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케이시] 비트코인과 친환경 전력망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5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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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2021년 5월24일 20:37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들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이번 주 있었던 암호화폐 가격 급락의 주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가격 하락은 투자자들의 매도세를 더 부추기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엔 부채가 상황을 악화시킨 원인이 됐다. 암호화폐 가격이 떨어지자 레버리지를 일으켜 베팅했던 투자자들은 암호화폐를 팔아 빌린 돈을 갚아야만 했다. 물론 금융 시장이라면 어디든 존재하는 위험이겠지만, 그럼에도 이번 주 사태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대출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시스템상의 문제점은 나중에 다뤄보고, 우선 이번 주엔 다른 종류의 시스템인 에너지 경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최근 비트코인 매도세에 크게 기여한 “투자자와 기업들은 채굴에 막대한 에너지가 드는 비트코인 투자를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이야기다. 이 주장은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지난주 자사 차량의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한다며 기존 입장을 번복하면서 한층 더 불거졌다.

이 문제에 대한 주류의 논의는 매우 피상적인데, 여느 때와 같이 비난의 화살을 딴 데로 돌리고 현실을 부정하는 암호화폐 커뮤니티의 행태 역시 그리 낫다고 볼 순 없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회에서 권력을 만들고 분배하며 이를 사용하는 규칙을 만들어내는 경제적 유인책이란 전체 시스템 안에, 비트코인을 어떻게 조화시킬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제야 비로소 비트코인 채굴이 온실가스 배출 주범이 아닌 신재생 에너지 개발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주제가 바로 5월 24~27일 진행되는 코인데스크US의 ‘컨센서스 2021’ 콘퍼런스에서 주로 다루게 될 주제다. 라엘 브레이나드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와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 레이 달리오 등 300명 넘는 연사들이 나흘간에 걸쳐 토론을 이어갈 이 대규모 온라인 행사를 위해 세계경제포럼(WEF) 블록체인 소장이자 ‘돈을 다시 생각하다’ 팟캐스트 공동 MC인 쉴라 워렌과 내가 오는 24일과 28일 양일간 코인데스크 TV에서 1시간짜리 특별 세션의 공동 진행자로 나설 예정이다. 해당 세션의 토론 주제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목표를 추구하는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가져다주는 기회와 도전과제’이다.

 

전력망의 탈중앙화를 이룰 비트코인

이번 주 암호화폐 시장 급락의 원인은 과도한 레버리지부터 중국 정부의 규제강화 선언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를 부추긴 지난주에 있었던 결정적 사건 2가지를 꼽아보면, 콜로니얼 파이프라인(Colonial Pipeline)의 랜섬웨어 공격과 일론 머스크가 제기한 비트코인의 탄소 발자욱이다.

첫 번째 사건은 미국 최대 송유관 운영사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해커들에게 비트코인을 지불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이로 인해 암호화폐는 범죄와 연관성이 높다는 대중의 잘못된 인식을 다시금 일깨웠을 뿐만 아니라, 미 감독당국에서 강력한 규제안을 내놓을 것이란 우려 또한 대두됐다.

두 번째 사건은 한때 비트코인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머스크가 비트코인 채굴에 드는 엄청난 에너지 소비량에 모든 이목을 집중시켰고, 그렇게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과 기관들에 비트코인 투자를 재고하란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하지만 이 두 사건 모두 비트코인과 에너지 사이에 훨씬 긍정적인 관계가 형성되도록 도울 수 있으며,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낼 기회를 제공한다. 이게 바로 오늘 칼럼에서 내가 말하고픈 주제이며, 머스크가 이 칼럼을 읽길 바란다.

출처=Chelsea/Unsplash
출처=Chelsea/Unsplash

에너지 시스템의 최적화

먼저 아래 내용을 살펴보자.

■ 기후변화는 현실이며, 신재생 에너지로의 대대적인 변화를 요구함과 동시에 그런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 디지털화 된다 해도 지금의 에너지 인프라로는 미국 동부 지역에 석유를 공급하는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의 송유관 가동을 중단시킨 해킹 사건과 같은 공격에 점점 더 취약해질 것이다.

■ 에너지는 경제 전체의 번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좋든 싫든 비트코인은 계속 존재할 것이다.

■ 비트코인은 채굴자들이 최저 비용으로 최고 효율을 내는 에너지원을 찾아 지속적인 경쟁을 하도록 만들 것이며, 채굴자들은 그런 에너지원이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찾아갈 것이다.

