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태권(만화가), 박성도(뮤지션)
왼쪽부터, 김태권(만화가), 박성도(뮤지션)

김태권은 만화가, 박성도는 뮤지션. 두 사람은 바라는 것이 많지 않다. 그저 창작물이 꾸준히 팔려 오래오래 창작을 하기를 바랄 뿐이다(아니, 요즘 세상에 지나친 바람인가). NFT 시장은 창작자의 오랜 바람을 채워줄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변수가 많은 것도 같다.

김태권(만화가): 이번 주에는 이더리움이 크게 올랐네요.

박성도(뮤지션): 가스비는 크게 내리고 이더리움은 크게 올랐어요. 반가워하실 분이 많을 텐데 정작 우리는 복잡한 감정이네요.

김(만): 그러게요. '창작자가 본 변동성' 이야기를 먼저 나누고, 일주일 전에 본 스파크랩 데모데이 16의 온라인 좌담회 이야기도 더 해봅시다.

지난 1년간(2020년 5월8일~ 2021년 5월8일) 이더리움 가격 차트. 출처=코인데스크
지난 1년간(2020년 5월8일~ 2021년 5월8일) 이더리움 가격 차트. 출처=코인데스크

[이더리움이 오르니 작품값도 오르고]

김태권(만화가): 박성도 뮤지션의 작품이 오픈씨에 입점한지 2주가 되었죠. 시간을 두고 가격을 차츰 낮춘다는 전략이었는데, 음, 그 사이에 가격을 올리셨네요?

박성도(뮤지션): 아니, 가격이 오른 건 사실인데 제가 올린 건 아니에요. 작품 가격이 저절로 올라버렸어요. 아시다시피 원래 내가 세운 전략은 높은 가격에서 시작해 살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가격을 조금씩 낮추는 역경매 방식이잖아요. 그런데 그 사이에 오프라인 화폐로 계산하면 1.5배가 올라버린 거예요. 

김(만): 이더리움 값이 올랐기 때문이죠(한숨). 자고 일어나면 최고가를 갈아치우던데요. 작품 값도 치솟고 있다는 의미잖아요. 오픈씨의 다른 창작자들도 고민이 많겠어요.

박(뮤):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궁금해서 내가 오픈씨라리블을 찾아봤어요. 자기 창작물 가격을 자주 낮추는 작가들이 요즘 눈에 띄어요. 자기 작품의 적정 가격을 찾으려는 시도 같기도 하지만, 요즘은 이더리움 급등도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김(만):  세상에 간단한 일이 없네요. NFT 시장에 발을 담가보기 전에는 '이더리움이 오르면 이더리움 생태계에는 마냥 좋은 일이겠거니' 막연한 생각을 했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 알게 되었어요.

박(뮤): 같은 이더리움 생태계라고 해도 사람마다 처지가 엇갈릴 것 같아요. 이더리움이나 NFT를 이미 소장하고 있는 분은 지금 상황이 반갑겠지요. 반면 이더리움을 곧 사려던 사람이나, 이더리움으로 NFT를 팔아야 할 우리 같은 사람은 걱정일 테고요.

김(만): 옛날 이야기 생각나지 않아요? 형제가 있었는데 한 명은 우산 장수 한 명은 소금 장수였대요. 엄마는 비 오는 날은 소금이 젖어 소금 장수 망할까 걱정하고, 햇볕 쨍쨍한 날은 우산이 안 팔려 우산 장수 망할까 걱정했다는 이야기요. 이더리움의 가스비가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창작자로서 반가웠는데, 그 때문에 이더리움이 급등해서 우리 작품 가격도 오르게 되었어요.

관련기사: 가스비 인하 때문에 이더리움이 급등했다

스테이블 코인.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스테이블 코인.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스테이블 코인은 대안일까 아닐까]

박성도(뮤지션): 지나친 변동성 문제에 대해 스테이블 코인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라이언 테더(미국 록밴드 원리퍼블릭의 보컬)가 이용한다는 오리진 프로토콜에 관심이 있어요. 변동성에 지친 창작자들 상당수가 오리진 프로토콜과 같이, 가격을 스테이블 코인으로 설정하는 플랫폼을 선호하지 않을까요?

오리진 프로토콜을 슬쩍 들여다보니 구매자들의 진입장벽도 낮더라고요. 신용카드를 긁으면 바로 가상화폐로 결제해주는 시스템이거든요. 앞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하는 플랫폼이 계속 나온다는 소식도 있고요. 이렇게 되면 변동성 문제만큼은 고민을 덜 것 같아요. 안 그래도 오픈씨 이용하며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거든요.

김태권(만화가): 글쎄요. 잘 되면 좋기야 하죠. 그런데 스테이블 코인으로 결제하는 NFT가 과연 사람을 얼마나 많이 모을지는 모르겠어요. 내 생각이긴 하지만요.

박(뮤): 어째서요?

