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코인 설명회'에 소환되는 워런 버핏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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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익
황승익 2021년 5월13일 17:58

“잠자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당신은 죽을때까지
일을 해야만 할 것이다."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인 워런 버핏의 이 발언은 다단계 코인 설명회에서 자주 등장한다.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암호화폐 시장에서 이보다 더 유혹적인 마케팅 문구가 있을까?

최근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폭등 소식이 매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다단계 사업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 이를 놓칠 리가 없다. 3년 전 암호화폐공개(ICO) 열풍 때보다 더 많은 투자자와 사기꾼으로 넘쳐나고 있다.

테헤란로 선릉과 역삼역 주변의 오피스텔과 카페들이 갑자기 노인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다단계 코인은 끊임없이 등장해 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다단계 코인의 사기 범죄가 수차례 보도되고 있음에도 왜 피해가 계속 발생하는 걸까?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블록체인 행사. 출처=비트고수패밀리 유튜브 캡처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블록체인 행사. 출처=비트고수패밀리 유튜브 캡처

진화하는 다단계코인

다단계 코인은 3년 전 ICO열풍 때로부터 크게 진화했다. 정부가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자, 암호화폐를 유사수신행위 처벌법에 명시된 '금전'으로 간주할지 여부가 불명확해졌다.

이에 다단계 코인 세력은 현금 대신 암호화폐로 투자금을 받고 있으며, 이에 대한 배당 역시 암호화폐로 주는 추세다. 방문판매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해외 사업체로 위장을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또한, 암호화폐 개발사와 다단계 조직, 거래소가 함께 기획하고 판매하는 2세대 다단계 코인도 등장했다.

 

피해 사실을 인지못하는 피해자

사기 범죄는 피해자 진술이 확보된 후에야 수사가 진행된다. 즉, 수 백에서 수 천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후에야 사법기관이 개입하는 것이다.

다단계 코인 세력은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이름 없는 거래소에 코인을 상장하고 자전거래를 통해 거래량과 가격을 부풀린다. 이로써 투자자들이 원금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고 믿게 만든다. 하지만 락업(의무보유기간)이 풀리고 거래가 가능해지면 모두가 보유한 암호화폐를 매도하면 해당 암호화폐가 단숨에 가격이 1원이 될 수 있단 사실은 절대 말하지 않는다.

이들은 해당 암호화폐의 가격이 폭락해 1원이 된다 해도 걱정이 없다, 새로운 코인을 발행해서 스왑(교환)해주면 그만이다. 이런 '희망회로 돌리기'라고 불리는 수법은 피해자들이 3년 넘게 피해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헛된 꿈을 꾸도록 만든다.

출처=공정거래위원회 '불법 다단계' 예방 영상 캡처
출처=공정거래위원회 '불법 다단계' 예방 영상 캡처

 

정보 노출과 안티 카페 봉쇄

다단계 코인 세력은 단체 채팅방에 사실 확인을 요구하는 질문을 올리는 사람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것이라 협박하거나 실제로 그들을 고소한다.

네이버 정책을 악용해 게시물을 가리기도 한다. 네이버가 신고만 받으면 기계적으로 게시물을 가리며, 작성자가 근거자료를 제출해서 재게시 결정을 받기까지 30일이나 걸린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기존 투자자에게는 방해 세력으로부터 재산을 지켜야한다고 선동하며,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전용 밴드 애플리케션(앱)과 전용 화상회의 앱으로 조직을 관리한다. 전용 앱을 이용한 투자설명회는 코로나19로 인한 새로운 수법으로 등장했다.

 

다단계 피해 자꾸 알려야

진화하는 다단계 코인을 막기 위해서는 이들의 수법과 사례를 계속 알려야 한다. 이들의 주요 타겟이 노인과 은퇴자인 만큼, 가족끼리 관심을 갖고 대화를 해야만 한다. 주변 친구나 지인을 통해 투자설명회에 참석해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고, 피해가 발생해도 창피함 때문에 자녀나 주위에 알리지 못하고 속병만 앓는 경우도 대다수다.

노인들이 주변 지인을 끌어 들이는 바람에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경제적 손실도 손실이지만, 피해자들은 인간관계가 망가지게 돼서 심리적인 피해까지 입게 된다.

수사기관들이 다단계 코인의 조직이 확대돼 피해자가 대량으로 나오기 전에 초기 수사를 해야 한다. 듣기로, 수사 기관들은 피해자 진술 확보와 사기 입증, 다단계 코인 사업의 전문 용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 수사관 양성과 교육 프로그램 개발도 시급한 과제인 셈이다.

다단계 코인 단속은 블록체인 산업과 생태계 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더 이상 워런 버핏의 문구가 다단계 코인 설명회에 등장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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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더 2021-05-14 10:06:21
멋진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