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Wu Yi/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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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최근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하면서, 비트코인 해시레이트가 급감하는 등 글로벌 채굴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채굴 점유율 65%(2020년 4월)인 중국이 금지 조치 이후에도 왕좌를 지킬 수 있을까요. 아니면 다른 나라가 비트코인 생산국 1위가 될까요. 코인데스크 코리아가 채굴사업자를 만나 채굴시장의 미래를 그려봅니다.

지난 5월 21일 류허 부총리 주재로 열린 중국 국무원 금융발전위원회 회의에서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를 타격하겠다"라는 발언이 나온 후 중국의 비트코인 채굴 규제가 거세지고 있다.

중국의 주요 채굴 지역인 네이멍구(내몽골)가 비트코인 채굴 금지를 포함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5월 25일 공개한 것을 시작으로,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윈남성(운남성)에서도 잇따라 채굴 금지령이 내려졌다. 지난 6월 18일에는 수력발전 기반 주요 채굴 지역인 쓰촨성(사천성)까지 채굴장 폐쇄 공문이 내려오면서, 사실상 중국의 모든 주요 비트코인 채굴 지역이 규제 직격탄을 맞았다.

비트코인 채굴에서 연산 처리능력을 측정하는 단위인 해시레이트도 중국의 채굴 규제를 전후로 급감하는 추세다. 해시레이트가 감소한다는 것은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얘기다.

비트코인 해시레이트. 출처=블록체인닷컴
비트코인 해시레이트. 출처=블록체인닷컴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해시레이트는 채굴 규제 이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암호화폐 지갑 기업인 블록체인닷컴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최근 7일 평균 해시레이트는 '비트코인 채굴 타격' 발언 7일 전인 5월 14일 180.66m TH/S(5월 고점)를 찍고 하락하기 시작했다. 타격 발언이 나온 21일엔 고점 대비 약 17% 하락한 150.65mTH/S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하락을 거듭해 6월 27일엔 고점 대비 약 45% 내려간 99.94m TH/S였다.

중국 당국은 정말 비트코인 채굴을 완전히 금지할까.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중국에서 1만대의 비트코인 ASIC 채굴기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인 채굴사업자 A씨를 최근 인터뷰해 현지 규제 상황을 직접 들어봤다. 

 

"2019년부터 비트코인 채굴… 한 달 순수익 약 300만달러"

A씨는 2019년 초 중국 비트코인 채굴 사업에 뛰어든 한국인 채굴자다. 그는 2017년 초 암호화폐를 처음 접하면서 동시에 채굴 산업에 눈을 떴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채굴기 제조사 비트메인의 공동창립자이자 '채굴왕'으로 불렸던 우지한이 비트코인을 하드포크한 비트코인캐시(BCH)를 만들어내면서 전세계적인 채굴 열풍이 일어났던 시기였다. 

A씨는 당시에는 암호화폐 채굴을 하지 않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장기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믿음은 가지고 있었다. 기다리던 기회는 2019년에 찾아왔다.

지속적인 비트코인 가격 하락으로 대표적인 비트코인 ASIC 채굴기였던 엔트마이너 S9의 시세가 폭락을 거듭해 고철 값과 다를 바 없게 된 것이다. 그는 비트코인이 다시 올라갈 것이라는 확신 아래, 전력 공급이 가장 용이한 중국에 채굴 법인을 만들고 사업을 시작했다. 

암호화폐 채굴장 이미지. 출처=Wikimedia Commons
암호화폐 채굴장 이미지. 출처=Wikimedia Commons

이후 2년 동안 A씨는 채굴기를 교체해가며 사업 확장을 거듭했다. 지금은 왓츠마이너의 ASIC 채굴기인 M21을 약 1만대 보유하고 있다.

그의 채굴장에서 나오는 해시레이트만 5월 평균 500PH/S(페타해시)에 달한다. 더블록에 따르면 중국의 채굴 규제 이전인 5월 15일 기준으로 비트코인의 전체 해시레이트는 16만7756PH/S다. A씨 채굴장의 해시레이트는 전체의 약 0.298%를 차지한다.

