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케이시] 스테이블코인 중심의 개방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6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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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2021년 7월5일 17:23
달러의 세계적 지위를 지금과 같이 유지하기 위해선 랜달 퀄스 연준 부의장의 조언대로 스테이블코인 중심의 개방형 통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출처=Finn Hackshaw/Unsplash
달러의 세계적 지위를 지금과 같이 유지하기 위해선 랜달 퀄스 연준 부의장의 조언대로 스테이블코인 중심의 개방형 통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출처=Finn Hackshaw/Unsplash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규제 당국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중간이란 없다. 그야말로 모 아니면 도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제안하는 가치를 이해하고,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 시스템을 개선할 것이라 믿는 정책 입안가는 칭송을 받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적으로 치부된다.

이번 주 칼럼에서는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입장을 지닌 랜달 퀄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이 한 연설이 가져온 파장에 대해 다루겠다. 특히 퀄스 부의장은 최근 발언 이후 암호화폐 커뮤니티로부터 격한 환영을 받았다.

 

스테이블 코인이 달러 사용 장려에 미칠 영향

최근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크립토 맘(crypto mom)’이라 불리는 헤스터 피어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에서 다른 규제 당국 관계자로 사랑의 대상을 바꿨다.

바로 이번 주 암호화폐에 관해 공식 발언을 한 연준 금융감독 담당 랜달 퀄스 부의장이다. 그는 지난달 28일 유타은행연합회 행사에 참석해 미국 정부가 국제적 이익을 고려하면서, 글로벌 경제 내 달러의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키우기 위해 암호화폐가 가진 혁신의 힘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성명서 성격의 연설을 했다.

이 연설 이후 퀄스 부의장은 암호화폐 업계 내 저명한 전문가들의 열렬한 환호를 한몸에 받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이 더 신속하고 저렴한 해외 결제를 가능하게 해, 전 세계적으로 달러 사용을 장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보다 단점은 적고 더 빠르게 보급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 주장이 주목을 받았다.

많은 이들이 이 발언을 반겼다. 스테이블코인 지지자들은 미국 규제 당국이 민간 발행사가 주로 이더리움(Ethereum)과 같은 오픈소스 플랫폼에 구축하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인다면, 정부에서 발행하는 CBDC보다 디지털 달러 혁신 측면에서 훨씬 뛰어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주장했다.

캐슬 아일랜드 벤처스(Castle Island Ventures)의 창립 파트너인 닉 카터는 퀄스의 발언이 “역사적인 연설로 기억될 것”이라 했고, 코인베이스(Coinbase)와 함께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USD코인(USDC)을 발행하는 서클(Circle)의 최고전략책임자(CSO)인 단테 디스파르테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퀄스 부의장의 시각이 연준 안에서 지배적인 의견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사흘 전까지만 하더라도 보스턴 연준 총재인 에릭 로젠그렌은 스테이블코인이 신용 시장의 ‘새로운 파괴자’가 돼 금융 안정성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보스턴 연준은 메사추세츠공과대학 디지털화폐 이니셔티브[MIT Digital Currency Initiative]와 함께 CBDC 발행에 관한 실험을 진행해왔다).

그럼에도 퀄스 부의장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미국이 퀄스 부의장의 조언을 따른다면 일부 통화 전문 학자들과 지정학적 흐름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예견하는 것처럼 달러가 세계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잃기보다는 오히려 영향력을 증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칼럼에서도 나왔지만 마이크로스트레티지(MicroStrategy)의 CEO 마이클 세일러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시나리오에서 달러는 지금처럼 글로벌 무역에서 쓰이는 계산 단위나 신용 시장 내 주요 준비자산으로서의 역할을 뛰어넘어 미국 외에서 일어나는 일상 거래에서도 주로 사용되는 화폐가 될 것이다.

단, 이는 기존의 준비통화 모델과는 다른 모습이 될 거다. 달러가 널리 사용되면 미국 산업이 얻게 될 혜택은 커지겠지만, 동시에 미국 정부가 국제 통화 시스템에서 갖는 통제력을 궁극적으로는 축소시키거나 적어도 통제력의 성격을 급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긍정적인 효과가 생길 수 있다. 강력한 감시가 완화되고 글로벌 거래에 있어 월가의 게이트키퍼 역할이 줄어들 때 화폐 혁신과 금융 포용성은 증진될 수 있다.

 

개방형 혁신

퀄스 부의장의 연설 중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디지털 달러의 발전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가장 집약적으로 잘 표현한 부분은 연설 서두였다. 그는 “지난 수 세기 동안 미국이 참신함이란 가치를 추구했기에 21세기를 19세기와는 전혀 다른 삶으로 바꾼 수많은 과학적, 실질적 혁신을 미국이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에서 개발하는 폐쇄형 CBDC에 비해 개방형 블록체인 플랫폼은 창의성을 한층 더 장려하는 환경이 될 것이다(사실 CBDC는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고 알려져 있다). 디파이(DeFi) 부문에서 놀라운 속도로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디파이의 개방형 환경 때문이다.