김(만): 오픈씨에 작품을 올릴 때 상가 건물에 입점하고 물건을 진열하는 일에 비유했죠. 물건이 잘 팔리려면 상가 건물의 입지가 중요하죠? 마찬가지로 오픈씨를 찾는 사람이 많아야 우리 작품도 팔릴 기회가 많아질 테고요.

그런데 요즘 오픈씨에 오는 사람이 많은 이유가 단지 '예술 애호가'가 세상에 많기 때문일까요? 이더리움의 꾸준한 강세와는 관련이 없을까요?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확신이 안 서요. 스테이블 코인이 이더리움만큼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을지 말이에요.

박(뮤): 음, 생각해보지 않은 부분이네요.

김(만): 이런 말 잘못 꺼냈다가 "투기를 옹호하냐"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에 동참할 셈이냐" 같은 오해를 살지도 모르지만, 내 생각은 이래요. 지금 NFT가 주목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더리움 가격의 급등에 대한 세상의 관심도 한몫한다고 생각해요. "무슨 작품이 얼마에 팔렸다" 같은 이야기는 화제성이 있잖아요.

박(뮤): 하긴 그런 면도 있겠네요.

김(만): 굳이 스테이블 코인이 아니라 오프라인 화폐를 이용해도, 우리 창작물을 온라인 공간에서 사고팔 수 있어요. 기존의 창작물 시장에 온라인 결제 시스템을 덧붙인 서비스는 많죠. 이 방식으로 수익을 거두는 창작자도 이미 적지 않고요.

우리도 만화책이나 음반을 이렇게 팔아왔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NFT를 주목해요. 가상화폐를 이용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리라는 기대가 한몫을 하죠. 그 사람들 중에 투기가 목적인 경우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으리라고 나는 생각해요.

박(뮤): 간단하지 않은 문제네요. 지금처럼 NFT 시장이 주목받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NFT 시장이 화르륵 달아올랐다가 훅 빠지는 일은 바라지 않아요. 이 시장이 가늘고 길게 가면 좋겠어요. 우리는 어차피 오래오래 창작하고 싶은 사람들이니까요.

출처=NBA톱숏
출처=NBA톱숏

[사람들은 왜 NFT를 주목하는가]

김태권(만화가): 말 나온 김에, 사람들이 왜 NFT에 주목하는지 이야기를 더 해보죠. 어떤 사람이 무얼 바라고 NFT에 관심을 가지는 걸까요?

박성도(뮤지션): 우리 같은 창작자는 작품을 팔 수 있으니 관심이 가죠. 사는 사람 입장은 다양할 것 같아요. "내가 NFT를 사서 창작자를 후원해야겠다"는 고마운 분도 있을 테고요.

김(만): "나중에 작품 값 오르면 대박이 나리라" 투자라고 생각하고 NFT를 사는 사람도 있겠죠. "내가 이런 NFT를 샀다"고 남에게 자랑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거고요. 그런데 창작자 입장에서 힘이 되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창작물이 마음에 들기 때문에 사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요.

박(뮤): 지난 4월29일 스파크랩 데모데이 16에서 나온 이야기를 그렇게 해석하신 거죠? 대퍼랩스 공동창업자 믹 나옘이 말했죠. "사람들이 갈수록 많은 시간을 디지털 세상에서 보내게 되니 각자의 수집품도 디지털화된 수집품이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고요. 크립토키티와 NBA 톱숏을 만든 회사 사람이 하는 이야기니 귀담아 들을 만한 것 같아요.

김(만): 예, 나는 지니스의 아카시 니감이 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어요. 적지 않은 고객이 NFT가 기존의 온라인 결제와 어떻게 다른지 따지지 않고 그냥 산다고 했죠. "내가 14살 학생에게 가서 '이봐 ,네가 산 NFT의 가치가 나중에 상승할 수도 있다'고 말해봤자, 그는 무슨 이야기인지 모를 것이다.

그들은  NFT를 구매하고 소유하는 문제에 관심이 없다. 오히려 그럴 돈이 있으면 포트나이트 캐릭터를 위해 아이템을 더 구매할 것이다." 현장 사람이라 보는 눈이 다른 것 같아요. 난 그렇게까지는 생각 안 해봤거든요. 아무튼 NFT를 구입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NFT와 디지털 세계의 다른 아이템과의 차이도 깊이 따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였어요.

박(뮤): 그 아이템을 가지고 싶어서 돈을 지불한다는 이야기죠. "저 창작물이 마음에 든다, 가지고 싶다, 그런데 디지털 새상에서는 NFT를 가지면 창작물을 가진 셈 쳐준다더라"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자산 가치 같은 거 따지지 않고 창작물 자체를 좋아해준다는 점에서는, 창작자로서 고마운 마음이죠.

김(만): 그런 점에서 NFT 시장이 기존의 팬덤 문화와 연결되면, 장차 폭발적으로 성장하리라는 시각도 있죠.

