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시대를 준비하는 IT·금융기업들
장경필 크로스앵글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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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필
장경필 2021년 7월5일 08:34
출처=한화자산운용, 쟁글 리포트 캡처
출처=한화자산운용, 쟁글 리포트 캡처

지난 4월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은 암호화폐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주류 시장 편입을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일이었다. 코인베이스의 성공에 고무된 대형 IT기업들과 금융 회사들은 디지털자산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하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암호화폐 산업의 주요 사업으로는 암호화폐 거래소, 채굴업, 블록체인 플랫폼, 투자 상품,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 등이 있다. 

 

코인베이스 상장이 증명한 암호화폐 거래소의 사업성

2010년 최초의 개인 간 거래(P2P)가 되는 비트코인 거래소가 설립된 이후 코인베이스, 바이낸스, 비트스탬프, 업비트 등의 암호화폐 거래소가 출현했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함께 거래소로 유입되는 자금이 증가하고 거래대금이 크게 늘어나면서 암호화폐 거래소는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이 됐다. 2021년 현재 전세계 300개 이상의 암호화폐 거래소가 다양한 암호화폐를 취급하며 블록체인 산업 성장의 과실을 누리고 있다.

2021년 기준 국가별 디지털자산 거래소 현황. 출처=쟁글, 코인힐스, 코인마켓캡
2021년 기준 국가별 디지털자산 거래소 현황. 출처=쟁글, 코인힐스, 코인마켓캡

특히 2012년 설립된 코인베이스는 43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로, 2021년 4월 나스닥에 직상장됐다. 한때 100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을 기록한 코인베이스의 상장은 블록체인 산업의 가능성을 증명한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JP모건, 골드만삭스를 포함한 월스트리트에서도 코인베이스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코인베이스 사업영역에 따른 분기별 실적 추이(2019년 1분기~2021년 1분기). 출처=쟁글, 코인베이
코인베이스 사업영역에 따른 분기별 실적 추이(2019년 1분기~2021년 1분기). 출처=쟁글, 코인베이

국내에서는 2013년 코빗을 시작으로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설립됐으며, 현재까지 약 100여곳의 거래소가 운영되고 있다. 국내 거래소들은 코인베이스와 마찬가지로 2021년 1분기 암호화폐 가격의 상승에 힘입어 호실적을 기록했는데, 1) 급증한 거래량 2) 높은 거래 수수료가 원인이었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수수료는 주식 등을 취급하는 증권사 대비 월등히 높다. 아무래도 산업이 초기 단계에 있고, 다른 자산 대비 기대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높은 수수료가 용인되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거래소 4개년 매출액 추이. 출처=쟁글, 다트
국내 주요 거래소 4개년 매출액 추이. 출처=쟁글, 다트
매매수수료 비교(2021년 기준). 출처=쟁글, 이미지 안에 있는 각 회사들의 자료
매매수수료 비교(2021년 기준). 출처=쟁글, 이미지 안에 있는 각 회사들의 자료

다만 국내의 경우 2021년 9월 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의 시행으로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요건 도입에 따라 국내 거래소 업계의 대규모 구조개편이 예상되고 있다. 

 

새로운 사업 모델, 채굴업의 등장

암호화폐 채굴업은 블록체인의 등장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사업 모델이다. 채굴이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거래내역을 기록한 블록을 생성하고 그 대가로 디지털 자산을 얻는 행위를 말한다. 채굴을 위해서는 높은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고성능의 하드웨어와 막대한 전기에너지가 요구된다. 곧 채굴업이란 채굴의 대가로 얻은 암호화폐를 매출로, 하드웨어 구입과 전기료 등을 비용으로 처리한 뒤 남는 이익을 취하는 사업 모델이다. 

시가총액이 3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상장사 라이엇(RIOT)은 대표적인 채굴 기업이다. 2021년 4월 기준 약 8만1000대의 채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가상자산을 채굴하고 있다. 또 다른 상장사인 마라톤(Marathon)은 미국 자금세탁 방지 지침 및 기타 규제 기관의 규정을 준수하는 채굴장을 운영하며 비트코인을 채굴한다.

암호화폐 채굴이 업계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매김하자, 채굴업자들에게 채굴에 필요한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사업 모델도 만들어졌다. 중국의 카나안(Canaan)은 2013년 세계 최초 ASIC 채굴기 출시 이후, 세계 2위의 채굴기 제조기업으로 성장했다. 아래 그래프처럼 비트코인 채굴 난이도 상승에 발 맞추어 ASIC 하드웨어의 진화도 이뤄지고 있다. 

채굴 하드웨어 진화와 채굴 난이도. 출처=코인데스크US
채굴 하드웨어 진화와 채굴 난이도. 출처=코인데스크US

블록체인에서 NEXT 플랫폼을 찾는 소셜미디어 기업들

카카오, 라인,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SNS) 슈퍼앱들의 블록체인 플랫폼 선점 시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구글, 애플 등이 모바일 생태계를 선점하며 거대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구축했듯이 이들도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넥스트 플랫폼'을 타진할 가능성이 있다. 플랫폼 사업에서 초기 네트워크 효과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카카오와 라인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블록체인 메인넷 플랫폼을 출시하며 다양한 블록체인 서비스들을 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그 방식과 방향성에는 차이가 있다. 

