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2년 세워진 주식회사인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를 주식의 시작으로 본다면, 주식의 역사는 419년이다. 반면 2008년 비트코인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암호화폐의 역사는 불과 13년이다. 

초창기 시장이다보니 암호화폐 기술의 핵심이 되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의 개발사는 대부분 스타트업이다. 자연스럽게 이들의 성장을 도와주는 엑셀러레이터의 임무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통상 엑셀러레이터란 자동차가 페달을 통해 추진력을 얻는 것처럼 초기 스타트업에 가속력을 더해주기 위해 자금 지원·컨설팅·마케팅 등을 해주는 기관이나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주로 자금 지원에 엑셀러레이터의 초점이 맞춰지는 경향이 있다.

출처=a41벤처스 트위터 캡처
출처=a41벤처스 트위터 캡처

국내 블록체인 엑셀러레이터 a41벤처스는 이러한 블록체인 엑셀러레이터 시장의 기존 틀을 깨기 위해 지난 7월 만들어진 회사다. 박광성 a41벤처스 매니징 파트너는 지난 9일 코인데스크 코리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블록체인 시장에 퍼져있는 엑셀러레이터의 기존 인식을 바꾸고 싶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매니징 파트너는 "해외 사례를 보면 엑셀러레이터가 소비자 관점에서 단순 자금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 관점에서 투자를 들어가는 프로젝트 생태계의 일원이 된다는 느낌으로 다가간다"며 "이들은 엑셀러레이팅 외에도 시장의 화두를 이끌어가는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하는데, a41벤처스도 이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오는 3일까지 그가 심사역으로 참여하는 글로벌 솔라나 이그니션 해커톤을 통해 한국 시장의 인식을 바꾸고 싶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그는 "해외에선 한국 시장을 투자자들만 있고 프로젝트를 만들어나가는 사람은 부족한 곳으로 인식하는 편"이라며 "한국 출신의 심사역으로서, 프로젝트를 탄탄하게 설계한 팀을 열심히 발굴하고 지원해서 그런 인식을 지우고 싶다"고 말했다.  

아래는 지난 9일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박광성 매니징 파트너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박광성 매니징 파트너. 출처=박광성 a41벤처스 매니징 파트너
박광성 매니징 파트너. 출처=박광성 a41벤처스 매니징 파트너

-블록체인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통역장교로 군 복무를 했는데 당시 선임이 문영훈·하시은 논스 공동창업자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블록체인을 접하게 됐다. 직접 공부를 해보니 재밌었고 업계에서 만난 사람들의 열정 어린 모습이 좋았다. 군대를 전역하고 논스(공유 오피스·코리빙 스타트업) 재단 설립 공동 참여를 시작으로 업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게 됐다.

 

-이후에는 업계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가.

=2019년 2월쯤에 논스 재단을 나와서 뉴욕에서 생활했다. 그때 해외에서 업계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음 행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업계에서 뭔가를 이뤄내야 한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그러려면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당시 알게 된 업체 중 하나가 해외 유명 암호자산 투자사인 멀티코인 캐피털이었다. 그래서 2019년 7월쯤에 멀티코인 캐피털을 고객(클라이언트)으로 해서 패러데이라는 이름의 블록체인 컨설팅 업체를 차렸다. 

그런데 2020년 3월 이후 코로나19가 돌면서 사업이 어려워지게 됐다. 2020년 12월 무렵에는 버티기만 하면 성장을 못하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사업을 정리하고 이후에는 DSRV(블록체인 인프라 제공 스타트업)의 사업개발총괄을 지난 6월까지 담당했다. DSRV를 나와서 a41벤처스를 창업한 건 지난 7월이었다.  

 

-a41벤처스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이른 바 '크립토 겨울'이 끝나기 약 2개월 전인 2020년 12월에 패러데이 사업을 정리하게 돼서 아쉬움이 컸다. 그동안 업계에서 쌓은 경험도 있고 겨울을 한번 겪어봤으니 다음에는 겨울이 오더라도 견딜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a41벤처스 창업을 결심했다.

a41벤처스의 미디엄 웹페이지 화면. 출처=a41벤처스 미디엄
a41벤처스의 미디엄 웹페이지 화면. 출처=a41벤처스 미디엄

-a41벤처스는 어떤 회사인가.

=a41 벤처스는 산업의 트렌드를 읽고 우리가 지원하는 블록체인 스타트업들과 같이 커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일종의 엑셀러레이터 회사다.

