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낭비, 범죄사용... 비트코인은 해법을 찾고있다
장경필 크로스앵글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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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필
장경필 2021년 5월3일 00:25

오늘날 ESG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ESG란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로,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판단하는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리서치 기관 ETFGI에 따르면 2020년말 ESG ETF와 상장지수상품(ETP)의 자산 규모는 약 200조원으로 2019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ESG는 더 이상 투자자들이 외면하거나 피할 수 없는 주제가 된 것이다.

주요 투자자산 중 하나로 부각된 비트코인도 ESG 책임투자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대형 기관투자자와 실리콘밸리의 테크회사들도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는 만큼, 비트코인의 환경적·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과연 ESG 펀드에 편입될 수 있을까. 비트코인 채굴과 전기에너지 논쟁을 중점으로 비트코인의 ESG 펀드 편입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오히려 친환경적인 비트코인 채굴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비트코인은 그 어떤 수단보다 방대한 양의 에너지를 소모한다"며 "환경 측면에서 좋지 않다"고 비트코인 채굴을 비판한 바 있다. 실제로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에 소요되는 에너지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했으며, 현재 아르헨티나 전체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보다 많은 상황이다.

 

비트코인 채굴에 소요되는 전기량. 출처=Cambridge Center for Alternative Finance
비트코인 채굴에 소요되는 전기량. 출처=Cambridge Center for Alternative Finance

아르헨티나 연간 전력 사용량을 초과한 비트코인 전력 사용. 출처=Cambridge Center for Alternative Finance
아르헨티나 연간 전력 사용량을 초과한 비트코인 전력 사용. 출처=Cambridge Center for Alternative Finance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따라 더 많은 채굴기가 가동됐고, 이로 인해 비트코인 채굴난이도가 높아져 더 많은 전력 소모를 필요로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전력에너지의 에너지원을 살펴보면 생각보다 비트코인 채굴에 친환경 발전 비중이 높음을 알 수 있다. 전세계 친환경 에너지 발전 비중은 28%에 불과하지만,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친환경 에너지 발전 비중은 39%에 달한다.

 

전세계 평균 대비 비트코인 채굴 시 친환경 발전 에너지 사용 비중. 출처= Cambridge Center for Alternative Finance
전세계 평균 대비 비트코인 채굴 시 친환경 발전 에너지 사용 비중. 출처= Cambridge Center for Alternative Finance

 

비트코인 채굴에서 친환경 에너지 가운데서도 수력 발전 비중이 높은 이유는 채굴자들이 환경을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다. 채굴업자들은 값싼 전기료를 찾아 움직인다. 비트코인 채굴 비즈니스에서 매출의 20% 정도가 전기료로 지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에서는 수력 발전을 비롯한 친환경 에너지가 오히려 화석 연료보다 더 경제적이기 때문에 채굴업자들의 선택을 받게 된 것이다. 현재 채굴 시장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친환경 발전에너지 활용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5년 뒤면 태양광 및 풍력 발전 원가가 석탄보다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에너지원별 발전 비용 전망. 출처=Wood Mackenzie
중국 에너지원별 발전 비용 전망. 출처=Wood Mackenzie

 

최근 비트코인 채굴 사업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는 미국은 비트코인 채굴 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63%다. 유럽이나 아시아 대비 그 비중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석탄보다 친환경 에너지 발전 비용이 경제적인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에너지원별 발전 비용. 출처=Lazard
미국의 에너지원별 발전 비용. 출처=Lazard

 

