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코인데스크에서 일하며 배운 것
코인데스크US 리서치 팀장이 떠나며 남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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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elle Acheson
Noelle Acheson 2021년 6월3일 17:04
출처=Austin Distel/Unsplash
출처=Austin Distel/Unsplash

코인데스크US 리서치 팀에서 일하며 매주 크립토 롱앤쇼트(Crypto Long & Short) 뉴스레터를 썼던 노엘 아케손 팀장이 코인데스크US를 떠나기 전 마지막 뉴스레터를 통해 지난 5년간 자신이 느끼고 배운 것들을 정리해 풀었습니다.

암호화폐 업계 사람들은 종종 이 바닥에선 한 달이 일 년 같다는 자조적인 농담을 한다. 보통은 한참 걸려서 일어나는 변화들이 하루가 멀다고 시시각각, 정신없이 일어나다 보니 나오는 말인데, 실로 역동적인 암호화폐 업계를 생각하면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반대로 변화가 아니라 시간이 흐르는 속도를 놓고 보면 암호화폐 업계의 시간은 쏜살같이 흐른다. 한 달이 일주일 같다. 정신없이 지나온 지난 5년을 돌아보고 주요 사건이나 교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란 무척 어렵다는 걸 독자 여러분도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

새로 알게 된 지식과 원래 다들 알고 있던 걸 구분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암호화폐 생태계는 수많은 기본적인 원리, 개념들이 섞이고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새로운 세계다. 이곳에선 배움이 곧 진리가 된다.

코인데스크US에서 보낸 5년 동안 내가 배운 것들의 정수만 뽑아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인 만큼, 오늘 마지막 뉴스레터에선 지난 시간을 돌이켜볼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담담히 풀어보려 한다.

 

1. 사람들은 돈을 잘 모른다

"도대체 비트코인은 그 가치를 뭐로 담보하죠?"

암호화폐 매체에서 일하기 시작한 초반에는 전통적인 금융 분야 종사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반문하곤 했다.

"그럼 달러의 가치를 담보하는 건 뭔데요?"

내 질문에 돌아온 답은 각양각색이었다. 미국의 GDP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막강한 전력의 군대가 달러를 지탱한다고 답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빚을 내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충분한 신뢰와 신용(full faith and credit)"을 언급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달러 지폐, 동전에 새겨진 "우리가 믿는 신 아래(In God We Trust)"를 언급한 사람도 없었다. 몇 차례 질문을 이어가다 보면 사람들은 그제야 깨닫는다. 달러의 가치를 담보하는 건 다름 아닌 신뢰라는 것을.

즉 미국의 GDP 지표 자체가 아니라 그 지표에 대한 믿음, 미군의 전력이 아니라 군대와 군을 통제하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결국은 달러를 지탱하고 그 가치를 보증하는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고 나면, 암호화폐의 가치를 담보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신뢰라는 논리에 수긍하는 이들이 많았다.

매번 놀라웠던 건 신뢰가 가치를 담보하는 핵심이라는 논리에 가장 맹렬히 반대하는 이들이 대개 경제학을 충분히 배웠거나 투자와 관련한 여러 가지 기본 지식을 알 만큼 아는 사람들이라는 점이었다. 누구나 신념에 가까울 만큼 확고한 의견은 좀처럼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더 일찍 깨달았어야 덜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2. 답변보다 질문이 더 중요하다

어떤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끝없는 노력은 과학의 진보를 이끌었다. 무언가에 대한 설명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신뢰를 낳았다. 모르는 것에 대한 지식을 쌓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설명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답을 얻지 못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세계를 관장하는 전지전능한 존재를 상정해놓고 무언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게 될 것이다.

이는 경제학, 정치학은 물론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되는 이야기다. 우리는 대개 세대를 거치며 전수된 지혜와 교과서에 쓰여 있는 말을 받아들인다. 전통적인 교육에서 학생은 주어진 답에 의문을 제기해선 안 됐다. 교과서에 실린 정답을 외우는 것이 곧 교육이었다.