카카오는 자회사 그라운드X를 통해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인 클레이튼 생태계를 구축하고, 관련 블록체인 기술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출시 초기에는 블록체인 노드 운영 그룹인 거버넌스 카운슬 구성에 노력을 기울였다면, 최근 들어서는 디지털 자산 클레이(KLAY) 발행, 클립(Klip) 지갑 출시, 대체불가능토큰(NFT) 플랫폼 서비스 등, 실생활에 활용될 수 있는 서비스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메신저앱 라인은 자회사 LVC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고 LINK 토큰을 발행했다. 라인의 방향성은 블록체인 기반 금융서비스 출시로, 메신저 앱 내의 핀테크 및 결제 서비스 강화에 그 목적이 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플랫폼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각국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인프라 개발에 착수하며, 리테일 금융서비스 사업에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라인 블록체인 분야 사업 연혁. 출처=쟁글
라인 블록체인 분야 사업 연혁. 출처=쟁글

일찌감치 블록체인 사업과 핀테크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페이스북은 2019년 주요 법정 통화 바스켓으로 이루어진 단일 암호화폐인 리브라 (Libra) 출시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각국 정부와 규제기관이 금융 안정성을 이유로 개발 중단을 요구했다. 이후 디엠(Diem)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개별 법정 통화에 연동하여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스테이블코인 형태로 전략을 수정했다.

현재 디엠은 미 실버게이트 은행과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2021년 안으로 미국 달러화를 기준으로 한 디엠 USD를 시범 발행할 계획이다. 전세계 28억명의 유저를 보유한 페이스북이 스테이블코인인 디엠을 발행할 시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되며, 페이스북의 핀테크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자산 결제 시대를 준비하는 결제 서비스 기업들

은행이나 카드사처럼 중간업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블록체인 기술은 결제서비스 기업들에게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결제서비스 기업들은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선제적으로 비트코인 구매와 거래 서비스를 출시한 스퀘어는 관련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2018년 전체 매출의 5%에 불과했던 스퀘어의 비트코인 관련 매출은 2020년 50%에 육박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스퀘어 사업영역에 따른 실적 추이(2015~2020년). 출처=스퀘어
스퀘어 사업영역에 따른 실적 추이(2015~2020년). 출처=스퀘어

스퀘어보다 한 발 늦게 사업을 시작한 페이팔은 2020년 11월 모바일 간편송금앱 벤모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라이트코인 등 4개 암호화폐에 대한 보유와 매매 기능을 추가했다. 또한 올해 초 체크아웃 위드 크립토 (Checkout with Crypto)와 크립토 온 벤모 (Crypto on Venmo) 서비스를 발표하며 암호화폐를 통한 상품 지급 결제 와 거래 지원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취했다. 페이팔의 암호화폐 서비스는 현재 미국 안에서만 가능하지만, 추후 2900 만개에 달하는 글로벌 가맹점 대상으로 지원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비자, 마스터카드와 같은 전통 카드회사들도 암호화폐 생태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비자는 2021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암호화폐 분야의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는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 매입 지원, 스테이블코인 결제 상용화, CBDC 인프라 구축 지원 등이 담겼다. 비자의 최대 라이벌인 마스터카드는 미국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Gemini)와 파트너십을 맺고 제미니 카드 출시를 예고하며 암호화폐 결제 상용화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파괴적 혁신의 희생양이 되기보다, 파괴적 혁신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기회를 발굴하려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전통 금융 공룡들의 새로운 시도 

2020년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신탁펀드 GBTC는 비트코인 금융 상품의 잠재력을 보여줬다. 기관투자자들의 비트코인 매입으로 GBTC의 자산규모(AUM)가 크게 증가한 230억달러에 달했으며, 예상 수수료 수익만 연 4억6000만달러에 이르렀다. 그레이스케일의 성공에 이어 캐나다에서 세계 최초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됐다. 퍼포즈인베스트(Purposeinvest)에서 출시한 퍼포즈 비트코인 ETF는 출시 이후 약 3개월만에 비트코인 보유 수량이 2만개에 달했으며, AUM은 7억달러를 돌파했다. 퍼포즈 ETF의 성공적인 시작에 고무된 미국 자산운용 업계는 경쟁적으로 비트코인 ETF를 신청하며, 현재 규제 당국의 의사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GBTC 누적 매수량과 비트코인 가격. 출처=쟁글, 바이비트
GBTC 누적 매수량과 비트코인 가격. 출처=쟁글, 바이비트

ETF 상품 출시뿐만 아니라 비트코인 기반 펀드 출시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가 가능한 상품을 신고했다. 일본의 SBI홀딩스도 암호화폐 펀드 출시 계획을 발표했으며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의 자산에 투자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암호화폐 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투자상품 출시가 예고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새로운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다. JP모건은 2021년 3월 비트코인 관련 기업이 포함된 J.P. Morgan Cryptocurrency Exposure Basket 상품 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비트코인 파생상품을 출시하고, 암호화폐 트레이딩 팀을 신설했다. 

블록체인 산업은 이제 갓 10년이 지난 새로운 산업이다. 10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수많은 시련과 고난을 겪었지만 코인베이스의 상장, 기관투자자의 유입과 같은 목표를 달성하며 성장해 왔다. 그 결과 블록체인 기업들은 주류로 진출하게 됐으며, 역으로 전통 기업들이 블록체인 산업에 뛰어들게 됐다. 앞으로도 블록체인 기술과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가치가 전세계 사람들에게 인정 받는다면, 산업 내에서 블록체인 기업과 전통 기업 간의 경계는 점차 희미해질 것이다. 더 다양한 사업 모델이 탄생하고,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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