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arolina Grabowska/Pixabay
출처=Karolina Grabowska/Pixabay

암호화폐 거래소는 블록체인 산업에서 안정적으로 돈을 벌어 온 거의 유일한 선수다. 암호화폐 가격이 오르면 올라서, 내리면 내려가서 거래소에 사람이 몰린다. 취재를 하다 보면 '탈중앙화 이념과 가장 거리가 먼 거래소만 돈 버는 건 아이러니'라는 푸념도 종종 듣게 된다.

지난달 말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한 'BJ철구'(본명 이예준)의 거래를 일시 정지시켰다. 아프리카TV와 유튜브 등에서 150만명에 가까운 팔로워를 거느린 BJ철구가 수억원 규모의 초단타 매매를 하는 장면을 생중계한 게 문제가 됐다. 

업비트는 이 인플루언서의 행위가 약관에서 금지하는 부당 시세 조작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암호화폐 관련 규제가 부재한 상황에서, 부당 시세 조작 행위의 범위를 거래소가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데엔 논란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블록체인 기술 기업 관계자는 "이미 단타 거래로 수익을 내고, 그 내용을 커뮤니티 등에 공유해 다른 이들의 투자를 부추기는 개인 고객들이 많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약관을 거래소가 마음대로 해석한 거나 마찬가지란 지적이다.

"유동성 공급자(LP)나 봇에 의한 시세 조정이 암암리에 이뤄진다. 막으려면 이것부터 막아야 한다. 또 법인 고객들에게 수수료 우대를 제공하면서 수십억원 단위 거래를 유도하는 거래소도 많은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으로 보자면 (인플루언서의 단타 매매에) 비할 바가 안 된다." 

반면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다양해지는 가운데, 유명인의 말 한마디에 의한 가격 변동을 이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금융업 관계자는 "최근 일론 머스크의 트윗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오른 걸 두고도 말이 나오는데, 일론 머스크 개인과 테슬라, 그리고 스페이스X의 트위터 계정을 합산해 8000만명의 팔로워를 모으기까지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소 입장에선 자의적 판단이란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제재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관련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금융업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응당 해야 할 조치를 취하지 않는 기관을 대신해 거래소가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를 따라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가 피해를 본 이들이 민원을 제기할 경우 더욱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으니, 제도적 사각지대를 눈뜨고 볼 수만은 없었을 거란 이야기다.

국내 한 중소형 거래소 관계자는 "전통 주식 시장에 비해 변동성도 크고, 상한가도 없는 암호화폐 시장에선 거래소들이 운영을 더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의 주식 간편거래 앱 로빈후드도 가격이 단기에 급등한 게임스톱의 매수를 제한해 비판을 받았다. 개미 투자자들의 추진력을 발판삼아 시장이 움직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거래소는 사행성과 거리를 두는 쪽이 아무래도 더 맞다고 본다."

정인선 기자 한겨레신문 정인선 기자입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3년여간 코인데스크 코리아에서 블록체인, 가상자산, NFT를 취재했습니다. 일하지 않는 날엔 달리기와 요가를 합니다. 소량의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클레이(KLAY), 솔라나(SOL), 샌드(SAND), 페이코인(PCI)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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