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미국시간)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스테이블코인 USDT 발행사 테더(Tether) 경영진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가 검토하는 혐의는 테더가 사업 초기 2014년 은행 계좌를 개설할 때 암호화폐 사업에 대해 숨겼는지 여부다. 이번 조사로 테더의 USDT 예치금에 대한 투명성 제고와 이를 입증할 감사 보고서 제출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테더는 “블룸버그통신 기사는 오래된 주장을 '뉴스'로 재포장하는 패턴을 따른다"면서 “미국 법무부를 비롯한 사법기관과 공개적으로 대화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테더는 이번 조사 이전에도 미국 규제당국 및 업계로부터 사용자 예치액만큼 자금을 보유하지 않고, 관계사인 비트파이넥스와 함께 불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지난 2019년 미국 뉴욕주 검찰청(NYAG)은 테더와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가 8억5000만달러(약 9430억원) 상당의 사용자 자산을 손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양사를 기소한 바 있다. 이후 지난 2월 테더와 비트파이넥스는 NYAG와 벌금 1850만달러(약 205억원)에 합의했다.
테더 논란 쟁점은 상환능력
테더를 향해 지속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지점은 테더의 상환 프로세스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다. 업계에서는 테더가 현재 유통 중인 총 610억달러(약 70조원) 상당의 USDT에 준하는 금액을 예치금으로 보유하고 있는지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테더는 기능적으로 은행과 유사하며 USDT는 일종의 예금 전표 역할을 한다. USDT를 보유하려는 사용자들은 테더에 법정화폐 또는 기타 자산을 제공하고, 테더는 이를 기반으로 USDT를 발행한다. 원칙적으로 거래자가 USDT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거나 원하지 않으면 토큰을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
테더는 USDT가 혼합자산으로 구성된 충분한 예치금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업계와 사용자 사이에서는 테더의 불투명한 가치 페깅(연동) 구조에 대해 여전히 우려가 나오고 있다. 테더가 아직 예치금에 대한 감사 보고서를 공개한 적이 없는 탓이다. 당초 USDT 가치가 미국 달러화로만 보장된다고 연동된다고 주장했다가 혼합자산으로 입장을 바꾼 점도 불신을 키웠다.
테더 회의론자들은 테더가 밝힌 혼합자산 중 기본적으로 기업에 대한 대출인 상업채권(commercial bonds) 등으로 구성된 15%가 테더의 가치를 유지하기엔 불안정하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금융상품들은 부채를 발행한 기업의 성격에 따라 가치가 크게 달라지며 시간이 지나면서 성과와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테더가 기업 규제로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지, 혹은 비트파이넥스와 같은 “관련 기관”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 기관"의 채권일 경우 상품의 가격과 가치가 시장의 평가가 아닌, 테더의 예치금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내부적으로 조작될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게다가 테더의 자산 중 암호화폐 회사에서 발행한 채권의 경우 암호화폐 시장이 하락하는 기간 동안 테더 상환이 증가하면 지급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락장에서는 비트파이넥스 혹은 기타 암호화폐 기업의 채권을 장부가로 현금화하기가 매우 어려운 탓이다.
테더의 일부 경영진들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위험에 대해 테더가 상환을 위한 "최소 24시간의 유동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블룸버그의 맷 레바인 등 금융 전문가들과 언론인들은 “테더의 자산을 두고 나오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추측은 회사가 자산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당화된다”면서 “불확실성은 써클의 USDC가 그렇게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회의적으로 평가했다.
USDT 불안 확대에 USDC 부상…감사 압박 커져
테더의 상환능력과 페깅 과정에서 불투명성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자 암호화폐 기업 서클이 운영하는 스테이블코인 USDC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규제기관으로부터 수차례 조사와 경쟁사의 부상으로 테더에 대한 투명성 제고 압박이 커지는 양상이다.
서클이 운영하는 USDC는 불투명성에 대해 비판을 받았지만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대형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미국 골드만삭스를 협력사로 두고 있다. 이에 지난 1년 동안 USDC의 총 발행량은 11억달러에서 270억달러 이상으로 증가했다.
반면 테더는 최근 암호화폐 강세 기간 동안 공급이 크게 늘었지만 백분율 측면에서는 훨씬 더 천천히(102억달러에서 620억달러 이상으로) 확장했으며 최근 두 달 동안은 성장률이 크게 둔화했다.
미국 규제기관의 기소와 경쟁사가 부상하면서 테더를 향해 재무 감사 보고서 제출과 위험한 준비금 항목에 대한 조정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테더는 과거 임박한 감사를 반복적으로 미뤘지만 최근 몇 달 안에 감사 보고서를 제출하겠다고 다시 공언한 상태다.
한편 역대 암호화폐 기업 임원에 대한 형사 고발 사건이 해당 기업의 성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멕스(BitMEX)의 아서 헤이즈 CEO 등 임원진이 기소됐지만 해당 거래소는 여전히 운영 중이며 오히려 거래량 실적이 상승한 바 있다.
영어기사: 김세진 번역,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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