■ 기술의 발전으로 신재생 에너지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 됐다(반면 화석 연료는 시간이 갈수록 더 값비싼 원자재가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할 때 나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비트코인 채굴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비트코인이 우리 사회가 에너지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것을 도와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 보안을 갖추게 할 수 있다고도 본다.

우린 비트코인으로 지금보다 더욱 탈중앙화된 에너지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전력망은 대규모 발전 시설과 생산된 전기를 발전소에서부터 각 지역 사용자들에게 공급하는 길고 거대한 전송선으로 구성된 중앙화된 모델에 기반하고 있다. 또한 연료 공급체인 역시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처럼 하나의 긴 송유관을 사용하는 단일 정유사에만 의존하는 중앙화된 구조로 설계돼 있다.

이런 구조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기 전까지 우리는 화석 연료가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라는 이유로 이 구조를 계속해서 유지해왔다. 태양광이나 풍력 에너지는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풍부한 에너지원인 반면, 화석 연료는 구할 수 있는 곳이 제한돼 있으며 대대적인 산업 활동을 통해서만 이용 가능한 전력으로 바꿀 수 있다. 우리가 중앙화된 기존 모델을 바꾸지 않는 한, 이 구조를 지탱하는 화석 연료 업계를 계속해서 정당화하고 이들 업계에 지속적으로 혜택을 주게 될 것이다.

지금의 에너지 시스템이 비효율적이란 건 이미 자명한 사실이다. 장거리 운송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지, 운영하는 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들고, 전력 운송 시 발전소에서 최종 목적지까지 전기를 보내는 과정에서 상당한 전력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시스템 설계도 해커 공격에 취약하게 만들어져 있다. 파이프라인과 같은 운송에 필요한 구성 요소 한 곳을 공격해 가동이 중단되면, 게다가 그게 대단위 인구가 밀집해 있는 경제 커뮤니티에 연결돼 있다면 해커 입장에서 해킹 공격을 조직하고 실행하는 데 드는 비용 대비 훨씬 많은 대가를 얻을 수 있다. 반면 분산형 소규모 시스템 여러 곳을 공격해 동일한 결과를 얻으려면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즉, 사용자와 가까운 곳에 있는 에너지원을 활용하는 탈중앙화된 시스템이 필요하다. 풍력이나 특히 태양광을 이용한다면 이런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서로 연결된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로, 평상시엔 각기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전력을 공급하지만 전력망에 문제가 생겨 전력 공급이 중단되거나 전력이 부족해질 경우, 타 지역 사람들에게도 전력을 공급해줄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

제대로 설계만 된다면 탄소 배출량은 대폭 줄이고 효율성은 늘린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 높은 보급률과 다중성(redundancy)이나 백업 기능 덕분에 해킹 공격에도 덜 취약해질 것이다. 그리드 여러 곳을 동시에 공격해야만, 콜로니얼 파이프라인 사태 때 해커들이 미국 동부 전 지역을 볼모로 얻었던 큰돈을 얻을 수 있으므로, 해커들은 공격할 유인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테슬라 운전자들에게 송유관을 통해 운반된 휘발유는 필요 없겠지만 마이크로그리드 운영업체들이 자사 사업을 위해 전국 곳곳에 설치한 충전소에서 전기를 저렴하고 간편하게 충전할 수 있다면 좋지 않겠는가? 바로 이런 시스템을 머스크가 원하고 있을 것이다.