비트코인 가격이 고점을 기록했던 지난 4월, A씨는 한 달 전기료로 약 150만달러를 냈다고 했다. 전기료 등 비용을 전부 빼면 그는 당시 약 300만달러(34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비트코인 채굴은 가격이 하락하는 만큼 수익이 줄어드는 구조라서 5월 이후로는 4월 만큼의 수익이 나오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규제가 해소되고 채굴기를 정상적으로 돌릴 수 있다면 6월 들어 해시레이트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에 비트코인 가격 하락에 비해서는 채굴 수익이 크게 줄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시레이트 감소는 비트코인 채굴 난이도의 하락을 의미한다. 즉, 남은 채굴자들의 비트코인 채굴량이 커진다는 얘기다. 

그는 "해시레이트 감소와 비트코인 가격 하락을 모두 감안했을 때 4월 대비 채굴 수익은 약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무리해서 채굴기를 가동하지만 않는다면 비트코인 가격이 1만 달러 밑으로 떨어져도 사업 운영에는 지장이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①신장: "이전부터 화력발전 규제로 단속 받던 곳... 변수는 친환경 에너지 정책"

중국 신장 지역의 풍력 발전소. 출처=Wikimedia Commons
중국 신장 지역의 풍력 발전소. 출처=Wikimedia Commons

한국에선 주로 영미권 언론을 통해 중국 채굴 규제 소식을 접한다. A씨는 뉴스에서 다뤄지는 중국 채굴 규제 현황이 현실과 다소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채굴자들은 자신이 채굴하고 있는 지역이 아니더라도, 채굴자끼리는 연결되어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지역의 규제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채굴자들 사이에서 도는 얘기들은 외신들이 전하는 소식이 현지 분위기와는 약간 다른 측면이 있다"

가령 최근 블룸버그 등 외신은 중국 최대 비트코인 채굴 지역인 신장의 채굴자들을 중국 정부가 단속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장의 지역 경제에서 비트코인 채굴이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섣불리 단속하면 독립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게 주요 이유다. 케임브리지 대체 금융연구소(CCAF)에 따르면 2020년 4월 신장 지역이 중국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트코인 채굴 점유율은 약 36%로, 중국 내 최대규모다.

채굴자인 A씨의 시각은 다르다. A씨는 “화력발전을 이용한 전기 생산을 규제하려는 건 2019년에도 있었다”며 “화력발전 전기를 활용한 비트코인 채굴만 금지되는 게 아니라, (애초) 화력발전을 이용한 전기 생산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장이나 네이멍구 같은 화력발전 중심 지역은 새로운 규제보다는 원래 하던 규제를 다시 하겠다는 것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화력발전을 이용하는 채굴자들은 이번 규제 발언 이전부터 단속을 피해 언제든 채굴 장소를 이동할 준비를 해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다만 신장은 현재 화력발전 위주로 채굴 산업이 돌아가고 있지만, 친환경 에너지를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블룸버그의 보도처럼 신장을 건드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의 지난 2월 보도에 따르면, 신장 지역의 2020년 화력 발전량은 3260억 킬로와트시(kWh)로, 2019년 대비 14.2%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친환경 에너지인 풍력 발전량은 7.3%(423억kWh), 태양광 발전량은 14.3%(126억kWh) 늘어났다. 신화통신은 “신장 지역에서는 정부 보조금 정책으로 에너지 발전 프로젝트와 관련한 건설 붐이 일고 있다”고 밝혔다.

②네이멍구: "암호화폐 호황 이후 신규 채굴자 대거 유입… 이번 단속 때 채굴기 압수 사례도 있어"

중국 네이멍구. 출처=출처=marywenstrom/pixabay
중국 네이멍구. 출처=출처=marywenstrom/pixabay

A씨에 따르면 주요 채굴 지역 가운데 네이멍구는 중국의 규제 입김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곳이다. 비트코인 채굴의 대부분을 화력발전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장처럼 친환경 에너지를 육성하려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신장과 달리 네이멍구 자치구 지부 차원에서 채굴 규제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5월 25일 공개했다는 사실도 이곳 채굴자들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A씨는 “네이멍구에서는 최근 비트코인 시세가 급등하자 화력발전 규제를 무시하고 채굴 산업에 뛰어드는 채굴자들이 대거 유입됐다”며 “현재 단속에 걸린 네이멍구 지역의 채굴자들은 채굴기를 전부 압수당한 상태”라고 말했다. 남아있는 채굴자들도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을 고려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③쓰촨: "도심지 아닌 지역에 수력발전 기반의 채굴을 규제하는 것은 첫 사례"

중국 쓰촨 지역의 수력발전소. 출처=Wikimedia Commons
중국 쓰촨 지역의 수력발전소. 출처=Wikimedia Commons

2020년 4월 CCAF의 자료 기준으로, 쓰촨은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비트코인 채굴 지역이다. 이곳은 수력발전 중심의 비트코인 채굴이 이뤄져 규제 가능성이 낮은 곳으로 지목돼 왔다. 그러나 지난 6월 18일 쓰촨 전지역에 채굴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이곳도 안심할 수 없는 지역이 됐다.

