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수도 시드니. 출처=Dan Freeman/Unsplash
호주의 수도 시드니. 출처=Dan Freeman/Unsplash
프레드 쉐베스타(Fred Schebesta)는 금융상품 가격 비교 사이트 파인더(Finder)의 공동 창업자다.

호주 기술금융센터 셀렉트 위원회(Select Committee on Australia as a Technology and Financial Centre, 이하 “위원회”)는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기술에 관한 연방정부 정책 프레임워크를 검토하기 위한 새로운 협의 절차를 개시했다.

이는 글로벌 디지털 혁신의 새로운 물결을 호주가 이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러한 정책적 접근을 통해 보다 명료하고 유연한 암호화폐 사업 모델이 수립되고, 나아가 2000년대 중반의 원자재 가격 상승 이후로 호주가 경험한 적 없던 경제 성장이 달성될 수 있다. 그러나 호주 정부가 고압적이고 구시대적인 접근 방식을 고집한다면, 호주 경제는 탈중앙화 기술의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크게 뒤쳐질 수도 있다.

즉, 만약 현 상황을 잘못 판단한다면, 호주의 유능한 기술자와 사업가들은 외국으로 빠져나가 혁신을 수용하는 해외 시장에서 금융의 미래를 꿈꾸게 될 수도 있다.

희소식은 바로 글로벌 핀테크 동향에 정통한 호주 자유당 소속의 앤드류 브래그(Andrew Bragg) 연방 상원의원이 위원회 협의 절차의 검토를 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브래그 의원은 호주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데이터 공유 프레임워크를 도입하는 호주 정부의 개입 정책인 소비자데이터권리(CDR) 체제를 줄곧 지지해왔다. CDR 체제 하에서 소비자들은 소비 출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이는 자산관리 애플리케이션과 같은 유용한 소비자 도구의 개발로 이어진다.

호주 외 국가에서 이와 같은 정부 주도의 은행 데이터 공유 시스템은 “오픈 뱅킹”으로 통하는데, CDR 개혁의 규모와 목표를 보면 이 표현은 정책 프레임워크의 중요성을 외려 격하시키는 표현임을 알 수 있다. CDR 체제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범경제 데이터 공유 프로그램의 규칙과 기반을 빠른 속도로 만들어내고 있다. 즉, 호주 국민들은 유용한 도구를 만드는 제3자들과 은행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에너지, 통신 및 보험 데이터까지 공유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호주 국민들은 일상생활에서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올해 말 CDR이 은행 시스템상에 완전히 적용되고 나면, 에너지, 통신 및 보험 상품 시장까지 확대 도입될 것이다. CDR로 인해 국제 무대에서 호주는 이미 디지털 경제 성장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국가로 주목받고 있다. 또 하나의 희소식은 프레임워크 협의 절차가 규제당국이 아니라 정책 방향을 설정할 권한을 가진 연방정부 차원의 선출직 정치인들에 의해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다.

 

호주가 현재 당면한 암호화폐 문제

호주의 암호화폐 규제 정책은 아직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재 호주법상 암호화폐는 돈으로 취급되지 않으며, 호주중앙은행(RBA) 역시 개인고객들을 대상으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를 발행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암호화폐는 호주 자금세탁방지 프레임워크의 범위 내에 있는데, 이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호주 금융정보분석센터(AUSTRAC)가 규정하는 등록 대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호주 국세청(ATO)은 호주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암호화폐의 과세 방식을 명확히 규정하려 했으나, 아직도 혼란스러운 부분이 많다. 영리적 목적을 가진 소비자들이 보유한 암호화폐는 다른 자본 소득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과세되는 반면, 사업상 목적으로 사용되는 암호화폐는 주식 거래로 취급된다.

그러나 여기에서 빠진 것은 암호화폐 분야에 대한 연방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것이 바로 협의 절차가 필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암호화폐와 디지털 자산에 관한 상원 협의 과정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결과는 무엇일까?