출처=Andreas Gucklhorn/Unsplash
출처=Andreas Gucklhorn/Unsplash

탈중앙화된 그리드 개발을 도울 비트코인

그런데 이게 최근 머스크가 등을 돌린 비트코인과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지역사회에서 신재생 에너지 기반의 마이크로그리드 개발을 주저하는 이유는 바로 막대한 초기 경비 때문인데, 이 문제를 비트코인 채굴이 극복하게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채굴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충분히 저렴한 비용으로 전력을 이용할 수만 있다면 그게 어디든 쉽게 채굴장을 지을 수 있으며, 가치를 즉시 창출할 수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 소규모 수력댐을 활용한 마이크로그리드처럼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 개발업체들과 사업 계약을 맺는 미국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채굴 인프라 기업 그리드(GRIID)의 전략 담당 부사장 해리 수독이 최근 ‘돈을 다시 생각하다’ 팟캐스트에 나와 말한 것처럼, 그리드 운영업체들이 시스템 구축을 시작하는데 드는 초기 비용을 조달할 수 있도록 채굴업체가 수익을 보장해주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피터 틸의 투자로 설립된 레이어1(Layer1)이 있는 텍사스처럼, 그리드 운영업체가 채굴업체와 거래를 맺어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에는 채굴업체에서 초과 생산된 전력을 사용하고, 수요가 급증하는 시간대에는 채굴기를 가동하지 않도록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각 가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이 사람들이 대부분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낮 동안엔 많은 양의 전기를 생산하지만,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는 저녁 시간에는 전력을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는 이른바 ‘덕 커브(duck curve)’ 현상을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그리드 운영기업들이 수년간 어려움을 겪어온 부하 관리 문제를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 사용을 확대함으로써 정책입안가들이 더 지속 가능하고 안전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진정한 기회가 여기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비트코인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줄 알아야 하고, 비트코인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 추진을 장려할 유인책에 무엇이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보통 저수익에 시달리는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이 사용 에너지원을 고르는 기준은 명확하다. 에너지원이 무엇이건 저렴하다면 그것을 쓸 것이다. 공개적, 그리고 비공개적으로 보조금을 제공해 화석 연료를 활용한 비트코인 채굴을 가능하게 한다면 채굴업체들은 계속해서 화석 연료를 사용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구조를 바꿔놓지 않는다면 비트코인의 탄소 발자국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은 좋거나 나쁜 도덕의 문제가 아닌 하나의 경제 시스템으로서, 좋든 싫든 계속해서 존재할 것이다.

에너지가 실제 소비되는 장소와 가까운 곳에서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하도록 시스템을 탈중앙화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며, 탈중앙화된 가치망인 비트코인이 그런 미래를 실현하는 과정을 도울 것이다.

 

모든 것은 관점의 차이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 비트코인 매거진(Bitcoin Magazine)이 다음 달 마이애미에서 오프라인 비트코인 콘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이 행사를 앞두고 이번 주 암호화폐 시장에서 대거 매도세가 나타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코인데스크의 ‘컨센서스 2021’ 가상 콘퍼런스가 열린 이후 개최되는 행사라 다소 중복되는 느낌이 있는데, 나는 참석 계획이 없지만 많은 지인들이 파티를 즐기러 가겠다는 말을 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슈퍼 전파자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거두기가 어렵다. 그리고 나쁜 의도는 없다 할지라도 코인데스크US 기고자 제프 윌서가 지적한 것처럼 바로 다음달에 오프라인 콘퍼런스를 개최한다는 건 현실과 좀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

지난 2014년 1월 말, 마이애미에서 개최된 북미 비트코인 콘퍼런스(North American Bitcoin Conference)에서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였던 나는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소 순위 1위였던 마운트곡스(Mt. Gox) 이용자들이 인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길 듣는다.

그 후로부터 몇 주 뒤 마운트곡스는 파산했고, 북미 비트코인 콘퍼런스가 열리기 수주 전 5배가량 올랐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200달러까지 곤두박질친 뒤 한참을 그 가격대에 머물렀다. 콘퍼런스를 앞두고 비트코인 랠리가 이어진 바람에 물론 요즘처럼 회의 참석자들에게 큰 관심이 쏟아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꽤나 떠들썩한 축하 행사가 됐다. 코인데스크의 컨센서스 2021과 경쟁 구도를 이루는 비트코인 매거진의 콘퍼런스가 올해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해진다.

지난 2014년 호황 장세 직후 폭락장을 이끈 마운트곡스 사태가 준 진정한 교훈은 이렇게 급격한 낙차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리 중요치 않다는 것이다. 기간을 각기 다르게 잡은 두 개의 차트가 이를 잘 보여준다.

출처=슈아이 하오/코인데스크
출처=슈아이 하오/코인데스크

2014년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가파르고 위험하게 움직이는 듯했다. 하지만 기간을 2021년까지로 늘려잡아 보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출처=슈아이 하오/코인데스크
출처=슈아이 하오/코인데스크

주황색 화살표 부분이 마이애미 콘퍼런스 이전에 형성됐던 버블 직후 마운트곡스 사태로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했던 모습이다.

영어기사: 코인데스크코리아 임준혁 편집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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