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의 선악(善惡) 담론을 넘어서
암호화폐는 단점을 갖고 있지만 쓸모없는 발명품이거나 공공의 위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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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elo Prates
Marcelo Prates 2021년 6월17일 17:34
출처=Luigi Boccardo/Unsplash
출처=Luigi Boccardo/Unsplash

코인데스크 칼럼니스트 마셀로 M. 프레이츠(Marcelo M. Prates)는 중앙은행 변호사이자 연구자이다. 본 기사는 더 노드(The Node) 6월 10일자 뉴스레터 에디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21년 5월은 암호화폐 업계에 잔인한 달이었다. 특히 3월 고점을 찍은 후 40%나 급락한 비트코인의 경우 더욱 그러했다. 동지에서 적으로(그리고 다시 동지로?) 시시각각 변하는 암호화폐의 높은 변동성 외에도, 암호화폐가 “복잡하고 어려운 과학 기술 용어들(technobabble)”과 “멍청한 자유의지론자(libertarian derp)”의 조합이 만들어낸 다단계 사기(Ponzi scheme)라고 주장하는 노벨상 수상자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또 한 번의 대대적인 암호화폐 채굴 단속 계획을 발표했고, 같은 달 말 랜섬웨어 피해 방지를 위해 암호화폐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높아졌다. 과연 지금이 암호화폐라는 야수를 죽여야 할 때인가? 아직은 아니다.

먼저, 무엇인가를 ‘금지’하면 잘해봐야 효과가 없거나 최악의 경우 역효과가 발생한다. ‘금주법의 시대(Prohibition)’부터 ‘약물과의 전쟁(War on Drugs)’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되돌아보면 제대로 이행할 수 없는 금지조치로 인해 잘못된 동기부여가 더 늘어나서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면 지금은 금지가 능사가 아니다.

둘째로, 암호화폐를 악과 범죄의 원흉으로 그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결국 비트코인이야말로 우리가 이 자리에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부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이르는 대안화폐를 논하고 있는 이유다. 암호화폐는 기술이 뒷받침된다면 다양한 재정적 대안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자금 발행의 주체는 더 이상 정부나 주권이 있는 영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암호화폐 및 그로부터 생겨나는 대안화폐의 경쟁 구도는 환영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 효과적인 재정적 대안이 개발되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와 중앙은행이 부실한 재정 운용으로 피해를 입는 이들이 신뢰할 수 있는 암호화폐를 언제든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돈으로 못된 장난을 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볼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블록체인을 통해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이동하는 비트코인의 작동 원리가 많은 이들에게 기존 금융 시장 인프라가 증권 거래와 대금 결제를 처리하는 방식을 재평가하도록 영감을 주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보수적인 기관인 중앙은행조차도 비트코인을 넘어 결제를 처리하는 블록체인과 분산원장 기술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오늘날의 재정 및 금융 시스템에 관한 기존의 사고방식에 비트코인이 미친 영향력은 절대로 과소평가될 수 없다.

또한 국가 간 지급결제에 있어 비트코인 모델은 현존하는 최고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비트코인은 특정 관할구역이나 국가에 속하는 통화가 아니므로, 캐나다 지갑에 있는 비트코인은 아르헨티나 지갑으로, 그리고 다시 케냐 지갑으로 중단 없이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다. 내가 다른 칼럼에서 말한 바 있듯, 법정통화를 사용하여 비슷한 결과를 얻기 위해 국가 간 요구되는 협력 수준은 손쉽게 달성될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범죄 척결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암호화폐는 악몽이라는 주장 역시 재고할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승인하는 곳은 적기 때문에, 암호화폐 보유자들은 일상적인 대금결제 또는 전통적인 방식의 투자를 위해 보유한 코인을 법정통화로 일정량 교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부당국은 암호화폐로 자금이 얼마나 유입 및 유출되는지, 또 암호화폐 거래에 참여하는 주체는 누구인지 파악할 수 있다.

