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경쟁, 시간이 얼마 없다
어느 분야든 주도권을 최대한 빨리 잡는 게 가장 효율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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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Brody
Paul Brody 2021년 4월30일 18:17
출처=Jeshoots/Unsplash
출처=Jeshoots/Unsplash

폴 브로디는 언스트앤영(EY)에서 글로벌 블록체인 업무를 총괄한다.

역사는 커다란 기술의 변화 속에서 도태됐던 기업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시장 진입 시점을 너무 신중히 고민하다가 시기를 놓친 경우도 많지만, 나는 이 기업들이 기술 도입 기준을 엉뚱하게 잡아서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기술을 둘러싼 기준이나 시장 주도권은 해당 기술이 대중적으로 도입되기 전에 이미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이런 역사는 블록체인 분야에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어떤 기술이든 대중화가 많은 기업들이 인지할 만큼 진행된 후에는 시장의 방향을 더이상 바꾸기 어렵다. 실제로 개인용 컴퓨터 시장은 1977년에 시작됐고, 10년 후인 1987년 컴퓨터를 가진 미국 가구 수는 전체의 15%에 미치지 못했지만,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는 50% 이상의 점유율로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이 주제와 관련해서는 Asymco.com이 내놓았던 아티클 (1)(2)을 읽어보기 바란다.)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역사는 반복됐다. 스마트폰 생태계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은 사실 2000년 심비안(Symbian)을 출시한 노키아다. 2003년에는 이메일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폰이 등장했고, 이후 2007년에 터치 기반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왔다. 스마트폰 도입률이 20%도 채 되지 않았던 2011년, 두 개의 운영체제가 시장을 양분했고 이들은 오늘날까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와 같은 패턴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네트워크 시스템 분야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두 분야 모두 오픈소스 기술과 잘 알려진 공개 기준을 기반으로 하고, 수십 년간 전면적인 대규모 지출 경쟁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주도권을 쥐었던 기업들이 여전히 시장을 장악하는 구조다. 실제로 네트워크 분야의 1위 업체는 50%, 클라우드 분야의 1위 업체는 32%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면,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대체 블록체인, 레거시 기업, 그리고 여전히 블록체인 시장에 제대로 진입하지 않은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교훈이다. 비트코인은 2009년, 이더리움은 2015년에 등장한 만큼, 블록체인 시장은 보는 관점에 따라 이미 7년에서 12년 동안 발전을 거듭해왔다.

현재 암호화폐를 보유하는 미국인의 비율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측이 있지만, 가장 신뢰 가능한 추정치는 8~10%에 이른다. 새로운 시장에서 주도권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는 보통 시장 생성 후 10~12년이 지난 시점부터 소멸되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블록체인 분야에서도 그 시점은 매우 가까이 있거나 이미 지난 것으로 보인다.

매일 전쟁같이 벌어지는 오늘날 경쟁의 안개 속에서 결단의 순간이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1985년에서 1990년까지는 (실제로 내가 선택했던) 코모도어 아미가(Commodore Amiga)나 아타리ST(Atari ST)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크게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2000년대 중반, 복잡한 터치 스크린 방식의 스마트폰을 선택하지 않고 익숙한 키보드가 있는 스마트폰을 선택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

어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선택해도 나쁘지 않았던 선택이었던 것과 더불어, 각 시기마다 시장을 주도해 기술들은 언제나 큰 결점을 갖고 있었다. 1985년의 컴퓨터는 화면이 흑백이었고, 메모리는 650킬로바이트에 불과했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다. 비트코인이 남기는 탄소 발자국이나,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성공적으로 거래를 수행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가스비 등은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결점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결점들이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는 경우는 없었다. 대부분의 경우 문제는 고쳐졌다. 물론 완벽하진 않았고 그 과정에서 불만도 제기됐지만, 사람들은 계속 갈 길을 갔다. 확장 메모리가 접목된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했을 때 땜빵식 대응이라는 비난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양의 판매가 이뤄졌다. 앞으로 비트코인의 탄소 발자국 문제에 대한 ‘해답’을 둘러싼 반응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는 블록체인 분야에서 주도권을 가질 경쟁자들은 이미 명확히 구분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모든 블록체인을 합한 것보다 큰 시가총액을 갖는 비트코인은 앞으로도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디지털 가치저장 수단이 될 것이다.

이더리움 역시 다른 모든 블록체인을 합한 것보다 많은 개발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차세대 개발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경제 인프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에이브(Aave), 바이낸스(Binance), 코인베이스(Coinbase), 컴파운드 랩스(Compound Labs) 등도 구체적 가치 책정 생태계에서 지니는 우위를 부지런히 누리고 있다.

출처=Andrew Piacquadio/Pexels
출처=Andrew Piacquadio/Pexels

이미 늦은 것일 수

나는 언스트 엔 영(EY)에서 지난 5년 동안 우리가 이 시장에 단순히 참여하는 것을 넘어 주도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했다. 이런 노력이 빛을 발할지는 앞으로 10년 후에나 알 수 있겠지만, 지금이 결정적인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을 신생 시장으로만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절실히 느끼는 상황의 시급성을 알리는 작업이 힘겹게 느껴질 때가 있다.

시급히 움직여야 하는 이유가 단지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회가 빠르게 저물어가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쩌면 그 주도권을 빼앗을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을 수 있다. 1987년에는 당시 시장을 장악했던 운영체제보다 뛰어난 운영체제들이 존재했다. 2000년, 2010년, 2020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술 업계의 흥미로운 측면 중 하나는 주도권을 갖는 기술이 그 자체로는 업계 최고가 아닌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시장에는 언제나 더 뛰어난 기술이 존재한다. 특정 플랫폼이 잘나가는 이유는 기술 때문일수도 있지만, 결국 주도권을 결정짓는 것은 투자 규모와 확보된 기반, 그리고 개발자 커뮤니티다.

앞으로 1~2년 동안 많은 테크 기업과 금융 기업들이 블록체인 시장 진입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경우, 각 기업은 해당 분야나 시장의 블록체인 기술 도입률이 낮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아직은 너무 이르다’고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서 블록체인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하며 기존 시장에서 누리고 있는 지위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이르지 않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도 충분치 않다.

영어기사: 임준혁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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