그런데 가끔 이전에는 닿을 수 없던 새로운 세계를 탐구하고 관찰하는 데 필요한 도구가 나타날 때가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바로 그런 도구였다. 그래서 전에는 감히 던질 수 없던 질문이 제기된다. 돈이란 무엇인가? 합의란 무엇인가? 이게 왜 중요한가? 당국은 개인이 누리는 금융의 자유를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어야 할까? 왜 자본시장은 모든 기회에 누구나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가?

이 질문들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3. 오늘날 세상에는 더 많은 철학자가 필요하다

이미 주목해야 하는 철학자 반열에 오른 크레이그 웜케나 앤드루 베일리 외에도 더 많은 이들이 있을 것이다. 암호자산이 가져올 수 있는 변혁의 잠재력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우리가 그동안 잘 모르면서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했던 원칙에 관해 다소 불편하더라도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은 소유자 정보가 돈에 표시돼 있지 않은 무기명 자산(bearer asset)이다. 달러 지폐의 주인은 그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 원래 이 돈이 누구 것이라고 쓰여있지 않다. 이게 왜 중요한지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함의를 이해하고 흥분하는 사람도 있다. 둘 다 개인의 재산권에 대한 가정을 기반으로 한 반응이다.

인류 역사에서 무기명 자산이 인정된 시기는 그리 길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덧 여기에 너무 익숙해져서 무기명 자산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지금은 말도 안 되는 공상과학 소설처럼 여기지만, 수백 년이 흐른 뒤에는 모두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 또 뭐가 있을까? 반대로 오늘날은 누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미래에는 그렇지 않게 되거나 사라질 것도 많을 것이다.

인간은 수많은 가정과 약속 위에 사회를 세웠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우리가 하는 가정에 대해 잊곤 한다. 그러다 어느 날 누군가 당연한 것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면 오래된 가정이 새로운 관점과 만나 혁신을 낳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신원 문제"를 해결하려는 프로젝트가 정말 많다. 그런데 신원 혹은 정체성으로 번역되는 "identity"란 정확히 무엇인가? 누가 신원을 결정하나? 사회가 기능하기 위해 우리는 구성원이 스스로 신원을 정할 수 있게 허락하고 있나? 아니면 중앙의 권력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신원을 관리하기 위해 그 범위를 정하고 통제하고 있나?

수많은 해결책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대부분은 처음에만 반짝 주목을 받거나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하고 사라져버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엉뚱한 데 헛심을 쓰는 잘못된 해결책이었거나 문제는 파악했지만, 이를 풀 만큼 깊이 파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럴 때 문제의 핵심에 집중하도록 도울 수 있는 것이 바로 철학적 원칙과 그를 바탕으로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4. '어떻게'보다 '왜'가 중요하다

물론 어떻게 하느냐도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이걸 왜 하는지 근본적인 동기를 잊어버리는 순간 우리는 익숙한 방식으로 적당히 타협하며 실패한 관행을 답습하고 말 것이다.

매일 돌아오는 마감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공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다 보면 단기적인 목표에 집착하게 된다. 단기적인 목표를 이루면 스스로 칭찬하고 나서 곧바로 다음 것을 찾게 되는 삶이 반복된다. 처음에 어떤 목표를 가지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는 금세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물론 작은 것을 하나씩 성취해나가는 일도 중요하다.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보다는 앞으로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것이 낫다. 그러나 가장 큰 진보는 큰 목표를 달성했을 때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목표가 크고 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많을수록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다.

출처=Giammarco/Unsplash
출처=Giammarco/Unsplash

5. 장애물을 건설적으로 활용하는 법

그 사람의 적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옛말이 있다. 혁신적인 프로젝트의 잠재력을 가늠할 때도 비슷한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어떤 프로젝트가 얼마나 야심 찬지 알아보려면 목표를 향해 가는 길에 어떤 장애물이 있는지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된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한 번이라도 만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그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안다. 알아서 뚝딱 만들어지는 건 없다. 새로운 걸 만들어본 사람은 기회를 잡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을 함께 보는 시야를 배운다. 그 장애물을 만든 이와 힘을 합쳐 장애물을 낮추거나 치울 수도 있다. 아니면 둘러 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보통 장애물 하나를 피하면 다른 장애물이 나타나기 마련이지만, 어쩌면 새 장애물이 넘기 더 쉬울 수도 있다. 어쨌든 이 간단찮은 과정에서 우리는 새로운 걸 발견하게 되고, 이 발견을 통해 장점은 극대화하고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그래서 결국엔 최종 목표가 중요하다. 단기적인 성과나 작은 걸림돌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체력은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열정에서 나온다. 무엇이든 가치 있는 것은 쉽게 얻을 수 없는 법이다.

