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이동규칙. 출처=Markus Spiske/Pexels
자금이동규칙. 출처=Markus Spiske/Pexels
코인데스크 칼럼니스트 Marcelo M. Prates는 중앙은행 변호사이자 연구위원이다.

국가 간 송금이 이메일 전송처럼 쉽고 빠를 순 없다. 그러나 국제 지급결제가 국내 지급결제보다 비싸고 느린 이유는 정작 기술적 한계 때문이 아니다. 정치적 요인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보면 이미 여러 중앙은행과 시중은행이 실시간 지급결제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 지급결제 시스템에 보수적인 미국에서조차 2019년 말부터 실시간 지급결제를 확대 중이다. 연준이 2023년 FedNow 서비스를 시작하면 즉시결제 도입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미 은행들은 국제 지급결제 처리 시 스위프트(SWIFT) 통신협정을 통해 송금 효율성을 높여왔다. 또, 그보다 신속한 지급결제 기술이 이미 존재하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해외송금을 해본 기업이라면 국제 지급결제가 버튼 하나 누른다고 되는 쉬운 절차가 아님을 알 것이다.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면 뭐가 문제일까? 문제는 정부에 있다. 정부에 있어 통화에 대한 통제권은 군사력만큼이나 중요하다. 대부분의 국가는 당국에서 자국통화를 발행하고 이에 국내 채권 소각권을 갖는 법정통화지위를 부여하고자 한다.

브라질 같은 국가는 한술 더 떠서 국내 거래에서 헤알화 이외의 통화 사용을 금지시켰다. 미국처럼 민간이 지급결제 통화를 선택할 수 있는 국가도 실제로는 공식 통화를 선호한다. 가령, 대부분의 가격이 유로로 매겨지는 곳에서 엔화 결제는 불편할 뿐만 아니라 불가능할 것이다.  

국제지급 절차에 대한 즉각적인 해결책은 비트코인(BTC)과 같은 초국가적 국제지급결제통화를 이용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발행국이 없기에 국가 관할권이 없으며 국가 통화의 간섭없이 자체 계정을 보유한다. 일본 사람의 전자지갑에서 브라질 사람의 전자지갑으로, 또 미국인의 전자지갑으로 즉각 원활한 이동이 가능하다.  

출처=John McArthur/Unsplash
출처=John McArthur/Unsplash

국제거래에서 비트코인이 아니더라도 초국가적 통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나라가 있을까? 국제 기관이 글로벌 디지털 통화를 만들 준비가 되어있고, 일부 국가가 이를 사용할 용의가 있다면, 어떻게 기축통화 발행국가들의 협조를 얻어낼 수 있을까?

국가마다 통화는 다르고, 법정 통화든 실질 통화든 국내 공식 통화를 선호한다는 사실 때문에 국제지급결제는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제 지급결제는 건 별로 환전이 필요하며, 어쩔 수 없이 다양한 중개기관과 자금세탁방지, 고객확인, 자본 통제 등의 규제를 거쳐야 한다.

게다가 은행을 이용하든 핀테크 기업을 이용하든 대부분의 국제 지급결제는 달러와 미국은행이 개입되므로 두 번 이상의 환전을 거친다. 환전 횟수가 늘수록 비용은 높아지고 처리 속도는 느려지기 마련이다.

다음 그림은 브라질 회사(IB)가 한국 제조사(EK)에 수입금을 지급하는 절차를 보여준다. 원화로 직원들 월급을 주고 하청업체에 대금을 지불해야 하는 한국 기업에게는 브라질 헤알화가 필요 없다. 반면 브라질 최대 은행에서도 원화를 취급하는 곳은 없을 것이므로 브라질 회사에겐 원화가 필요 없다. 외환 거래를 통해야만 두 회사 간 지급결제가 이뤄질 수 있다.

출처=Marcelo M. Prates
출처=Marcelo M. Prates

브라질 회사는 브라질 국내 은행(B1) 예금계좌의 헤알화를 원화로 환전하여 한국 제조사에 송금해달라고 요청한다. 한편, 브라질과 한국은 통화 거래가 빈번하지 않아서 은행 간 직접적인 네트워크가 없다. 따라서 미국 연결 은행의 지원이 필요하다.

브라질 은행은 브라질 회사에서 헤알화를 받은 다음 미국 연결은행(B2)의 사전예치금 계정에서 달러를 인출하여 한국에 송금해달라고 요청한다.  

미국의 연결 은행이 한국 은행과 연결 협정을 맺지 않았다면 협정을 맺은 다른 미국 은행을 찾아야 할 것이다. 미국의 연결 은행은 브라질 은행에서 받은 달러를 다른 미국 은행(B3)으로 보내고, 이 다른 은행이 사전예치금 계정에서 원화를 인출하여 한국의 연결 은행(B4)로 보내 지급을 요청하게 된다.

한국 제조사가 다행히 해당 한국 연결은행(B4)의 예금계좌를 갖고 있다면, 다른 한국 은행(B5)으로 또 한 번의 송금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렇듯, 브라질-한국 간 지급결제 한 건에 환전 두 번, 은행 송금 네 번, 세 국가의 다섯 개 은행을 거쳐야 할 수도 있다. 외국 연결은행의 잔고를 채우기 위해 중앙은행에서 외환을 매입해야 하는 시중은행은 치지도 않았다.  

 

해외송금은 앞으로도 계속 느릴 예정

기술은 국가 간 거래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모든 참여 국가의 지급결제 시스템이 24시간으로 실시간 운영하거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가 나타날 경우 국제지급결제는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 180개 통화가 각국의 규제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는 국제 거래비용과 기회비용을 줄이기 어렵다. 글로벌 거래 시 공통 통화 사용에 대한 국제적 결의는 요원해 보인다. 스타벅스 코인이나 맥코인 같이 국가 통화와 관련 없는 민간 발행 암호화폐가 세를 얻기 전까지는 국제 지급결제는 계속 비싸고 느리고 비효율적일 것이다. 그러나 민간 발행 암호화페가 널리 통용되는 때가 오게 되면 정부가 대응하기엔 너무 늦어버릴 것이다.

 

영어기사: 임준혁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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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금 #통화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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