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건전한 가상자산 생태계 만드는 법'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출처=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건전한 가상자산 생태계 만드는 법'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출처=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건전한 가상자산 생태계를 만드는 법'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엔 거래소 '먹튀', 불법 다단계 등으로 피해를 봤으나 제도 미비 등으로 구제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참여해 피해 사례를 발표했다.

 

사례1: "거래소, 갑자기 출금 제한"

ㄱ씨는 2018년 초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제스트에 가입했다. 코스닥 상장사 한빛소프트가 지분 투자 통해 거래소 코인제스트 설립에 참여했다는 뉴스를 보고 코인제스트를 '믿을만한 거래소'라 판단했다. A씨는 코인제스트 거래소가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에도 투자했다. 

2019년 8월 코인제스트는 모든 회원의 암호화폐 출금을 정지시켰다. 투자자들이 항의하자, 코인제스트 대표 ㅈ씨는 '시스템 개선'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ㄱ씨는 투자금 5000여만원을 2021년 5월 현재까지 돌려받지 못했다. ㄱ씨를 비롯한 이용자 200여명은 코인제스트 임직원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법원은 최근 코인제스트가 투자자에게 예치금을 돌려주지 않은 행위가 횡령이나 배임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거래소의 벌집계좌(법인계좌)에 모인 예치금 중 법인 자금과 투자자의 자금을 구별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ㄱ씨는 "현재 대형 거래소 네 곳을 제외한 국내 거래소 백여곳이 모두 벌집계좌를 쓰고 있는데, 법원 논리대로면 이들 모두가 '먹튀'를 해도 면책권을 주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례2: '다단계 코인 예치, 이렇게 돈 떼어 갑니다'

ㄴ씨는 2020년 8월 암호화폐 예치 서비스 '티어원'에 가입했다. 친한 누나의 권유를 따랐다. 추천인 코드가 있어야만 가입할 수 있었다. 티어원을 기획·홍보한 젠서 재단의 대표는 본인이 "네이버 인물 검색에도 나오는 유명인"이라며,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원금과 이자를 모두 줄 수 있다"고 확언했다. 

티어원 측은 1만달러 상당 암호화폐를 예치하면 60%가량인 6000달러의 이자를 더해, 총 1만6000달러 상당을 매일 160달러씩 자체 포인트로 지급하겠다고 홍보했다. 이 포인트를 티어원 앱에서 이더리움, 젠서, 위쇼, 오로라, 네스트리 등 암호화폐로 교환한 뒤 빗썸으로 옮겨 매도하면 현금화 할 수 있다고 했다. 티어원은 투자자 등급을 5단계로 나눠, 하위 가입자가 생기면 상위 가입자에게 보상을 주는 다단계 구조로 투자자를 모았다. 

ㄴ씨는 10월29일까지 수차례에 걸쳐 암호화폐를 구매해 티어원에 예치했다. 총 4억원 가량이 ㄴ씨 통장에서 빠져나갔다. 티어원 측은 2020년 11월 포인트로 교환 가능한 암호화폐를 위쇼토큰(WET)으로 한정하고, 해당 토큰의 출금을 제한했다. 

이전까지 개당 34원이던 위쇼토큰 가격은 출금 제한 직후 7원까지 급락했다. ㄴ씨를 비롯한 투자자들은 "티어원이 위쇼 토큰을 의도적으로 대량 매도해 가격 하락을 주도했다"고 주장하며 젠서 재단 대표 등을 사기죄로 경찰에 고소했다. 투자자 120여명은 총 128억원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ㄴ씨는 "피해자 대부분이 직장인, 주부, 자영업자 등 코인을 한번도 해 보지 않은 이들"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자살한 사람까지 발생했다"고 호소했다. 

 

사례3: "암호화폐 시세조종 이렇게 한다"

암호화폐 발행 재단에서 일하며 코인 시세조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목격한 이의 증언도 나왔다. ㄷ씨는 국내 IT기업 L사가 몰타에 세운 E재단에서 2018년 7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약 1년반 동안 일했다. 

