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이 없는 시장이 왜 필요한가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64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arc Hochstein
Marc Hochstein 2021년 7월19일 19:06
상거래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거래가 해당 거래에 가치를 부여하는 중개 주체의 거부권에 영향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무고한 이용자들을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 출처= Arnaud Mariat/Unsplash
상거래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거래가 해당 거래에 가치를 부여하는 중개 주체의 거부권에 영향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무고한 이용자들을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 출처= Arnaud Mariat/Unsplash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이번 주도 마이클 케이시가 휴가 중인 관계로 코인데스크US 주필 마크 호크스타인이 칼럼(마지막 부분 제외)을 대신 썼다.

나는 지난 16일 1월부로 개발 프로젝트팀이 지원을 중단한 암호화폐 기반 전자상거래 시장 ‘오픈바자(OpenBazaar)’에 대한 사후 분석을 뒤늦게나마 내놨다. 오늘 칼럼은 해당 기사와 비슷한 내용을 담은 짧은 추도연설 성격의 글이다.

내가 오픈바자의 공동설립자 브라이언 호프만과의 인터뷰에서 “누군가 오픈바자의 오픈소스 코드를 다시 꺼내 개인 간(P2P) 거래 플랫폼 계의 이베이(eBay)를 구축할지도 모른다”고 말한 발언을 두고 회의론자들은 아마도 “왜?”라는 질문을 던질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범죄자가 아닌 이상 모든 상품과 서비스가 금지 없이 거래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고 싶어 할 이유가 뭘지 궁금해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 그런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를 두 가지 예시를 들어 설명하려 한다. 첫 번째 예시를 보고 조소를 보내더라도 두 번째 예를 보고 납득하리라 믿으며, 그 반대 상황도 가능할 것이다.

고(故) 시어도어 수스 가이젤의 작품 판권을 소유한 닥터 수스 엔터프라이즈(Dr. Seuss Enterprises)는 지난 3월 인종차별적인 삽화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가이젤의 책 60권 중 6권을 절판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이 같은 결정은 닥터 수스 엔터프라이즈가 가진 특별한 권한이고, 인기 있는 동화작가 한 사람이 보이콧 당했다는 일각의 주장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이보다 더 우려된 건 바로 이베이가 자사 플랫폼 내에서 문제의 책 6권에 대한 중고서적 판매를 금지시킨 결정이었다.

1930년대부터 70년대에 걸쳐 출판된 이 책들은 이제는 수집가들이나 모으는 아이템이 돼,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기보단 알루미늄 지퍼백 속이나 박물관 유리 너머에 보관돼 있을 가능성이 컸지만 그런데도 이베이는 코로나19로 촉발된 경기침체 상황 속에서 일부 자영업자(중고서적 판매상)들의 매출보다는 이베이가 불쾌한 삽화와 일말의 연관도 되지 않도록 자사 브랜드를 보호하는 일이 더 중요한 우선순위란 결정을 내렸다.

다시 말하지만 자사 플랫폼에 적용할 내규를 정하는 건 이베이의 권한이다. 그리고 내가 법률 전문가는 아니지만 내가 알기론 플랫폼의 시장 점유율이 아무리 높아도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서 판매자가 인터넷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진 않는다(2020년 5월 기준, 미국 전자상거래 판매 규모에서 이베이는 시장 점유율 4.5%로 아마존(Amazon)과 월마트(Walmart)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당시 오픈바자가 있었더라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예전처럼 차고 세일도 할 수 없는 시기에 중고서적 판매상들이 선반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는 구서적들을 판매할 길이 있었을 것이다.

그랬으면 아무도 피해를 보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출처=Klugzy Wugzy/Unsplash
출처=Klugzy Wugzy/Unsplash

텍사스주의 성인용품 판매금지법

책이 출간될 당시 그 시대의 편견을 반영한 절판 서적의 중고 판매를 금지함으로써 이베이가 윤리적 행동을 했으며, 이처럼 사고가 깬 기업의 검열을 피하도록 도울 마땅한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그보다 더 오래된 예시를 하나 더 들려주겠다.

지난 2016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치르던 테드 크루즈 미 상원의원(텍사스주)이 과거 성인용품 판매를 금지한 텍사스주 법을 옹호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조롱의 대상이 된 일이 있었다.

그보다 9년 앞서 당시 텍사스주 법무차관이었던 그는 성인용품 판매금지법이 위헌이라며 제기된 소송에서 특히 “대인관계 이외의 관계나 출산과 관련 없는 비의료적 목적으로 생식기를 자극할 실질적인 적법절차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었다. 크루즈 당시 법무차관이 내놓은 의견서의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항소법원은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 백서를 발간한 해였던 2008년 해당 법을 폐지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이 거슬린다고 느낄 이 구식 법이 폐지되지 않고 지금껏 계속 이어져 왔다면 어땠을까?

온라인과 오프라인 소매업자 모두 기소될 위험 없이 텍사스주 사람들에게 성인용품을 팔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픈바자를 통해서라면 텍사스 주민들은 성기구를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게 ‘불법 사용’ 카테고리에 속했겠지만 말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랬다면 아무도 피해를 보지 않았을 것이다.