 

6. 아무리 진지한 일이라도 즐기면서 할 수 있다. 아니, 즐기면서 해야 한다.

도지코인, NFT, 래퍼와 운동선수들까지... 유명인들이 그저 귀엽거나 화려한 무언가에 이끌려 잠시 암호화폐 업계에 발을 담근 거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억만장자들이 트윗 몇 개로 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걸 보면 실제로 암호화폐 시장은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암호화폐와 관련한 모든 것을 다 근본 없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해버리는 건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기회를 놓쳐버리는 일이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접근해서는 절대로 그 대상을 제대로 알 수 없다.

겉으로 드러나는 귀엽고 화려한 것들이 실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거기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새로 등장한 젊은 세대는 투자에서도 기성세대와 뚜렷하게 다른 가치관과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윗 하나에 시장이 들썩이는 건 사실이지만, 원래 시장은 이야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며, 시장의 태도는 방향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바뀐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이런 일이 엄연히 일어난다는 건 그래서 오히려 암호화폐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암호화폐 시장에선 앞으로도 괴짜 때문에 당혹스러운 순간이 자주 있을 것이다. 많은 경우 괴짜들은 거품일 뿐이다. 때론 윤리적으로 선을 넘을 때도 있고, 노골적으로 사기를 치려는 사기꾼이 괴짜로 포장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항상 그런 건 아니다.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큰 그림을 보면 괴짜들은 때로 이 기술이 무엇을 어떻게, 왜 바꿔낼지에 관해 중요한 힌트를 준다. 괴짜들의 엉뚱한 행동 때문에 암호화폐 산업의 탄탄한 구조나 기저에서 일어나는 블록체인 기술 연구가 제대로 주목받지 못할 때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어차피 암호화 기술,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고, 이를 창조적으로 구현하고 이용하려는 시도는 엉뚱한 도전을 포함해 많을수록 좋으니 말이다.

다양한 도전을 환영해야 한다고 말했으니, 다양성에 관한 이야기로 글을 맺으려 한다.

 

7. 암호화폐 산업은 이 업계에 뛰어든 사람들 덕분에 성공할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당연히 포함된다.

지난주 코인데스크가 개최한 컨센서스 2021 행사를 지켜본 분이라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잘 아실 거다. 다양한 분야에서 유능한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폭넓은 주제를 깊이 있게 다뤘다. 같은 사안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공유했다. 이제 컨센서스는 지리적으로, 인구 분포에 있어서, 또 전문 분야에 있어서도 명실상부 세계적인 행사가 됐다.

컨센서스 행사에서 무대에 오르거나 줌을 통해 발표한 연사들의 직업만 보더라도 기업가, 규제 당국 관계자, 예술가, 애널리스트, 운동선수, 변호사, 디자이너, 경제학자, 트레이더, 투자자, 개발자, 작가까지 다양했다.

당신이 위에 나열한 직군에 속하지 않더라도, 심지어 암호화폐 업계에서 일해본 적이 없고, 관련 프로젝트를 맡아본 적도 없어서 여전히 블록체인에 관해 낯선 것투성이라도 상관없다. 지금 당신이 이 기사를 읽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우리가 만들어갈 변화에 동참한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이 변화에 함께하기로 한 당신의 선택은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고 환영받을 것이다.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다양성은 넘어지고 쓰러졌을 때 다시 일어설 힘의 원동력이 된다. 우리가 함께 일하든, 아니면 서로 언쟁을 벌이거나 경쟁하는 사이든 서로 다른 우리가 큰 목표 아래 나아간다는 것 자체가 암호화폐 업계의 기반을 튼튼히 다진다. 사실 암호화폐 업계에 뛰어든 이들이 처음에 이 분야에서 느낀 가장 큰 매력이 아마도 다양성이었을 거다.

Tag
#칼럼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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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융 2021-06-04 21:16:43
좋은글 감사합니다. 제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