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ichael Fortsch/Unsplash
출처=Michael Fortsch/Unsplash

최근 시장이 폭락하는 흐름을 보이자, 암호화폐의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는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4월 14일까지만 해도 6만5000달러에 달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약 5주 뒤인 5월 19일에 3만달러까지 폭락했다. 특히 3만달러를 기록한 20일 전날인 19일에는 약 4만3000달러에서 하루 새 비트코인 가격이 -30% 가량 빠졌다. 알트코인의 경우에는 이날 하루에만 가격이 반토막 넘게 나는 코인들이 수두룩했다.

시장에 표준화된 제도가 없다 보니, 암호화폐를 이용한 사기 사건도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26일 경찰청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암호화폐 관련 범죄 피해액은 5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사람들이 암호화폐를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이 불안정해 보이는 암호화폐에 전통 기관을 포함한 시장 참여자들이 계속해서 뛰어들고 있고, 기존 제도권에서는 실행하기 어려운 새로운 실험들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부정적인 측면을 비추지 않을 이유도 없지만, 이럴 때일수록 자칫 발생하기 쉬운 선입견은 걷어내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마침 최근에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기존 인식을 비틀어 볼 만한 소식이 몇 가지 나왔다.

 

#1 제도권: 고위공직자는 암호화폐 업계로 이직해선 안될까

지난 26일 금융감독원 부국장 A씨의 퇴직 소식이 들려왔다. A씨는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에 취직하기 위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앞둔 상태로 알려져 있다. 국내 고위공직자가 암호화폐 업계로 이직을 희망한 사례는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 사례는 법무부 장관정책보좌관실에서 근무하던 B검사가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변호사로 이직하기 위해 사표를 내면서 나왔다. 이후 B검사의 이직은 결국 무산됐다. 

고위공직자의 암호화폐 거래소 이직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의 이직 시도에 비판 여론이 형성되는 이유는 제도권에서 그들이 가진 권한 때문이다. 일명 ‘관피아’로 불리는 문제다. 관에서 가졌던 권한을 이용해 제도권보다 주무르기 쉬운 암호화폐 분야의 사리사욕을 채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번 소식의 경우, 통상적인 관피아 논란과는 거리가 있다. A씨가 맡았던 업무도 암호화폐 감독과는 무관했을 뿐더러, 암호화폐 거래소가 금감원의 직접적인 감독 기관도 아니다. 

오히려 제대로 된 규제가 없는 암호화폐 산업에 평소 암호화폐 규제에 관심이 많았던 관 출신의 인사가 영입될 때 발생하는 긍정적 효과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미국에서는 전 미국 통화감독청(OCC) 청장 출신인 브라이언 브룩스가 바이낸스 미국 지사의 최고경영자(CEO)로 이직한 사례가 있다. 관 출신 인사가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도 아닌 소재지가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바이낸스의 미국 지사로 갔다는 점에서 훨씬 파격적이다.

뿐만 아니라 브룩스 CEO는 OCC 청장을 역임하기 이전에 코인베이스의 수석법률책임자를 지냈다. 미국은 증권의 범주 안에 드는 암호화폐를 엄격히 관리하면서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이처럼 인사 이동에는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제도권과 암호화폐 업계간의 인사 채널 자체를 막기보다는, 이들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공정한 감독 시스템과 합리적인 규제 컨센서스를 고민해야 할 때다.

 

#2 투자: 이해관계자의 암호화폐 투자, 해서는 안되는 걸까   

얼마 전 폭락으로 투자 관련 소식이 쏟아져 나왔다. 폭락에 좋은 소식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돈을 잃었다는 투자자들의 뉴스가 대부분이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번엔 지인의 투자 소식이 기사화되기도 했다. 나의 전 직장인 J미디어의 상사이자 업계 인플루언서인 C씨가 큰 돈을 잃었다는 소식이었다. C씨의 사연이 실린 뉴스에는 ‘이해관계자의 암호화폐 투자가 정당한가’에 대한 문제의식도 딸려왔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주식 직접 투자가 제한돼 있는 것처럼, 암호화폐를 다루는 이해관계자들도 룰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C씨는 “암호화폐 투자를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관련 내용을 다루는 사람이 투자 내역을 밝히지 않는 건 문제”라는 본인의 룰을 유튜브 채널에서 밝혔다. 실제로 J미디어 시절부터 C씨는 본인의 암호화폐 투자 내역을 공개했다.

그럼에도 제도권 자산보다 시장조작이 쉬운 암호화폐를 업계의 인플루언서가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로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적은 돈으로도 가격을 움직일 수 있는 암호화폐에 투자한 뒤, 관련 코인을 홍보했을 때만 일어난다. C씨는 업계에서 이러한 의혹이 불거지지 않은 인물 중 하나다. 투자 포트폴리오 역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주요 암호화폐나 대형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토큰으로, 모두 개인 단위로는 시장조작이 불가능한 규모다.

무엇보다 암호화폐 이해관계자는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투자를 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디파이만 해도 기존 자산과 비교했을 때 생소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직접 투자를 하지 않으면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기 하기 어렵다. 최근 C씨가 디파이 예치·대출을 하면서 담보로 놓은 암호화폐가 청산된 과정을 모호하게 적었거나 잘못 쓴 기사들이 많은데, 디파이를 직접 이용해보지 않았으면 당연히 그 과정을 모를 수밖에 없다. 디파이의 예치·대출이 일반적인 예치·대출과는 개념적으로 상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암호화폐의 특성은 이해관계자들이 투자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를 동의할 수 없게 만든다. 업계 이해관계자들의 투자에 공정한 룰이 있어야 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그 수위가 시장의 이해도를 떨어뜨릴 정도로 비합리적으로 형성되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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