 

대규모 디지털 P2P거래 시장

앞서 말한 두 예시 모두 주류에 해당하는 주제는 아닐 수 있으나, 우린 이를 통해 큰 원칙을 읽을 수 있다.

과거 오프라인 상점과 대면을 통한 사업거래에서는 거래가 거의 자동적으로 검열 저항적 성격을 띠었다. 고객이 제과점이나 정육점, 이발소에서 직접 돈을 내면 브리오슈나 양지살을 구하거나 짧은 커트 머리로 이발을 할 수 있었다. 중간에서 제3자가 고객의 선택을 예측하거나 뒤집는 일이란 없었다. 하지만 상거래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권한이 더 강력해진 중개 주체를 통해 거래가 일어나는 일이 늘었다.

P2P 신원 확인과 평판 시스템을 독립적으로 연구하는 팀 패스투어는 “대규모 전자P2P시장은 아직 미개척 분야”라며 “P2P거래가 물론 이전부터 있긴 했지만 대규모로 이뤄지는 디지털 P2P거래는 아직 완전히 깨지지 않은 매직너트(magical nut)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매직너트를 깸으로써 실질적인 경제적 혜택을 볼 수 있다고 했다.

패스투어는 “거래에서 중개 주체가 없어지면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가격 혜택을 볼 수 있다. 이베이나 아마존, 넷플릭스(Netflix), 스포티파이(Spotify), 아니면 동네 가게에서 피자를 주문할 때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중개자가 중앙화된 인프라를 통해 인프라 유지비나 사업개발, 운영유지비 명목으로 거래 수수료를 챙기는데, 이 중개자가 없다고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비용 문제는 차지하고, 첫 번째 예시인 닥터 수스는 중개 주체가 무해한 거래를 막을 때 그들이 가진 거부권이 문제가 되는 경우다. 불쾌한 내용이 포함된 자료와 관련한 이베이 정책에 내가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이베이 임원이 테드 크루즈와 도덕적 관점이 같다고 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결제 영역의 검열 저항성을 회복시켰다. 오픈바자도 상거래 전반에서 같은 성과를 이뤄냈지만 인기 면에서는 부족했다. 그럼에도 오픈바자는 용기 있는 시도였으며, 나는 호프만 팀이 못다 이룬 과업을 누군가 이어받아 계속해서 진행시키길 바란다.

 

디파이 성장과 선행매매 증가

본 차트에서 일일 MEV 결측치는 해당 누락값의 바로 앞뒤 포인트를 연결하는 점선으로 채워 넣었다. 출처=슈아이 하오
본 차트에서 일일 MEV 결측치는 해당 누락값의 바로 앞뒤 포인트를 연결하는 점선으로 채워 넣었다. 출처=슈아이 하오

최근 몇 달 새 이더리움(Ethereum) 커뮤니티에서는 채굴자들이 수익을 위해 사용하는 차익거래 전략인 MEV(채굴자 추출 가치) 문제가 뜨거운 감자였다. 듄 애널리틱스(Dune Analytics)와 플래시봇(Flashbots)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 이후로 여러 MEV 전략을 통해 창출된 채굴자들의 추가 누계 매출은 7억6500만달러에 달했다.

이더리움 채굴자들은 블록에 거래 주문을 넣음으로써 MEV를 추출한다. 거래 주문을 할 수 있는 채굴자들은 탈중앙 거래소(DEX)에서 선행매매(front running)를 할 수 있어 이를 이용한 차익거래 수익을 내고, 탈중앙화된 대출앱에서 가장 최적의 타이밍에 포지션을 청산한다. 대개 프로그램화된 봇(bot)이 이더리움 디파이(DeFi) 생태계 내에서 수익 창출의 기회를 포착하고 채굴자들이 거래 주문을 조작하도록 대가를 지불한다.

위 차트에서처럼 MEV는 보통 탈중앙 거래소의 거래량을 따라간다. 탈중앙 거래소에서 유동성과 거래 규모가 증가해야 차익거래 수익성과 선행매매의 기회가 늘기 때문이다.

MEV 전략을 비판하는 측에선 거래 주문을 통해 추가로 가치를 추출하는 과정 자체가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무결성을 위협하는 행위라 말한다. 차익거래와 청산은 디파이의 사용성을 위해 도움이 되지만, MEV는 이더리움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

선행매매는 대기 중인 거래보다 먼저 자산을 사들인 뒤 차익을 노리고 다른 트랜잭션에서 승인을 한 이후에 자산을 파는 방식으로 다른 트랜잭션에서 수익률을 빼앗아오는 기법이다. 또한 선행매매 봇은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거래처리 속도를 늦추고 거래 수수료를 높이는 것과 연관돼 있다. 뿐만 아니라 MEV는 가스비(거래 수수료)나 슬리피지(slippage) 오류로 거래 실패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일일 MEV 매출은 암호화폐 시장이 호황의 정점에 있던 지난 5월 50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상당히 많이 하락한 양상을 띠고 있지만 MEV 문제는 여전히 이더리움과 관련된 논의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디파이 생태계가 성숙할수록 이 논란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영어기사: 박소현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으로 보내주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