개인 정보나 계정 인증서의 도용과 같은 사기를 제외하고, 암호화폐 보유자들은 코인과 법정 통화를 교환할 때 두 가지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 첫째는 페이팔(Paypal)이나 코인베이스(Coinbase) 같이 암호화폐와 법정통화의 전송인 및 수취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중개자를 활용하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직접 둘을 교환할 의향이 있는 이를 찾아 중개자와 기록이 남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신원확인을 피하기 위해서는 은행 전송 방식 대신 전통적인 현금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므로 법 집행의 관점에서 보면, 문제는 암호화폐 그 자체보다 언호스티드 월렛(unhosted wallets), 즉 지폐로 가득한 ‘개인지갑’이다. 만약 사용 가능한 지폐가 없다면, 이와 같은 확인되지 않은 거래는 불가능할 것이다.

 

채굴자는 중개자다

암호화폐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해서 암호화폐가 완벽한 해결책이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와는 거리가 멀다.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이 그리는 신뢰 가능한 중앙 기관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제 시스템라는 미래를 컴퓨터 전원과 고급 수학을 통해 실현시킨다고 해보자. 비트코인을 사용한 결제는 전산화된 노드(참여자)와 수학 문제를 푸는 채굴자를 통해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처리되고 정산될 것이다.

그렇지만 '탈중앙화(decentralized)'가 '탈중개화(disintermediated)'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비트코인 채굴자들은 지급인과 수취인 간의 비트코인 거래를 종결하고 기록하는 중개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토시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비트코인은 개인 간(peer-to-peer) 시스템이 아니다.

비트코인은 개인-채굴자-개인 간(peer-to-miner-to-peer) 시스템이다. 진정한 개인 간 자금 거래를 원한다면 현금 거래를 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비트코인 거래가 신뢰 가능한 제3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해서, 블록체인 기록을 보관하는 컴퓨터를 작동하는 사람들(노드), 결제 시스템이 기능하도록 하는 사람들(채굴자), 혹은 비트코인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사람들(개발자)이 비트코인과 전혀 무관하다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과 그 중 얼마 정도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지는 여전히 중요하다.

한 가지 예로, '51% 공격(51% attack)'의 위험을 생각해보자. 단일 주체나 조직이 거래 처리 및 정산에 사용되는 컴퓨터 자원의 50% 이상을 갖게 되면, 이들은 암호화폐를 통제할 수 있게 되고 심지어는 사기성 거래를 생성하고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은 공격이나 사기 이외에도, 암호화폐 인프라를 운영하는 사람들과 운영되는 장소 역시 중요하다. 암호화폐의 기반 소프트웨어 코드를 통제하는 주체와 코드가 변경되는 방식은 암호화폐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도, 무너뜨릴 수도 있다.

물론, 코드 개발자들은 다수의 노드 및 채굴자들이 업데이트된 소프트웨어 버전을 다운로드하고 설치하여 변경사항을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개발자와 채굴자가 단지 소수의 사람들만을 대표한다면, 탈중앙화와 합의에 대한 필요성은 신기루 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릴 것이다.

보다 자세히 말하자면, 일부 유명 인사들이 ‘비트코인 채굴 협의회(Bitcoin Mining Council)’를 출범하여 비트코인의 작동 방식에 대한 의견을 관철하고자 한다는 소식이 있다. 겉보기에는 선의에 기반한 환경적 의도를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협회’라는 호칭은 비트코인의 기본 원칙에 반하는 중앙화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암호화폐에 대한 담론은 옳고 그름 또는 선과 악의 대립 양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암호화폐는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단점을 갖고 있지만, 쓸모없는 발명품이거나 공공의 위협이 아니다. 암호화폐에 대한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각 정부는 암호화폐의 올바른 규제 시점과 방식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대중이 섣부른 유혹에 넘어가 속지 않도록 이끌어야 한다.

영어기사: 김예린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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