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좀처럼 결단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주 개당 5만9800달러 선을 횡보하던 비트코인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기준으로 5만3200달러 선까지 하락했다가 다시 올라 6만달러에 육박했다가, 21일 현재는 다시 5만6000달러 선으로 내려앉았다. 

시계를 돌려보자.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개당 2만달러 선에서 비트코인을 살 수 있었다. 가격 추이를 보면 달라진 분위기가 좀 더 선명하게 보인다. 3개월 동안 많게는 하루에 20%씩 상승하며 거침없이 오르던 비트코인이 6만달러에 부딪혀 고전하고 있다. 하락장이라고 판단하기는 이른 느낌이고, 상승장이라고 하기에는 상승 압력이 확실히 약하다. 비트코인은 왜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일까. 

비트코인 가격을 결정 짓는 것은 결국 암호화폐 거래소 안에서의 수요와 공급이다. 알다시피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할 방법은 두 가지다. 각국의 달러화(USD)나 원화(KRW)같은 현지 통화로 사거나, 테더(USDT)나 유에스디씨(USDC) 같은 스테이블 코인으로 구매하는 것이다.

과거 기고에서도 소개했듯이 최근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은 미국 기관투자자들이 주도했다. 달러화 기반 수급이 상당히 중요하고, 미국 최대의 USD 기반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프리미엄 지표를 보는 게 중요한 이유다. 

코인베이스 프리미엄은 과거 2만달러, 3만달러, 4만달러, 5만달러 선을 최초 돌파할 때 항상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나, 이번 6만달러 선 돌파 때는 올해 들어 최저치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보인 바 있다. 코인베이스에서 달러화로 거래하는 고래투자자의 매수가 아닌 스테이블 코인 매수세로 인한 상승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6만달러를 돌파하던 시점의 코인베이스 프리미엄 추이. -0.5% 이상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출처=크립토퀀트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6만달러를 돌파하던 시점의 코인베이스 프리미엄 추이. -0.5% 이상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출처=크립토퀀트

최근 상승이 스테이블 코인 매수세에 기인한 것이라면 스테이블 코인 수급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 스테이블 코인의 수급을 볼 때는 크게 두 가지를 확인한다. 우선 봐야 할 것은 거래소 내에 있는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의 비율의 변동 추이, 그다음으로는 비트코인 시가총액 대비 스테이블 코인 시가총액의 변동 추이를 확인해야 한다. 

'모든 거래소의 스테이블코인 비율 (Stablecoins Ratio(USD))' 차트(왼쪽)와 '스테이블코인 공급 비율 (Stablecoin Supply Ratio; SSR)' 차트(오른쪽). 출처=크립토퀀트
'모든 거래소의 스테이블코인 비율 (Stablecoins Ratio(USD))' 차트(왼쪽)와 '스테이블코인 공급 비율 (Stablecoin Supply Ratio; SSR)' 차트(오른쪽). 출처=크립토퀀트

왼쪽 위에 있는 그래프는 크립토퀀트가 제공하는 '모든 거래소의 스테이블코인 비율 (Stablecoins Ratio(USD))' 차트다. 글로벌 주요 거래소들이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 보유량을 달러화 가치로 환산해서 거래소들의 스테이블 코인 보유량으로 나눈 값이다. 

최근 온체인 데이터를 보면 매수 압력이라고 볼 수 있는 거래소 내 스테이블코인 잔량은 계속해서 연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매도 압력이라고 볼 수 있는 거래소 내 비트코인 잔량은 딱히 증가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거래소의 스테이블코인 비율' 지표가 높게 나타난다. 거래소에 들어와 있는 스테이블코인의 양이 비트코인 가격을 밀어 올리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 차트의 빨간 선이 횡보하거나 하락해야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이 지표를 확인할 때 주의할 점은 현물(Spot) 거래소 데이터만 분리해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물 거래소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비트코인 같은 다른 코인을 사는 것뿐이지만 파생상품 거래소에서는 마진선물 거래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기 때문에 스테이블 코인의 잔량으로 비트코인 매수 압력을 측정하기에 적당하지 않다. 

실제로 최근 파생상품 거래소의 스테이블 코인 비율을 보면 현물 거래소보다 현저히 낮게 나타난다. 이런 데이터는 우리가 비트코인 가격 추이를 예측할 때 잡음으로 작용한다. 

오른쪽 위에 있는 그래프는 크립토퀀트가 제공하는  '스테이블코인 공급 비율 (Stablecoin Supply Ratio; SSR)' 차트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을 달러화로 바꾼 후, 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으로 나눈 값이다. 요즘은 새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이 바로 거래소에 입금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시가총액으로 비교해보는 것이 좀 더 선행지표라고 볼 수 있다. SSR 또한 위에서 언급한 '모든 거래소의 스테이블코인 비율' 지표와 마찬가지로 작년 대비 상당히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신탁(GBTC) 프리미엄(왼쪽)과 캐나다 비트코인 펀드인 QBTC의 비트코인 프리미엄 추이. 출처=크립토퀀트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신탁(GBTC) 프리미엄(왼쪽)과 캐나다 비트코인 펀드인 QBTC의 비트코인 프리미엄 추이. 출처=크립토퀀트

비트코인 가격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신탁(GBTC) 프리미엄과 캐나다 비트코인 펀드인 QBTC의 비트코인 프리미엄 또한 지난해 대비 마이너스로, 연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7일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이런 지표들과 관련한 트윗을 올린 바 있다. 

 

 

이 지표들 앞에서 투자자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중단기 투자를 주로 하는 암호화폐 투자자라면 코인베이스 프리미엄이 뚜렷이 증가하고 스테이블코인 공급이 나타날 때까지는 잠시 매매를 쉬어도 좋을 것 같다. 달러로 매수하든, 스테이블코인으로 매수하든 매수자들이 나타나야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한다. 지난해 말처럼 하루 20%씩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는 상승장은 이런 수급이 좋아지기 전까지는 다시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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