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최근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하면서, 비트코인 해시레이트가 급감하는 등 글로벌 채굴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채굴 점유율 65%(2020년 4월)인 중국이 금지 조치 이후에도 왕좌를 지킬 수 있을까요. 아니면 다른 나라가 비트코인 생산국 1위가 될까요. 코인데스크 코리아가 채굴사업자를 만나 채굴시장의 미래를 그려봅니다.

2021년 1월 1일 약 5384억달러였던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7월 7일 약 6353억달러로 커졌다. 5월 이후 가격이 상당히 내려갔지만, 올해 상반기 비트코인은 세계에서 가장 돈이 빠르게 모이는 시장 중 하나였다. 

지난 1년간 비트코인, 테슬라, 버크셔 해서웨이의 시가총액 추이. 출처=Ycharts
지난 1년간 비트코인(보라색), 테슬라(주황색), 버크셔 해서웨이(파란색)의 시가총액 추이. 출처=Ycharts

사람들이 비트코인으로 돈을 버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거래를 통해 시세 차익을 내는 것, 다른 하나는 직접 비트코인을 만드는(채굴) 것이다.

암호화폐 채굴 정보사이트 마이크립토버디에 따르면 6일 기준 500PH/S 규모의 해시레이트, 10만kW(킬로와트)의 전력으로 kWh(킬로와트시)당 0.03달러의 전기료를 내는 비트코인 채굴자의 시간당 예상 수익은 약 3187달러다. 

거래를 통한 시세 차익은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과 손실이 불규칙하다. 그러나 채굴은 비트코인 가격만 일정 수준 이상이면 비트코인 거래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중국, 미국 등 정서적으로 비트코인에 익숙한 국가들에서 일찌감치 채굴이 산업으로 발달해온 이유다. 

 

채굴 1위의 중국 비결, 싼 전기료

중국은 비트코인을 가장 사랑했던 국가 중 하나다. 2015년 한 때는 전체 비트코인 거래 중 위안화 거래 비중이 92%에 달했다. 채굴에도 일찍 눈을 떴다. 2019년 12월에 나온 케임브리지 대체 금융연구소(CCAF)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비트코인 채굴량 중 중국의 점유율은 73.54%에 달한다.

점유율이 높다보니 중국이 기침을 하면 비트코인 해시레이트가 출렁이는 일도 잦다. 지난 5월 21일 중국 정부가 비트코인 채굴 규제 발언을 내놨는데, 블록체인 데이터 사이트 블록체인닷컴에 따르면 그 후 4주 동안 비트코인의 해시레이트는 약 24%가량 급락했다.

중국 상하이의 화력발전소. 출처=Ye Massa/Unsplash
중국 상하이의 화력발전소. 출처=Ye Massa/Unsplash

중국은 어떻게 비트코인 채굴 왕국이 될 수 있었을까. 중국에서 채굴장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다른 나라에 있는 사람들은 막연히 중국이 전기료가 낮다고 생각하는데, 보통 산업용 전기료는 0.71위안(약 11센트, 약 124원, 2018년 기준) 정도로 글로벌 가격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현지 발전소와 계약을 맺으면 매우 싸진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발전소와 어떻게 계약을 맺냐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중국 내 채굴업자들은) 아주 싸게 계약하면 kwh당 3센트 이하의 전기료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며 "4~5센트의 전기료로 (발전소와) 계약되는 곳은 꽤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중국에서 전기가 여전히 주요한 자원 중 하나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사실상 지방정부가 일종의 산업으로 장려해왔다는 얘기다. kWh당 3센트는 중국의 일반 산업용 전기료에 비해 약 73% 싼 금액이다. 

 

미국, 비트코인 채굴 시장 확대

미국의 비트코인 채굴 점유율은 7.24%(2020년 4월)로 중국 다음으로 채굴을 많이 하는 나라다.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자 미국 사업자들은 채굴에 더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의 전기료 상황은 중국과 비슷하다. 2017년 기준 미국의 가정용 전기료는 kWh당 12.89센트이며 산업용 전기료는 그 절반 수준인 6.91센트인데, 발전소와 따로 계약을 맺을 수 있다. 글로벌 채굴업체 비트퓨리의 이은철 한국지사장은 "미국은 일반적인 전기료는 비싼 편이지만 채굴업을 하는 사람들은 발전소와 직접 별도의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전기료를 값싸게 책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행 스트리미(고팍스) 대표는 "미국 최대 채굴풀인 파운드리(6일 기준 세계 8위)의 경우,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조건으로 텍사스주, 켄터키주 등의 주지사와 합의해 kWh당 2센트대의 전기료를 낸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미국 역시 지방(주) 정부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특별 전기료'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미국 켄터키주의 천연가스 발전소. 출처=Wikipedia
미국 켄터키주의 천연가스 발전소. 출처=Wikipedia

정부 입장에서는 비트코인 채굴이 기존에는 없던 세수가 되기도 한다. 미국 연방정부는 채굴을 통해 비사업적으로 소득을 내는 채굴자에게는 개인소득세를 부과한다. 미국 국세청(IRS)에 따르면, 미국의 최저 개인소득세율은 10%, 최고 개인소득세율은 37%다. 반면 사업자 채굴자에게는 15.3%의 자영업세부과한다.