셀렉트 위원회의 주요 과제는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분야에서 호주를 금융 기술의 중심지로 발전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와 권고사항을 모색하는 것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분명 엄청난 경제 성장을 가져다줄 수 있는 산업이지만, 위원회는 그 과정에서 호주의 소비자들이 적절하게 보호받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출처=Markus Spiske/Unsplash
출처=Markus Spiske/Unsplash

핀테크 샌드박스의 확장

위원회가 검토할 가능성이 높은 한 가지 선택지는 핀테크 샌드박스의 범위를 확장하여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포함하는 것이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inancial Conduct Authority)은 이러한 접근 방식을 취한 바 있고, 스페인 역시 최근 핀테크 샌드박스를 도입했다. 샌드박스는 사업을 영위할 시장을 찾는 혁신적인 핀테크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조치가 되어가고 있으므로, 위원회는 이를 검토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세계은행의 보고서 역시 샌드박스가 사기업 및 규제기관 양쪽에게 모두 효과적인 선택지라 주장한다. 샌드박스를 통해 기업들은 낮은 규제준수 비용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으며, 동시에 규제기관들에게 현재 추진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강력한 감독권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위원회가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점 한가지는 암호화폐 상품을 현재 샌드박스 범위 내에 포함시킬 것인지(이를 통해 암호화폐 상품을 금융 상품으로 정의할 것인지) 혹은 암호화폐에 중점을 둔 새로운 샌드박스를 만들 것인지 여부다. 후자의 경우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겠지만, 단순히 기존의 정책 프레임워크를 되풀이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는 맞춤형 접근 방식이 될 것이다.

 

규제기관의 통합

샌드박스 선택지를 모색하는 한편, 위원회는 규제기관의 전반적인 개편을 고려할 수도 있다. 다른 시장들과 마찬가지로 현재 호주의 암호화폐 및 탈중앙화금융(DeFi) 규제법령은 다양한 규제기관에 의해 검토되고 있다. 따라서 호주 정부가 이 분야의 정책 및 규제 인력을 하나의 특수한 규제 조직으로 통합한다면 효과적일 것이다.

여러 규제 집단이 다양한 프로젝트에 요구되는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므로, 이는 굉장히 복잡한 문제다. 만약 규제기관이 실제로 통합된다면, 신생 조직은 업무 수행에 요구되는 기술을 갖추기 위해 전문 인력 유치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디뱅킹(de-banking)의 폭로

다음으로, 셀렉트 위원회는 은행들이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언제, 그리고 어떻게 서비스를 제한하고 있는지를 필연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디뱅킹(de-banking)”은 지난 수년 간 암호화폐 업계에 종사하는 호주의 개인 및 기업에 큰 타격을 주었다.

디뱅킹은 아무리 좋게 보더라도 혁신을 저해하며, 최악의 경우 경쟁을 저지하는 결과를 낳는다.

은행들은 암호화폐를 두려워하고 있다. 물론 어느 정도의 경계심에는 장점이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자산 생태계는 급속도로 성숙한 반면, 호주 은행이 디지털 자산을 취급하는 방식은 더디게 발전했다. 호주 정부는 기득권이 불공평하게 현상유지를 추구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증명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셀렉트 위원회의 디뱅킹에 대한 강력한 입장 표명은 선례가 될 수 있으며, 반경쟁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경우 호주 경쟁 및 소비자 위원회(Australian Competition and Consumer Commission)에서도 이 문제를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경계의 확장

위원회는 국내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혁신적인 정책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 소비자로부터 암호화폐 예치금을 받고자 하는 몇몇 프로젝트에 발맞추어 새로운 인정 기구를 수립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를 통해 암호화폐 기업들은 명확한 기준과 규칙을 준수하는 한편, 기존 은행들과 자사의 차이점 역시 이해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은 이 접근 방식은 소비자, 규제기관 및 기타 조직들의 관점에서 암호화폐 기업을 합법화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을 마련해 준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또한 이처럼 정부의 공인을 받은 지갑에 예치된 암호화폐 금액에 대해 정부 보증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 호주는 현재 공인 예금취급기관의 법정화폐를 대상으로 정부 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암호화폐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위원회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에 대한 기존 입장을 재검토할 수도 있다. 이는 호주 정부가 디파이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며, 나아가 RBA가 발행하거나 지원하는 호주 달러 연계 스테이블코인로 이루어지는 거래에서 발생하는 소정의 수수료와 관련해 흥미로운 과세 기회가 생겨날 수 있다.

위원회가 무엇을 결정하든, 지금이 호주 정부가 탈중앙화 기술에 대한 강력한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는 점은 분명하다. 과연 호주가 이번 기회를 과감히 붙잡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어기사: 김예린 번역, 임준혁 글로벌에디터 편집

키워드

#호주 #규제 #칼럼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