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 출처=위키미디어 코먼스
중국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 출처=위키미디어 코먼스

중국에서 암호화폐 금지 방침이 발표됐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동안 암호화폐 관련 기업에 우호적이었던 상업은행과 결제업체에는 날카로운 경고음이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중국인터넷금융협회와 은행업협회, 지급결제협회 등은 성명을 내고 모든 회원기관은 암호화폐 관련 거래나 투자펀드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발표했다. 발표 이후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매도 주문이 쏟아졌고,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은 1조달러 가까이 증발했다가 반등했다.

베이징 펑타이 지구 검사를 지낸 글로벌 블록체인 컴플라이언스 연합(Global Blockchain Compliance Union)의 루오 타오 수석 컨설턴트는 “어제 발표된 방침은 이전에 발표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의 은행과 결제업체들에 보내는 분명한 경고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017년 중국 금융기관과 결제업체들이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금지했다. 하지만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관련 규제요건을 느슨하게 적용하는 일부 은행에서 개인 계좌를 이용해 거래를 처리해 왔다.

루오는 새로운 방침이 발표된 만큼 적어도 당분간은 상업은행의 규제요건이 강화되고 암호화폐 트레이더에게 제공되던 기본적인 금융서비스가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방침은 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 종류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중국 금융권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법정화폐로 암호화폐를 구매하거나 암호화폐 펀드를 개설하는 등의 서비스는 2017년에 금지됐던 서비스 종류에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중국 정부는 모든 암호화폐에 대한 거래, 청산, 결제, 보험 업무와 함께 초기코인공개(ICO)도 금지했다.

중국에서 암호화폐가 최초로 금지된 것은 2013년이다. 당시 중국 정부는 금융기관이 비트코인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에서 수백만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펀드를 다수 운용하고 있는 한 미국 암호화폐 투자기업의 임원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의 수가 줄었다고 말하며 “규제가 강화된 것이 느껴진다”고 언급했다. 그는 중국에서 장외거래(OTC)가 여전히 불법인 경우가 많은 민감한 사안인 만큼 익명 보도를 요청했다.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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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메시지

루오는 “때로는 메시지보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암호화폐 금지 방침을 내놓은 세 협회는 중국의 금융 및 온라인 결제 서비스를 감시하는 인민은행(PBOC)과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금융 감독기관이다.

이들 협회에 소속돼 있는 회원기관 중에는 중국의 주요 국영 상업은행을 비롯해 알리페이(AliPay)와 위챗페이(WeChat Pay) 등 대형 결제업체도 포함돼 있다.

한국 암호화폐 벤처 기업 블록워터캐피탈(BlockWater Capital)의 에리스 왕 파트너는 “중국 금융당국이 아닌 유관기관들이 이와 같은 방침을 통보한 것은 상업은행들에 주의를 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인민은행이 방침을 발표했다면 상황은 훨씬 심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과 2017년에 인민은행과 함께 암호화폐 금지 방침을 발표한 기관들은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SCRC)와 산업정보기술부 등 정부 기관이었다.

루오는 중국 금융당국이 부동산이나 미국 주식 등의 자산에 대해서도 비슷한 방법으로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왕은 중국 은행들이 공식적으로 암호화폐와 관련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지만 때로는 암호화폐와 관련된 사업인 것을 모르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암호화폐 기업은 자금세탁에 연루된 경우가 아니면 특정 은행에 있는 개인 계좌에 현금을 예치하고 트레이딩에 사용할 수 있다. 일부 은행은 고객이 암호화폐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장외거래(OTC)를 활용하는데, 장외시장은 중국에서 암호화폐를 사고팔 수 있는 주요 장터 역할을 하고 있다.

 

암호화폐 장외시장

중국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코인베이스(Coinbase)와 같은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에 계좌를 개설하고 이를 통해 암호화폐와 법정화폐를 교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요구하는 준법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직접 해외로 가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때문에 중국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두 번째 방법인 장외거래가 더 흔히 이용된다.

왕은 “중국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의 은행 계좌를 전면 폐쇄한다면 중국 내 장외시장과 거래 환경에 거대한 타격이 올 것”이라고 말하면서 금융당국이 실제로 모든 관련 거래를 금지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국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장외시장에서 자금세탁이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전기통신 범죄의 증가로 금융시장 내에서 규모가 커지고 있는 자금세탁 활동에 대해 전국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다. 중국 경찰이 관련 계좌 수만 개를 폐쇄한 후 일부 범죄자들은 암호화폐 장외거래를 이용하고 있다. 중국의 유명 장외거래 트레이더인 자오둥은 자금세탁에 연루된 혐의로 지난해부터 감금돼 있다.

암호화폐 시장의 과열 역시 당국이 단속을 강화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발표된 방침에는 암호화폐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이 중국의 금융 안정성과 시민의 자산을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가상화폐의 가격 변동성이 심해질수록 트레이딩과 영업 활동이 더욱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는 내용이다.

도지코인(DOGE)을 따라 한 시바이누(SHIB) 토큰이 성공을 거두자 중국에서도 밈을 기반으로 한 코인이 다수 등장했다. 현재 시장에는 이와 같은 코인이 60개 이상 발행된 상태다. 왕은 일반적인 암호화폐 투자자에게는 복잡할 수 있는 디파이(DeFi)와 달리 밈코인은 소규모 거래소에서도 쉽게 거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시적 위축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는 장기적으로 중국 암호화폐 시장에 큰 타격을 주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암호화폐 헤지펀드 트레이드 터미널(Trade Terminal)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양링샤오는 “단기적으로는 암호화폐 트레이더들에게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들은 이전에도 여러 번 단속이 강화되는 것을 경험했고, 이번에도 상황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릴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에서 암호화폐 트레이딩은 법적으로 회색지대에 머물러 있다. 중국 당국은 암호화폐 시장이 과열되거나 심각한 위법 사안이 발생했을 때 주로 단속을 강화해왔다.

지난 10년간 대표적인 암호화폐 단속 사례로는 인민은행이 중국 금융기관의 비트코인 관련 서비스 제공을 금지했던 2013년과, 같은 조치를 모든 암호화폐와 ICO로 확대했던 2017년을 꼽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암호화폐 시장은 여전히 건재하다.

홍콩 비트코인협회(Bitcoin Association of Hong Kong)의 공동창립자 레온하드 위즈는 “비트코인을 통제하려는 것보다는 전반적인 분위기를 통제하려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은행 계좌가 폐쇄되면 새로운 계좌가 생성될 것이고, 과도하게 커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을 모두에게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어기사: 임준혁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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