미국의 비트코인 채굴 점유율이 7.24%(2020년 4월 CCAF 자료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세수는 향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블록체인 데이터 정보사이트 블록체인닷컴에 따르면 2020년 4월 비트코인 채굴자들의 전체 수익(채굴비용은 계산하지 않은 수익)은 약 3억9683만달러다. 이에 따르면 미국 채굴자들은 2020년 4월 기준으로 약 2873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고 볼 수 있다.

 

비트코인 채굴 '명당'의 4가지 조건

2020년 말부터 암호화폐 시장이 활기를 띄면서 비트코인 외 알트코인 채굴도 늘었다. 국내에서도 그래픽카드를 이용해 이더리움 채굴을 하는 투자자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 채굴을 개인이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비트코인 채굴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몇 가지 특수한 조건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지사장과 A씨는 크게 4가지 조건을 맞춰야 비트코인 채굴을 해볼만 하다고 설명했다.

첫번째 조건은 낮은 전기료다. 이 지사장은 “통상 kWh당 3센트 정도의 전기료면 합리적이라고 간주되고, 5센트가 넘어가면 비싼 걸로 이야기된다”며 “한국의 경우 kWh당 10센트 수준으로 전기료가 형성돼 있어 채산성이 나오지 않는다”고 답했다.

실제로 지난 22일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산업용 전기료는 kWh당 7.43펜스(약 10센트)다. 가정용 전기료는 8.02펜스(약 11센트)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전기료는 세계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저렴한 편이지만, 비트코인 채굴 수지타산을 맞추기에는 너무 높은 수준이다. 

두번째 조건은 비트코인 채굴 인프라다. 전기료가 저렴하더라도 채굴굴장의 시설이 열악하거나 채굴기 유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비트코인 채굴을 하기 쉽지 않다. 또한 현재 비트코인 채굴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국가들은 비트코인 채굴 수요가 많고 관련 커뮤니티가 다른 나라에 비해 잘 구축돼 있는 편이다. 특히 중국은 다년간 절반 이상의 비트코인 채굴 점유율을 가져가면서 인프라가 탄탄하게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채굴 규제에 대해 A씨는 채굴 인프라 문제로 중국의 채굴자들이 해외로 쉽게 이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지사장 역시 “현재 중고 매물로 나오는 채굴 장비의 대부분은 중국산”이라며 “채굴기 공급 부족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데, 물량이 조금이라도 나올 경우 다른 나라보다 중국 현지에 있는 채굴자들이 비교적 수월하게 채굴기를 손에 넣기 쉬운 것이 사실”이라고 답했다.

텍사스 서쪽 지대인 페코스 카운티의 법원청사. 출처=Wikipedia
텍사스 서쪽 지대인 페코스 카운티의 법원청사. 출처=Wikipedia

세번째 조건은 비트코인 채굴에 적합한 환경이다. 기본적으로 발전소가 있는 지역이 채굴기 사업을 운영하기 유리하다. 기후적으로 습하거나 더운 곳에서는 비트코인 채굴이 어렵다. 채굴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고 냉방 비용 등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외로 이 조건을 지속적으로 만족하는 지역이 많지 않다. 비트코인 채굴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 받는 나라에서도 일부 지역에서만 채굴 산업이 성행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를테면 텍사스주 가운데서도 유전과 천연가스 자원이 풍부한 서쪽 지대는 동쪽의 습한 기후와 달리 건조하고 채굴기에 지장을 줄만큼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두 채굴자는 전기료, 관련 인프라 등 원가요인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채굴이 산업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A씨는 "중국이 비트코인 채굴 산업에서 다년간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데는 값싼 전기료와 같은 원가적 요인 이외에도 쓰촨 등 채굴 주요 지대를 중심으로 비트코인 채굴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인식이 긍정적이었다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채굴이 실제로 돈이 되고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산업적 기반도 탄탄해져갔다"고 덧붙였다.

이은철 한국지사장 역시 "이미 텍사스에서는 채굴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좋은 편"이라며 “앞으로는 텍사스처럼 비트코인 채굴을 하기 좋은 곳에서도 (비트코인 채굴에 대한) 인식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도 중국 채굴자와 미국 기업처럼 비트코인 채굴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지금부터 산업적 기반을 닦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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