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본사 사무실 로비에 설치된 암호화폐 시세 전광판. 출처=박근모/코인데스크코리아
빗썸 본사 사무실 로비에 설치된 암호화폐 시세 전광판. 출처=박근모/코인데스크코리아

암호화폐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연동해주는 은행들이 9월 거래소 신고제 시행을 앞두고 재계약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그동안 예치금 증가 등 긍정적 효과를 누렸지만, 최근 당국이 은행에 자금세탁 방지 의무 강화를 요구하면서 관리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은행과 실명계좌 제휴를 하는 거래소 4곳은 금융당국의 신고 수리를 무난하게 받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은행들의 재계약 여부에 달려 있어 이마저도 온전히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제휴 중인 암호화폐 거래소와 오는 7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농협은행은 빗썸·코인원과, 신한은행은 코빗과 거래를 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업비트와 제휴를 시작한 케이뱅크도 재계약 시점이 도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개정된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는 오는 9월24일까지 시중은행의 실명계좌와 연동해야 한다. 고객이 자기 은행계좌에서 거래소 지갑으로 입금해 코인을 사고, 이를 다시 현금화하려면 은행계좌를 통해 출금하는 방식이다. 9월25일부터는 실명계좌 연동이 안 될 경우 원화 입출금 서비스를 할 수 없어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해진다. 현재 빗썸·코인원·업비트·코빗 4곳만 은행계좌를 받고 있고, 나머지 거래소들은 자체 법인계좌 등을 이용해 영업 중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암호화폐 거래소와 제휴를 맺어 신규 고객 유치 등 효과를 봤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6월부터 업비트에 계좌를 제공한 이후 올해 암호화폐 붐을 타고 신규 계좌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동안 신규 가입 계좌 수가 50만개였지만, 올해 들어서만 1월 28만개, 2월 64만개, 3월 80만개로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3조7453억원이던 수신 잔액도 이달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다.

농협은행도 지난해 월 8만~10만개 수준이던 신규 요구불 계좌 가입 수가 올해 들어 1월 14만개, 2월 19만개, 3월 25만개로 크게 늘었다. 반면 신한은행은 코빗과 제휴 계좌 개수를 7만개로 한정해 관리하고 있다. 거래소와 제휴한 은행들은 신규 계좌 개설 한 건당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받는다. 또 신규 고객 유치로 예치금이 늘어나는 효과도 누린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은행들의 관리 부담은 늘어나고 있다. 암호화폐 투기 열풍이 거세지자 정부가 은행들에 책임 강화를 요구하면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에서 의심거래보고가 늘었고, 들어오는 수수료에 비해 자금방지 및 정보기술 운용인력 등 관리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예금 인출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 대비를 잘하고 있는지 점검을 받기도 했다. 금감원은 케이뱅크 예금이 빠르게 늘어나는 주요 원인을 가상자산 거래로 보고, 갑작스러운 인출에 대응해 고유동성 자산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했다.

농협·신한은행, 케이뱅크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안전성을 자체 판단하고 있지만, 은행연합회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자금세탁 위험 평가 기준을 새로 수립하고 있다. 은행들은 컨설팅 결과로 나온 새 기준으로 거래소를 평가한 뒤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들 은행 외 다른 은행들도 여러 거래소에서 계좌 제휴 요청을 받고 있지만 선뜻 나서길 꺼리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가) 변동성이 크고 목적이 불분명해 자금세탁의 개연성이 커진 만큼 은행들이 방조하는 상황이 되기 부담스러워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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