비트코인이 오히려 친환경 에너지 발전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간대별 생산량이 들쑥날쑥한 태양광과 풍력에너지 발전의 비효율성을 배터리 기술과 비트코인 채굴로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자산운용사인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리서치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에 배터리 기술을 접목하여 비트코인 채굴을 하는 경우, 에너지 활용도를 40%에서 90% 이상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비트코인 채굴에 따른 부가 수입이 태양광 발전 비용을 낮춰 친환경 에너지 발전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자산 업계 주요 기업들 또한 친환경 비트코인의 청사진을 발표하며, 환경 측면에서 비트코인의 ESG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미국 온라인 결제 업체 스퀘어는 '비트코인 클린에너지 협회'를 출범하며 친환경 비트코인 채굴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영국의 아르고 블록체인은 100% 친환경 마이닝풀 '테라 풀'을 출시할 계획이다. 노르웨이의 재벌 기업인 아케르는 자회사 시티를 통해 친환경적인 비트코인 채굴 비즈니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비트코인의 방대한 에너지 소비량을 비판했던 빌 게이츠는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이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한다면 용인될 수 있다"는 단서를 덧붙였다. 위와 같은 주요 기업들의 노력에 힘입어 앞으로 빌 게이츠가 용인 가능한 비트코인 채굴이 늘어나기를 기대해본다.

 

비트코인 채굴 규모에 따른 태양광 에너지 활용도 비교. 출처=ARK Investment
비트코인 채굴 규모에 따른 태양광 에너지 활용도 비교. 출처=ARK Investment

 

커져가는 비트코인의 네트워크 가치

사회적 측면에서 비트코인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최근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 부각되고,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현금의 대안으로 보유하기 시작하며 이와 같은 논쟁은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한 베네수엘라 청년은 "지금 우리에겐 비트코인만이 생존의 유일한 희망"이라며 "신뢰할 수 있는 가치 저장 및 결제 수단으로써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포브스가 영향력 있는 30인에 선정한 아미르 타아키는 "검열저항적이고 자유로운 네트워크인 비트코인은 누구든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하며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가치를 인정했다.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 밸류 체인 비교. 출처=Xangle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 밸류 체인 비교. 출처=Xangle

 

이외에도 기존 중앙은행과 금융시스템이 소요하는 자원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기존 금융 시스템은 수많은 중개인을 필요로 하며, 화폐 발행 등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여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의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연방준비제도(Fed)만 해도 화폐 발행에만 현재 연간 1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들이고 있다. 전세계 수백개의 국가들이 자체 화폐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그 비용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가치중립적인 존재로서의 비트코인 

지배구조적 측면에서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이 불법적 용도로 사용된다는 문제가 있다. 비트코인 입장에서 이 문제는 조금 억울한 측면이 있다. 인터넷이나 현금과 마찬가지로 비트코인도 사용자에 따라 좋은 용도가 될 수 있고, 나쁜 용도로 사용될 수도 있는 가치중립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디지털 자산이 불법적 용도로 사용된 비율은 0.3%에 불과하며, 그 규모 또한 10조원 수준이다. 전세계 불법자금세탁 규모가 900조~2200조원 수준이며, 대부분의 경우 현금으로 세탁이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미미한 셈이다.

 

디지털 자산이 불법적 용도로 사용된 비율. 출처=Chainalysis, Citi Bitcoin Report
디지털 자산이 불법적 용도로 사용된 비율. 출처=Chainalysis, Citi Bitcoin Report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디지털 자산의 자금세탁, 테러자금조달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19년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주요 국가들은 이를 바탕으로 규제안을 마련하고 있다.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업자(VASP)들에게도 FATF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신고 의무가 부과됐다. 투명한 블록체인 장부와 정부 차원의 규제 도입으로 비트코인의 불법적 사용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채굴에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점에서 아직은 비트코인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비트코인의 채굴 비중이 늘어나고, 업계 내에서 친환경 채굴 시도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친환경 비트코인 채굴이 증가한다면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제도권의 시각도 달라질 수 있다. 사회 분야에서는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실질적 가치를 지니며, 불법사용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부각돼야 한다. ESG는 비트코인도 피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기 때문이다.

한화자산운용과 쟁글의 '비트코인의 ESG 리스크' 리포트를 요약한 글입니다. 전체 리포트는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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