것으로, 전반적으로 큰 효용은 없다.

무엇보다도 나는 비트코인 환경오염 비판의 기저에 깔린 말도 안 되는 논리적 오류를 참을 수가 없다. “세상을 푸르게 하는 기계” 다큐멘터리는 그 첫번째 오류 – “에너지 소비는 나쁜 것”이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제이미 킹은 이렇게 말했다. “문명화에 있어 모든 발전은 에너지의 발견과 사용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그 에너지가 불이 될 수도 있고 풍차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사용가능한 에너지의 활용으로 문명화의 정도를 구분하는 카르다쇼프 척도(Kardashev Scale)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인류는 태양 에너지를 사용하는 법을 이제 막 배우기 시작했다. 사용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에너지는 아직 무한하다.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의 목표는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에너지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어야 한다.

물론 지구 온난화의 문제가 존재한다. 비트코인의 에너지 사용량을 비판하는 주장들은 대부분의 에너지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다음 세 가지에 근거해서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첫째, 비트코인 채굴에는 주로 전기가 사용된다.

둘째, 오늘날 전기 생산의 가장 저렴한 연료는 신재생에너지이다. 셋째, 비트코인 채굴에는 지리적 제한이 따르지 않는다. 이 세가지 사실을 종합해 보면, 비트코인 생태계는 신재생 에너지를 발굴하고 발전시킬 가능성이 충분하다.

비트코인의 에너지 사용량이 과다하다”는 주장과 관련하여 또 한가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다른 금융수단 및 운영자들이 마치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포장된다는 사실이다. 금융이나 비즈니스 보도에서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숫자 제시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에너지 이슈를 다루는 수많은 매체들은 기본을 잊어버리는 것 같다.

세상을 푸르게 하는 기계” 다큐멘터리는 전통적 금융 시스템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엄청나다”는 분명한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사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비트코인의 “작업증명 방식”이 노동과 자본의 “낭비”를 바탕으로 하는 아주 오래된 화폐 생산 방식의 일종이라고 이야기한다. 금 채굴, 북미 인디언이 조가비 구슬로 만들었던 웜펌(wampum) 화폐, 태평양 얍(Yap) 섬의 돌 화폐 등 거대한 자원과 특별한 기술로 만들어진 위조가 거의 불가능한 거래 수단이 존재했다.

웜펌 구슬 화폐는 일종의 산업화된 생산방식이 도입되어서, 인디언 마을 하나가 통째로 진짜 “생산” 활동은 접어두고 화폐 생산에 매진하기도 했다.

제이미 킹은 이렇게 지적했다. “차이가 있다면 규모의 차이뿐이다. 웜펌 화폐 생산이 잘못된 일이 아니었다면 비트코인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미국 달러와 에너지 사용량 사이의 관계가 오히려 더 큰 문제이다. 다큐멘터리는 미국 달러를 기축통화로 금본위제를 실시한 브레튼우즈(Bretton Woods) 체제와 OPEC 회원국들이 국제유가를 달러로 책정하는 것에 주목했다. 그 결과 “오일달러” 혹은 “페트로달러”가 생겨났고, 이는 수십년째 유지되면서 미국의 군비 지출을 보조하고 있다. 의구심이 드는 분도 있겠지만, F-16 전투기는 태양광 전지로 비행하지 않는다.

(상당수의 군사행동은 대대적인 거짓말로 대중에게 설명되었고, 그 결과 레베카 솔닛이 주장한 것처럼 음모론이 성행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미루도록 하겠다.)

다큐멘터리는 또한 규모의 차이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완벽한 반박이라 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주의를 기울이기에는 충분하다. 주요 매체들은 비트코인을 소규모 국가들과 곧잘 비교한다. 하지만 크루즈 산업이 비트코인의 두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사실이나 빠른 사용을 위해 전원을 끄지 않는 디지털 기기들이 비트코인의 12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크루즈 산업의 악영향은 그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크루즈선의 상당수는 아직도 저렴하고 질이 낮은 선박용 경유인 벙커유를 사용하는데, 타르처럼 시커먼 벙커유는 연소 시 엄청난 양의 분진을 발생시킨다. 이 분진은 온실가스로 규정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교토 의정서에 따른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크루즈 산업의 발전을 위해 대기 속에서 살아가는 지구상의 모든 인류를 희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세상 게으르고 근심걱정 없는 사람들이 “여행”이라는 허울 속에 100가지가 넘는 뷔페 음식을 즐기며 저렴한 선상 호텔을 이용할 수 있다. 나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크루즈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쾌하기 짝이 없는 거대한 “바다의 하모니(Harmony of the Seas)” 크루즈선을 바다속에 침몰시켜서 사라져가는 산호초를 대신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 엄청난 자본과 자원의 낭비로부터 그나마 얻는 것이 조금이라도 있을 것이다.

출처=Alonso Reyes/Unsplash
출처=Alonso Reyes/Unsplash

이런 주장에는 반대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만약 여러분이 크루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개인의 취향이니까 말이다) 벙커유를 태울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같은 이유로, 비트코인의 에너지 사용량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하지만 그들은 본질적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비트코인이 사기일 뿐”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주장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비트코인이 [사회적]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에너지 정책을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다큐멘터리 제작자 엔리케 포스너의 말이다.

어떤 에너지 사용처가 “괜찮은지” 판단하는 것은 무의미할 뿐 아니라 대단히 위험하다

궁극적으로 이 점이 비트코인 에너지 사용량 논쟁에서 가장 어리석고 어이없는 부분이다. 효율성은 물론 중요한 문제다. 그리고 나는 모든 부문에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어떤 사용처가 “괜찮은지” 판단하는 것은 무의미할 뿐 아니라 대단히 위험하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우선순위를 갖고 있고, 각자의 비용-편익 분석이 합쳐져서 민주주의 사회의 사회적 우선순위가 결정되는 것이다. 비트코인 에너지 사용량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당국이 “괜찮은” 에너지 사용처를 결정하고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사회는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여러분이 오일달러의 노예 또는 완전한 바보가 아니라면, 지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는 싫어하는 분야에서의 에너지 사용 금지가 아니라 에너지 생산임을 이해했을 것이다.

비트코인 에너지 사용량을 염려하는 척하는 기사와 정부가 매년 화석연료 생산에 5천억 달러를 보조하고 있다는 사실 중 여러분은 어디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인가? 셰브론(Chevron)과의 환경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 애쓴 변호사를 처벌하기 위해 추락한 미 재판부는 어떠한가?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때이다.

잘 모르겠다면 FT나 뉴욕타임즈를 살펴보자. 어쩌면 거기에는 해답이 있을지도.

영어기사: 이정은 변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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