A씨는 "쓰촨 전지역에 앞서 채굴 금지 명령이 떨어진 야안시의 경우, 수력발전임에도 과거 단속 사례가 있었다"며 "야안시가 도심지인 청두와 가까운 위치에 있어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시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18일 오전 쓰촨성 정부는 야안시에 채굴 금지 명령을 내렸다. 같은 날 오후에는 쓰촨 전지역의 채굴자들에게 금지 명령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 

그는 "쓰촨 도심지 주변이 아닌 전지역에 수력발전 기반의 채굴을 규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쓰촨 현지 채굴자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쓰촨 지역의 채굴자들은 6월 20일까지 채굴기 가동 중단을 완료하고 6월 25일까지 정지 여부를 쓰촨성 정부에 보고해야 했다.

그는 "25일에는 쓰촨성 정부 차원에서 감사팀이 (실제로 채굴기를 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다수의 채굴 업체를 방문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25일 비트코인의 해시레이트는 108.995m TH/S였지만, 이틀 뒤인 27일에는 58.461m TH/S까지 급락했다.

 

"중국 정부, 채굴 포함한 지역 발전소 산업 금지하기 어려워"

잇따른 중국의 채굴 규제 움직임에도 A씨는 "중국 정부가 채굴을 포함한 지역 발전소 산업을 지속적으로 금지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2년 이상 중국 현지에서 비트코인 채굴을 해온 그는 그 이유로 낙후 지역의 '꽌시'를 이야기했다. 꽌시란 중국어로 ‘관계’를 의미하는 용어로, 사람 사이의 주고 받음을 뜻한다. 중국 특유의 인맥 문화다. 그는 “중국 채굴 산업에서의 꽌시는 운명 공동체적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중국 주요 채굴 지대는 대부분 낙후됐기 때문에 그 지역의 발전소가 상상 이상으로 지역 경제에 큰 몫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A씨는 "중국에서 주요 채굴 지역으로 알려진 곳은 학교나 병원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인프라가 열악하고, 지역 사람들이 일반적인 일자리를 얻기도 어려운 구조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발전소가 망하면 채굴 산업을 포함한 그 지역의 꽌시가 모두 무너져 중국 지역 경제가 큰 타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이유로 규모가 어느정도 있는 지역 채굴장들은 규제 이후에도 채굴기만 껐을 뿐, 해외 이주를 하고 있지는 않다"며 "낙후지역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이러한 산업을 중국 정부가 무턱대고 금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외딴 마을. 출처=Virginia Choy/Unsplash
중국의 외딴 마을. 출처=Virginia Choy/Unsplash

또한 그는 최근 해시레이트 급감 현상의 주요 원인도 중국의 채굴 규제로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미 비트코인 채굴을 타격하겠다는 발언이 있은지 6일 전부터, 가격 하락에 따라 해시레이트 급락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A씨는 "해시레이트가 떨어지면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라며 "반대로 가격이 떨어져야 채굴기 가동을 중단하는 채굴자들이 늘어나면서 해시레이트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6월 25일 이후로는 쓰촨 전지역을 포함한 주요 비트코인 채굴 지역의 채굴자들이 규제의 영향권 안에 들어갔기 때문에, 규제 이슈가 해시레이트의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25일 이후에는 비트코인의 가격은 상승했지만 해시레이트는 급락했다. 

한편 최근 중국 채굴자들의 중앙아시아 이주 소식에 대해서는 "대안을 생각하지 않는 채굴자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이주를 생각해봤을 것"이라며 "그러나 해외 이주에는 일반인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막대한 비용이 들뿐만 아니라, 채굴 네트워크와 인프라가 중국에 집중돼 있어 옮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위에 있는 대부분의 중국 채굴자들도 아직까지 해외 이주에 대한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외신에 소개된 해외 이주 사례는 드문 경우로 보이며, 정말 옮겼다면 비용·인프라·네트워크·해외 진입장벽 문제를 그 짧은 시간 안에 모두 해결할 능력이 있는 소수의 능력있는 업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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