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왼쪽)와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레터지 CEO(오른쪽). 출처=Steve Jurvetson/Wikimedia Commons(왼쪽), 마이크로스트레터지 페이스북(오른쪽)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왼쪽)와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레터지 CEO(오른쪽). 출처=Steve Jurvetson/Wikimedia Commons(왼쪽), 마이크로스트레터지 페이스북(오른쪽)

지난달 일론 머스크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 비트코인이 채굴되는 과정에서 탄소발자국을 너무 많이 남긴다는 비판이 고조되던 상황에서 머스크도 비판 대열에 합세한 것이다.

그러자 마이크로스트래터지의 마이클 세일러 CEO는 머스크에게 채굴자나 채굴업 종사자와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머스크가 그런 적은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답하자 세일러는 곧바로 자리를 주선했다. 북미 대륙에 있는 주요 채굴업자들을 한자리에 모은 것이다.

모임은 비트코인 채굴협의회(Bitcoin Mining Council)라는 이름의 조직으로 거듭났다. 그러자 이내 모임을 향한 비난이 빗발쳤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감히 비공개회의를 진행한 건가? 도대체 협의회에 누가 들어갔나? 덩치 큰 채굴자들이 한데 모였으니, 다음 수순은 당연히 채굴자들끼리 담합해서 마음만 먹으면 비트코인 네트워크 자체를 검열이라도 할 계획인가?

마이클 세일러가 컨센서스 2021 행사에서 자세히 해명했듯이, 모임은 채굴자들이 채굴에 드는 에너지를 어떻게 조달하며 관련 전략이 무엇인지 머스크에게 설명하는 자리였다. 비트코인 채굴에 드는 에너지 관련 데이터를 투명하게 모으고, 가급적이면 재생에너지를 쓰는 비중을 늘리도록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자들을 유도하기 위해 비트코인 채굴협의회라는 조직을 만들게 된 것이다.

두 가지 모두 비트코인 업계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이다. 채굴업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정확히 알려면 대표성이 검증되지 않은 일화나 소문에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비트코인 대부분이 실은 '더러운' 화석연료를 무책임하게 때서 채굴한 거라는 비판을 잠재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무기도 객관적인 데이터다. 더 많은 채굴자가 이 계획에 동참하게 되면 재생에너지 비중이 실제로 늘어날 수 있고, 그럼 탄소발자국 때문에 받는 비판도 줄어들 것이다.

비트코인 커뮤니티는 조금이라도 중앙화가 의심되는 움직임이 일자 당연히 아주 강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 실은 이런 민감한 반응도 비트코인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일종의 안전장치다.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이들이 서로 늘 감시하고 있다는 뜻이며, 비트코인의 가장 큰 원칙이라 할 수 있는 탈중앙화를 어떤 식으로든 무력화하거나 에둘러 가려는 시도는 반드시 강력한 저항과 비판에 부딪혀 좌절되리라는 것을 분명히 상기시켰다.

모임에 참석한 세일러, 머스크, 채굴자들이 비트코인의 탈중앙화를 무력화할 생각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탈중앙화 원칙이 훼손되면 비트코인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다. 비트코인의 대표적인 이해당사자들이자 비트코인에 상당한 자산을 투자한 이들이 그런 생각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세일러가 말한 것처럼 정말로 비밀리에 무언가 음모를 꾸미려 했다면 처음부터 모임 사실을 만방에 알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의심스러운 점이 보이자 곧바로 들고 일어난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높은 경계심은 돋보인다. 실제로 탈중앙화 원칙이 무너진다면 그건 아마도 모두가 방심했을 때 우연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난 작은 사고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우리는 인터넷이 진화하면서 초기의 원칙이 그렇게 무너지는 걸 똑똑히 지켜봤다.

나는 세일러와 머스크가 지향하는 바와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분명한 반응을 보면서 어느 정도 안심했다. 지금 비트코인 커뮤니티에는 정말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면 언제든 행동에 나설 준비가 된 사람들이 많다는 게 증명됐기 때문이다. 또한, 의미 있는 걸 시도하더라도 선을 넘지 않으려고 주의하는 이들이 많다. 이는 모두 비트코인의 미래가 밝다는 증거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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