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Jessica Alberto/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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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식을 왜 안 하나. 돈을 넣기만 하면 돈이 더 생긴다. 한마디로 돈이 복사가 된다.”

역대급 유동성 장세로 미국 주식이 파죽지세로 오르던 2020년 10월, 국내 한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 유저가 ‘돈 복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주가가 하락 없이 상승만 하니까 주식을 매수하면 마치 돈이 복사되는 것처럼 수익을 본다는 얘기다.

2020년 3월 15일 코로나19로 7417.98포인트까지 떨어졌던 나스닥 지수는 2020년 10월 11일 1만1798포인트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미국이 유례 없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펼친 게 큰 몫을 했다.

주가 상승은 2021년 들어서도 멈추지 않았다. 2021년 2월 7일에는 나스닥이 1만3804.75포인트를 달성하면서 주봉 상으로 최고점을 달성했다. 이후 금리 인상 등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1만3000선이 붕괴됐지만, 상승 추세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그 사이 돈 복사라는 단어는 한국 투자자라면 누구나 듣게 되는 유행어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돈 복사가 된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미국 대형은행인 웰스파고가 이미 지난해 12월 “2020년 최고의 수익 자산은 비트코인”이라고 밝히기도 했지만, 2021년 들어서는 알트코인까지 폭등하면서 말 그대로 ‘돈 복사’ 장세가 형성되고 있다. 당장 국내 거래소들의 알트코인 가격만 비교해봐도 지난해 대비 최소 10배 이상 오른 암호화폐가 수두룩하다.

암호화폐를 오랫동안 투자한 투자자들이라면 요즘 2017년을 떠올릴 때가 많을 것이다. 당시에도 비트코인이 약 900달러에서 약 2만달러까지 올랐고, 많은 알트코인이 수십 배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암호화폐공개(ICO)와 같은 방법을 통해 몇백 배에서 몇천 배의 수익을 본 투자자들도 있었다. 상승이 지속되자 2018년에도 봄날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투자 비중을 늘린 사람도 여럿 있었다. 그렇게 ‘벚꽃 엔딩’은 예고 없이 2018년에 찾아왔다.

물론 올해 암호화폐 상승은 다른 점이 많다. 개인이 아닌 기관들이 비트코인을 매수하기 시작했고, 유동성 증가의 수혜를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산업이 각광 받은 것도 한몫했다.

한번 추세를 탄 시장이 쉽게 꺼지지 않는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많은 투자자들이 ‘이쯤 되면 많이 올랐다’고 생각하고 공매도나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상승 추세의 힘을 과소평가한 셈이다.

그럼에도 한가지 분명한 점은 벚꽃 엔딩은 언젠가 반드시 온다는 것이다. 넣기만 하면 돈이 복사 된다고 투자 비중을 늘리기엔 시장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2017년 당시에도 의심을 거듭하다가 계속되는 상승세에 후반기부터 투자에 큰 비중을 싣고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많다. 비교적 초창기부터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해 돈을 벌었음에도, 더 큰 수익을 내려고 ICO 코인 등에 ‘올인’ 했다가 원금조차 건지지 못한 사례도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신이 아니므로 봄날의 끝이 언제인지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시장이 달아오를수록 분산 투자의 원칙을 지키고 냉정해져야 한다. 열 번 매매를 잘해도 절정의 끝에 원칙을 한 번만 어겨도 손실을 입는 곳이 투자 시장이다. 변동성이 심한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더욱 필요하다. 계속되는 암호화폐 시장의 봄날 속에서 필자를 비롯한 모든 투자자들이 벚꽃 엔딩에도 웃을 수 있기를 바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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