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미국에서 금 보유를 금지하는 행정명령 6102호. 출처=Wikimedia Commons
1933년 미국에서 금 보유를 금지하는 행정명령 6102호. 출처=Wikimedia Commons

최근 두 개의 칼럼에서 나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물건을 구매하거나 큰돈이 드는 물건을 구매할 때, 단기적으로는 비트코인이 폭넓게 사용되는 결제수단이 되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4월 5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이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역사적인 날이다.

88년 전 이날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은 금의 ‘보유’를 금지하는 행정명령 6102호에 서명했다. 사실 이 칼럼을 쓸 생각이었다면 수 주 전부터 준비하면서 동시대의 신문 기사를 검색하고 역사학자들을 만나보는 것이 현명했겠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4월 5일이 이미 코앞에 와 있었다.

위키피디아에서 얻은 정보에 따르면, 당시 미국인들은 “소지하고 있는 금화나 금괴, 금 증서 등을 아주 적은 양을 제외하고는 모두 연방준비제도에 반납”해야 했다. 주어진 시간은 한 달도 되지 않았고, 행정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높은 벌금과 징역형을 감수해야 했다.

당시 통화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합리적인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루스벨트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시민의 자유로운 결정권을 억압하는 조치였던 만큼 분명 섬뜩한 느낌을 준다.

출처=Aleksi Räisä/Unsplash
출처=Aleksi Räisä/Unsplash

비트코인 이용자이자 교육자인 6102비트코인(6102Bitcoin)은 지난해 스테판 리베라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미국에서는 금을 보관하거나 집에 금을 두는 것이 불법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100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의 일”이라고 말하며 “매우 놀라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자유의 땅인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과 함께, 최근에는 미 사법당국이 민간자산 몰수법을 악용하는 현실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가치는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암호화폐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암호화폐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고, “본질적 가치”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중앙 관리기관이 아닌 암호화 방식의 개인키로 통제하는 지갑에 담기기 때문에 몰수가 어렵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물론 몰수가 어렵다는 것이지,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나는 이와 관련해 4년 전 글을 쓴 적이 있다:

암호화폐 이용자들이 “법보다 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법원 명령에도 불구하고 개인키를 공개하지 않는 사람은 여전히 감옥에 갈 수 있다.

다만 정부가 한 사람의 개인키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감옥에 집어넣던가, 고무호스로 고문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일방적으로 자금을 몰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처럼 개인은 암호화폐를 통해 조금의 권력을 되찾아 오는 것이다.

비트코인을 창시한 것으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가 자신의 생일이 4월 5일이라고 한 것도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이다.

출처=Bermix Studio/Unsplash
출처=Bermix Studio/Unsplash

역사는 반복될 것인가

이쯤 되니 흥미롭기도, 걱정되기도 하는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미국 정부가 행정명령 6102호와 비슷한 조치를 비트코인에 취할 가능성이 있을까? 컨센서스2021에 참석해 연설할 예정인 헤지펀드 매니저 레이 달리오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는 최근 야후 파이낸스(Yahoo Finance)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정부는 수요와 공급을 통제할 수 있는 독점적인 권력을 매우 소중히 여긴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형태의 돈이 등장해 기존 화폐와 경쟁을 벌인다면, 더 이상의 통제는 어려워질 수 있다. 때문에 금 소지가 한 때 불법이었던 것처럼, 비트코인도 금지 대상이 되는 특정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달리오는 인도가 이미 이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 수 있으며, 정부는 모든 거래 내역이 기록되는 공개 장부를 통해 누가 어떤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갖고 있는 이용자들은 스파르타의 레오니다스 1세처럼 말할 것이다: 와서 가져가 봐라.

앞서 언급한 팟캐스트에서 6102비트코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런 규제나 몰수 시도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비트코인은 빛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 (10분의 대기시간이 발생하기는 한다). 규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비트코인 압수 결정을 표결에 부쳐야 할 것이다.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사람들은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투표가 시작되기도 전에 소유권을 해외로 이전할 것이다.

둘째, 비트코인은 다양한 관할지역의 이해당사자에 의해 통제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몰수가 어려울 수 있다.

셋째, 비트코인은 보이지 않게 숨길 수 있고, 보관 장치 내에 아무도 모르게 감춰둘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부 하드웨어 지갑은 별도의 암호가 설정된 ‘숨은 계정’을 생성할 수 있게 해준다. 이 경우 외부 압력에 의해 지갑 암호를 공개하더라도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의 일부만 노출된다.

행정명령 6102호의 서명일이 유대교의 유월절 마지막 날 밤이 지난 바로 다음날인 것도 어쩌면 운명일지 모른다.

우리가 비트코인을 마트나 세탁소에서 사용하는 날이 영원히 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개인의 자산이 무분별하게 몰수되는 것은 막아줄 것이란 믿음이 있다.

유대인들은 이를 다예뉴(dayenu)라고 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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