라이언 테더(미국 록밴드 원리퍼블릭의 보컬)는 NFT를 발행했다. 출처=오리진 프로토콜
라이언 테더(미국 록밴드 원리퍼블릭의 보컬)는 NFT를 발행했다. 출처=오리진 프로토콜

[자랑 갤러리와 코뮤니티]

김태권(만화가): 재미있는 온라인 좌담회였어요. 스마트스터디의 이승규 부사장이 '상어가족'을 어떻게 만들었나에 대해 들려준 이야기도 창작자 입장에서 좋았어요.

박성도(뮤지션): 투자사 해시드의 김균태 파트너가 들려준 NFT 뱅크 이야기가 관심이 가요. "조회수나 조회 시간 등을 근거로 NFT의 가격을 예상할 수 있다"는 설명이잖아요? 지금은 데이터가 많이 없으니 어렵겠지만, 나중에는 NFT를 올려두면 저절로 적정 가격을 매겨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때가 되면 가격 책정 때문에 골치 아플 일도 줄어들겠죠.

김(만): NFT뱅크 이야기 들으니 생각나네요. "NFT 뱅크에 따르면 한번 팔린 NFT 중에 재판매된 NFT는 전체 발행된 NFT의 20%도 되지 않는다"고 했죠?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해요.

NFT의 가격 상승을 노리고 투자하려는 사람보다 자기가 좋아서 NFT를 사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돈 주고 창작물을 사는 여러 즐거움 가운데, "이것 봐! 내가 얼마 주고 산 거야"라고 남에게 자랑하며 부러움을 받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죠.

박(뮤): 역시 '자랑'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죠?

김(만): 뉴스를 보면 "이 NFT 작품이 몇억에 몇십억에 팔렸다"는 소식이 나오지만, NFT 생태계가 형성된다면 꼭 거창한 창작물만 관심을 끌게 되지는 않을 거예요. 소소한 자랑거리도 중요한 영역이 되겠죠. 옛날에 싸이월드할 때 도토리로 아이템 사서 미니홈피 꾸미고 그랬잖아요? 옷도 갈아입히고요.

싸이월드 미니홈. 출처=싸이월드 캡처
싸이월드 미니홈. 출처=싸이월드 캡처

그래서 친구 미니홈피 가면 "와, 이 친구는 비싼 아이템 사서 예쁘게도 꾸몄네, 부럽다" 샘을 내기도 했고요. 또 지금 카카카오톡이나 라인으로 채팅하다가 예쁜 스티커 보내는 사람들 있잖아요? "와, 내가 살까말까하던 저 스티커를 저 친구는 이미 샀네, 부럽다" 생각하기도 하고요.

박(뮤): 음원을 구매해 배경음악을 깔아 자기 취향을 드러내기도 하고요.

김(만): 그런데 이런 공간이 잘 되려면 미니홈피를 찾는 사람이 많아야 하고 카카오톡처럼 친구들이 이 메신저를 많이 써야 하죠. 그래야 이런 소소한 자랑이 먹힐 텐데요, 지금 오픈씨 같은 플랫폼에는 그런 공간이 없어요. '자랑질 갤러리'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관련기사: NFT와 과시적 소비에 대해 김태권이 경향신문에 쓴 '창작의 미래' 칼럼

박(뮤): '자랑질 갤러리'가 생기면 가능해지는 것이 또 있어요. 자랑해놓은 물건을 본 사람들의 반응도 데이터로 차곡차곡 쌓이겠죠. "사람들이 이 NFT 아이템에 이 정도로 반응을 한다면 이 정도 가격이 적정 가격이 될 것"이라는 가격 책정이 더 정확해질 것 같아요.

김(만): 그런 플랫폼이 어서 나오면 좋겠네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바라는 게 많군요.

박(뮤): 우선 우리 작품이 팔리는 것을 바라고 있고요.

김(만): 다음번부터는 게스트를 모시고 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바라고 있어요.


김태권(만화가)
김태권(만화가)

 

김태권(만화가)

만화를 그리고 글을 쓴다. 저서로 '불편한 미술관', '히틀러의 성공시대',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등이 있고,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나는 역사다'와 '창작의 미래', '영감이 온다' 등의 칼럼을 연재한다. 오픈씨 계정
 

 

박성도(뮤지션)
박성도(뮤지션)

박성도(뮤지션)

밴드 원펀치로 데뷔하여, 2017년 <낮과 밤>을 발표하며 개인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가수 이상은의 기타리스트, 프로듀서, 영화 <미성년> 등의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오픈씨 계정

키워드

#NFT #예술 #음악
김태권 만화를 그리고 글을 쓴다. 저서로 '불편한 미술관', '히틀러의 성공시대',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등이 있고,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나는 역사다'와 '창작의 미래', '영감이 온다' 등의 칼럼을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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