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 그래서 비트코인이 뭐야?"
장인과 기자 사위의 자충우돌 암호화폐 투자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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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모 기자
박근모 기자 2021년 5월15일 11:25
출처=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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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어른은 지방에 사시는 70대 노인이다. 취미 삼아 소규모 농사를 짓지만, 본업은 사업이다. 최근에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암호화폐를 점 찍었다. 장인과 블록체인 전문 기자 사위의 암호화폐 투자 이야기를 풀어본다.

 "사위, 어딨어. 빨리 와봐. 비트코인이 뭐야?"

두둥, 걱정했던 일이 벌어졌다. 장인어른이 드디어 비트코인에 과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장인은 사위가 2018년부터 코인데스크코리아 창간 멤버로 합류해 지난 3년간 블록체인 전문 기자로 활동했지만, 그동안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한 번도 묻지 않았던 분이다. 그런 분이 갑자기 비트코인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한 거다.

"아버님, 왜 갑자기 비트코인에 대해 알고 싶으신건가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장인이 비트코인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별거 없었다. 지난해 12월부터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자, 장인이 즐겨 보는 텔레비전 뉴스 채널에서 하루가 멀다고 비트코인에 관한 기사를 내보내니 저절로 관심이 가게 됐다는 거다.

"내가 말이야. TV에서 나오는 비트코인이라는 것에 대한 기사를 찬찬히 보니깐 왜 이게 가격이 오르는지 이해가 안 되더라고. 그럴듯하면서도 사기 같단 말이지."

사업가인 장인이 보기에 단시간에 가치가 빠르게 오르락내리락 변화하는 비트코인이 투자 대상으로 매력적이면서도 믿을 수가 없는 거다.

알만한 사람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사실 나는 블록체인 전문 기자를 하면서 항상 암호화폐 시장에 거품이 심하다고 말하고 다녔으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암호화폐 투자를 하지 않는다. 물론 '귀차니즘'으로 인해 24시간 돌아가는 암호화폐 거래 시장을 계속 지켜볼 엄두가 나지 않아서 투자를 안 하는 이유도 크다.

이런 내가 장인께 뭐라고 말하겠는가.

"아버님, 비트코인에 투자하시는 건 아닌 거 같아요. 거품이 심해요. 투자처로는 너무 위험해요."

암호화폐 통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개당 약 1만8900달러(약 2140만원)였던 비트코인(BTC)는 올해 1월 약 4만1100달러(약 4660만원)를 넘어섰다. 불과 한 달 만에 비트코인 가격은 2배가 넘게 오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트코인은 거품'이라고 주장하는 내 말은 장인의 귀에 전혀 들리지 않는 게 당연했다.

"일단 비트코인이 사기나 거품이라는 이야기는 그만두고, 비트코인이 뭔지 설명해봐"

처음에는 정석대로 설명했다. 각각의 거래 목록을 상자(Block)에 담아서 상자끼리 길게 연결(Chain)시킨 것이 '블록체인(Block Chain)'이며, 여기서 화폐의 기능을 넣은 것이 '비트코인(Bitcoin)'이라고 말이다.

"블록? 연결? 블록은 어디에 있고, 어떻게 연결한다는 거야? 그런 거 말고 비트코인이 뭐냐고."

맘에 드는 답변이 나오지 않자 답답해 하는 눈치다. 보통 이럴 때 일반분들이 이해하기 쉬운 예시를 있다. 바로 지금 이걸 써먹을 차례.

"아버님, 비트코인은 싸이월드의 도토리 같은 거예요."

"?"

그렇다. 비트코인의 기술적인 설명을 제외하고, 디지털상에서 가치가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도토리를 예시로 들었지만, 장인어른은 내 설명을 이해 못하시는 게 당연했다. 지금까지 싸이월드나 도토리를 써본 적이 없으셨기 때문이다.

장인이 이해하기 쉬운 예시가 뭐가 있을까. 생각났다.

"아버님, 마트에서 물건을 사면 '포인트(point)' 적립하잖아요. 비트코인도 그런 거에요. 컴퓨터를 켜두면, 비트코인을 받을 수 있어요. 블록체인에서 컴퓨터를 켜 두는 걸 '채굴한다'고 해요. 채굴하면 비트코인을 보상으로 받아요. 받은 비트코인은 시장에 팔 수도 있고요."

'어디서, 뭘, 어떻게 채굴한다'는 건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장인은 그 부분은 다음에 듣기로 하고, "비트코인 가격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예상해보라"고 내게 묻는다.

'귀차니즘'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않는 나에게 말이다. 그래도 어떻게든 대답을 해야 했다.

"미국이나 중국 같은 국가가 비트코인을 사용 못 하게 막는 거 아니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10년 이상 장기 투자를 한다면, 비트코인 수익이 은행 이자보다 높을 것 같아요."

내 대답을 듣고 뭔가 골똘히 생각하시던 장인은 비트코인 가격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함께 좀 더 지켜보고 다시 이야기하자며 자리는 마무리됐다.

우리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계시던 장모가 지나가면서 "비트코인이든 가상화폐든 투기니깐 그런 거 하면 안돼"라고 말했지만, 장인의 시선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비트코인 가격에서 떠나질 못하셨다. 

'장인과 사위의 비트코인 투자'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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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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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남 2021-05-15 12:11:56
재밌네요 .
다음 편이 기대됩니다.

배가람 2021-05-15 12:42:35
장인어른 물리셨나요?

오태석 2021-05-15 12:54:44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최순희 2021-05-15 15:51:50
인생 첫댓글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