E재단이 발행한 E 암호화폐는 2019년 10월 중국 거래소 B에 상장된 데 이어, 2020년에는 국내 거래소 H에도 상장됐다. 국내외 거래소 상장 과정에서 ㄷ씨는 코인 재단과 암호화폐 거래소, 전문 시세조종 세력이 일명 '시세조종'을 위해 어떻게 손발을 맞추는지 가까이서 지켜봤다고 주장했다. 

ㄷ씨는 "내가 경험한 시세조종은 거래소 주도의 시세조종, 코인 재단에 의한 시세조종, 전문 세력에 의한 시세조종 등 세 종류로 나뉜다"고 말했다. ㄷ씨에 따르면 세 종류의 시세조종은 서로 긴밀한 유기적 관계로 이뤄진다. 

ㄷ씨에 따르면 거래소 주도의 시세조종은 거래소가 상장 코인의 가격을 직접 관리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예컨대 B 해외 거래소는 E재단이 발행한 암호화폐를 상장하면서, E재단에 시세조종 세력을 소개하며, E코인 가격 상승을 요구했다.

거래소가 소개한 시세조종 세력은 ㄷ씨에게 그동안의 코인 시세조종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며, "매달 1만달러와 재단이 발행한 코인의 50%를 주면, 원하는 만큼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홍보했다.

시세조종 세력은 E 재단이 지급한 코인을 이용해 거래소에서 '펌핑 앤 덤핑'을 반복하며 가격을 움직였다. 시세조종 세력은 매일 E 재단에 수익을 보고하고 수익을 정산 받았다. 거래소도 거래 수수료가 들지 않는 일명 '수퍼 계정'을 이 세력에 제공해 시세 조종을 도왔다.

실제 E 코인 가격은 B 거래소 상장 직후 최저 0.02달러에서 최대 0.6달러까지 30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곧 E 코인 매수를 원하는 투자자가 B 거래소에 모여들었다. 그 결과 E 코인은 상장 당일 B 거래소 거래량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암호화폐공개(ICO) 등 물량 일부가 거래소로 유입되며 가격이 폭락했다. 그러자 B 거래소는 E 재단에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상장 폐지하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E 재단은 B 거래소와 협의해 나흘간 코인 입출금을 막고, 시세조종 세력을 통해 코인 가격을 유지시켰다. 일명 '가두리 펌핑'이다.

ㄷ씨는 "코인 발행 기업과 거래소, 시세조종 세력이 부당한 이득으로 인한 피해가 개인 투자자에게 고스란히 넘어가는 구조"라고 이를 제재할 법·규제 장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병욱 "업권법, 예방·처벌 가능"

김병욱 의원은 "세 건의 피해 사례를 들으며 가상자산업권법으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범죄 행위를 사후에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니,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개정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자금세탁 방지와 테러자금 조달 차단만을 목적으로 해, 가상자산 산업을 육성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엔 상당히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5월 '가상자산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업권법)'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증권의 성격을 가진 가상자산과 그 관련 서비스에 자본시장법의 규정을 우선 적용하고(제3조 2항),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라도 국내 시장이나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친다면 규제하는(제4조)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신의성실 원칙(제10조)과 이해상충 관리 의무(제11조), 가상자산 관련 정보 공시 의무(제14조) 등 가상자산사업자가 지켜야 할 사항도 규정했다. 

지난해 7월부터 김병욱 의원이 구성한 가상자산업권법 TF에서 국내 실정에 맞는 업권법을 연구한 조정희 법무법인 디코드 대표 변호사는 "가상자산을 제도화함으로써 건전한 시장 질서와 신뢰성을 확보하는 게 가상자산업권법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설명했다. 

3일 '건전한 가상자산 생태계 만드는 법'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3일 '건전한 가상자산 생태계 만드는 법'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정인선 한겨레신문 정인선 기자입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3년여간 코인데스크 코리아에서 블록체인, 가상자산, NFT를 취재했습니다. 일하지 않는 날엔 달리기와 요가를 합니다. 소량의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클레이(KLAY), 솔라나(SOL), 샌드(SAND), 페이코인(PCI)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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