개발자들이 특정 플랫폼에 서비스를 구축하기 전 기업 이사회로부터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고, 은행과 같은 중개 주체 없이도 이용자들이 디파이 생태계 안에서 자유롭게 자산을 옮길 수 있어 가치와 투자 움직임이 유동적이며, 그로 인해 혁신을 장려하고 추구하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문제는 이처럼 자유로운 혁신을 미국 정부에서 얼마만큼 장려할 것이냔 거다.

최근 미 규제 당국은 통제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추세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지난해 미국의 승인을 받아 트레블룰(자금이동 규칙, travel rule)을 발표했다.

‘트레블룰’이란 암호화폐 수탁 거래소가 고객확인절차(KYC)와 자금세탁방지(AML) 프로토콜을 적용할 뿐만 아니라 자사 고객과 거래하는 비수탁 지갑 사용자들의 신원까지도 추적하도록 의무화한 규정이다.

디파이 플랫폼의 비수탁적 성격으로 인해 당분간은 디파이 분야에 규제가 다소 느슨하게 유지되겠지만, 디파이에도 강화된 규제가 머지않아 적용될 것이라고 많은 법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지난 12월 미 하원에서 상정된 한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에게 은행 면허를 신청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모든 상황들로 인해 일의 진척이 늦어질 것이다. 만일 규제가 금융안정을 보호하는 데 진정으로 도움이 된다면 치를만한 가치가 있는 대가겠지만, 규제가 과도하면 전 세계 사람들이 빠르고 쉽게 달러 기반 결제를 하지 못하도록 만들 게 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의 편의성은 무기명 증권이란 특성에서 나온다. 스테이블코인은 자체적인 가치를 지닌 디지털화된 현금과 같으며 개인 간(P2P) 자동 송금도 가능하다. 스테이블코인에 고객신원확인 절차(KYC)와 자금세탁방지(AML) 요건이 적용되면 은행처럼 감시할 주체가 필요해져 개인간 거래라는 특성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러면 기존 금융 시스템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많은 제약 조건들이 스테이블코인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 해외 결제에 큰 비용이 들고, 특히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된 수십억명에 달하는 개도국 국민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다.

Beth Macdonald/Unsplash
Beth Macdonald/Unsplash

선택의 갈림길

지금 미국 앞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첫 번째는 퀄스의 조언대로 스테이블코인이 주도하는 개방형 시스템을 만들어 전 세계인들이 달러를 가장 선호하는 화폐로 사용할 수 있게 달러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이는 현재의 준비통화 모델과는 다른 모델이 될 것이다. 미국 정부는 화폐 발행에 따른 이득을 얻고, 미국 제조업체들은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중국의 권위주의 정부는 감히 경쟁할 수 없는 미국만의 소프트파워를 키우는 일이라 보면 된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 발행 계획을 추진하면서 예상대로 중앙 관리식 모델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 모델을 선택하게 되면 그에 따르는 대가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동하는 자금을 통제하고 자산을 몰수하며, 적대국에 압박을 가하는 등 미국 정부에서 현재 발휘하고 있는 하드파워(hard power) 중 일부는 내려놔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안은 현재 시스템을 계속 고수하지만 디지털 형태로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CBDC에는 이용자 개인정보를 어느 정도까지는 보호하는 등 다양한 모델이 존재하지만, 해외 거래에 있어 현 시스템과 비슷한 은행 기반의 게이트키핑이 유지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중국과 미국의 CBDC는 직접적인 경쟁 구도에 놓여 양국이 정면으로 갈등을 빚는 상황이 발생할 것인데, 이때 디지털 달러가 디지털 위안화를 이길 거란 보장은 없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퀄스 부의장이 ‘참신함’을 강조한 성명서를 따라야 할까? 아니면 로젠그렌 총재가 주장한 대로 ‘새로운 파괴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실시해야 할까?

 

적자의 달

오늘 공유하는 차트는 딱히 설명이 필요 없는 차트다. 그만큼 간단명료하기 때문이다.

출처=코인데스크 리서치
출처=코인데스크 리서치

코인데스크 리서치 팀이 집계한 위 차트는 코인데스크US에서 선정한 시총 기준 상위 20위 암호화폐 자산 중 18개 자산의 지난달 실적을 나타낸 것이다(나머지 두 개는 USD코인[USDC]과 테더[USDT]로 이 두 자산은 스테이블코인이라 차트에서 제외했다).

이런 차트가 ‘크립토 겨울’이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는 주장을 뒷받침이 될 수도 있다.

영어기사: 박소현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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