아시아의 암호자산 시장을 보면 주로 정보가 소비자 관점에 쏠려있다. 프로젝트에 투자했을 때 돈이 되는지에 대한 여부를 중점적으로 본다는 얘기다. 반면 서구권의 암호자산 시장은 투자사들을 중심으로 생산자 관점의 접근이 이뤄진다. 이들은 단순히 소비자 관점이 아니라 투자를 들어가는 프로젝트 생태계의 일원이 된다는 느낌으로 다가간다. 

예컨대 패러다임이나 멀티코인 캐피털같은 서구권 암호자산 투자사를 보면, 생산자 관점에서 통찰력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시장의 화두를 만들어낸다.

나는 a41벤처스가 기본적인 엑셀러레이팅 외에도 시장의 화두를 형성하는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봤다. 한국도 이러한 역할을 얼마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a41벤처스는 리서치 인원을 따로 둬서 전반적인 시장 분석 글을 올리려 하고 있다. 

-다음 달 8일까지 열리는 글로벌 솔라나 이그니션 해커톤에 심사역으로 참여하고 있다. 심사역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이번 글로벌 솔라나 이그니션 해커톤에는 이미 사업이 어느정도 준비된 프로젝트들이 참여했다. 글로벌 심사역 중에서는 유일한 한국인으로 참여하게 됐는데, 중점적인 일은 아무래도 진흙 속의 진주같은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팀의 스펙이나 뛰어난 아이디어 위주로 프로젝트를 평가하지는 않으려 하고 있다. 

그보다는 아이디어를 실제로 실행할 능력이 있는지를 본다. 평가하는 팀과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하다가 보면 그 능력이 어느정도 보인다. 이를테면 프로젝트의 사업성에 대한 이야기만 해도 준비를 많이한 팀은 답변이 구체적으로 나온다. 

개인적인 목표로는 한국 시장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역할을 하고 싶다. 해외에선 한국 시장을 투자자들만 있고 프로젝트를 만들어나가는 사람은 부족한 곳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 출신의 심사역으로서, 프로젝트를 탄탄하게 설계한 팀을 열심히 발굴하고 지원해서 그런 인식을 바꾸고 싶다. 이번 해커톤에서 보고 느낀 것을 국내에 전파하는 일도 생각하고 있다.

글로벌 솔라나 이그니션 해커톤에 심사역으로 참여하고 있는 박광성 매니징 파트너. 출처=글로벌 솔라나 이그니션 해커톤
글로벌 솔라나 이그니션 해커톤에 심사역으로 참여하고 있는 박광성 매니징 파트너. 출처=글로벌 솔라나 이그니션 해커톤

-최근 어떤 프로젝트인지 확인하지 않고 대형 암호화폐 투자사가 투자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에 뛰어드는 움직임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떤 프로젝트인지 확인하지 않고 투자사만 보고 투자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 다만 그런 움직임이 일어난 배경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글로벌 대형 암호자산 투자사는 일반 투자자보다 당연히 분석력이 뛰어나고 시장의 트렌드를 신속하게 파악한다. 이를 토대로 투자를 집행하니 당연히 승률이 좋을 수밖에 없고, 일반 투자자도 자연스럽게 투자에 참여하는 것이다.

재밌는 점은 실제로 프로젝트 평가를 하다가 좋은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면 체감상 60%에서 70% 확률로 대형 암호자산 투자사가 붙어있었다. 

 

-최근 눈여겨보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는가.

=구체적인 프로젝트는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각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어떤 것이 핵심 주제로 떠오르고 있는지를 본다. 핵심 주제에 대한 해결책을 효과적으로 내놓는 프로젝트를 눈여겨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솔라나의 경우 앞으로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프로젝트들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판단이 되면 솔라나 디파이 생태계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나갈 프로젝트를 중점적으로 본다. 이더리움의 경우에는 확장성 개선을 둘러싸고 기존 채굴자와 이더리움 2.0 지지자들이 대립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연말 암호화폐 시장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가격 예측보다는 연말 시장의 화두가 무엇이 될지를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코인베이스의 렌드 서비스에 대해 규제를 시사했고, 유니스왑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했다. 이러한 움직임을 봤을 때 암호자산 시장 전반에 규제 이슈가 화두가 될 것이라고 본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시장을 주도하는 프로젝트들이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프로젝트 리더가 바뀔 수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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