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의 꿈은 아직 유효하다
[칼럼] 헬로, 블록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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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김병철 2021년 7월19일 14:45

“제로페이 구매 성공”

지난 12일 지인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그룹채팅방 여러곳에서 이런 글이 속속 올라왔다. “20분 기다렸는데 매진됨 ㅠㅠ”와 같은 실패 사례도 뒤따랐다. 이날은 하반기 ‘제로페이 서울사랑상품권’이 가장 많이 풀렸던 날이다.

각 자치구에서 쓸 수 있는 이 선불충전 모바일상품권의 1인당 구매 한도는 70만원이다. 정부, 서울시, 자치구가 예산을 써서 구매액의 10%을 할인해줬다. 이용자가 63만원을 내면 70만원치 모바일상품권이 충전된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커피숍에 정부에서 주도하는 소상공인 간편결제 ‘제로페이’와 ‘카카오페이’ QR코드가 설치돼 있다. 출처=정혁준/한겨레
서울 마포구에 있는 커피숍에 정부에서 주도하는 소상공인 간편결제 ‘제로페이’와 ‘카카오페이’ QR코드가 설치돼 있다. 출처=정혁준/한겨레

충전 다음날 동네의 작은 철물점에 가서 렌치와 테이프를 사고 정보무늬(QR코드)를 찍어 3천원을 냈다. 다이소 대신 굳이 이 철물점을 가는 이유는 제로페이 가맹점이기 때문이다. 사장님은 “제로페이로 사면 (신용카드) 수수료를 안 내서 좋다”고 했다.

소비자인 나는 300원 할인받고, 현금영수증을 요청하지 않아도 소득공제 30%를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소액 결제하면서 신용카드를 내면, 되돌아오는 싫은 기색을 피할 수 있어서 좋다. 서울시는 내년 서울사랑상품권 발행액을 1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현금을 쓴 게 언제인지 떠올려보자. 거주지가 대도시에 가까워질수록, 나이가 젊을수록 기억해내기 어려울 것이다. 내 지갑에 비상용으로 넣어둔 5만원 지폐는 반년 넘게 그대로 있다. 주로 스마트폰으로 간편결제하니 신용카드, 아니 지갑 자체를 꺼낼 일도 별로 없다. 작년부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비대면 결제 시장은 훌쩍 더 커졌다.

10세기 말 세계 최초로 지폐를 발명한 중국의 최근 현황을 보면, 미래의 지급결제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유추해볼 수 있다. 신용카드를 건너뛰고 바로 스마트폰 간편결제로 넘어간 중국은 국민의 86%가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모바일결제 서비스를 이용한다.

최근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 시비디시), 즉 ‘디지털 위안’을 베이징 등 대도시에서 실험하고 있다. 대신 은행지점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줄고 있다. 화폐의 디지털화는 바꿀 수 없는 흐름이고, 이젠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의 싸움이 시작됐다.

중국 디지털위안(CBDC) 샘플
중국 디지털위안(CBDC) 샘플

중국이 앞서나가자 유럽, 미국도 속도를 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26년까지 디지털 유로화 사용 준비를 마칠 예정이다. 유럽중앙은행 이사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높이고 통화 주권을 훼손할 수 있는 암호화폐의 위협으로부터 유로존을 보호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오는 9월 시비디시 연구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의 디지털화폐가 생긴다면 스테이블코인도, 암호화폐도 필요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각국이 적극적으로 시비디시 연구에 나선 배경엔 사실 페이스북의 스테이블코인이 있다. 2년 전 페이스북은 달러, 유로, 엔 등에 연동시켜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암호화폐 ‘리브라’(현 디엠)를 출시하려다가, 중앙은행들의 반발로 아직까지도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출처=Christian Wiediger/Unsplash
출처=Christian Wiediger/Unsplash

하지만 여전히 ‘스마트폰 메신저에서 사진 파일 보내듯, 쉽고 저렴하게 돈을 주고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마크 저커버그의 아이디어는 유효하다.

미국 달러를 사용하는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추가했다. 이제 엘살바도르인은 외국에서 가족이 보내준 비트코인을 바로 실생활 결제에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비트코인의 널뛰는 가격 변동성은 여전히 큰 문제고, 실제 결제에 사용될지도 미지수다.

하지만 달러에 가격이 고정된 유에스디티(USDT)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충분히 대안이 될 수 있다. 각국 정부가 은행계좌가 없는 사람들을 위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은행이 비싸고 오래 걸리는 해외 송금을 바꾸지 않는 이상 암호화폐에 대한 수요도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이 글은 한겨레신문 지면에도 게재됐습니다.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한겨레신문 오피니언 코너 '헬로, 블록체인'에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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