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진짜 대중화되려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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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기자
정인선 기자 2021년 2월23일 05:05
출처=언스플래쉬
출처=언스플래쉬

영국 암호화폐 거래소 이토로(eToro)가 최근 흥미로운 데이터를 발표했다. 자사 플랫폼을 통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를 보유한 투자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2020년 한 해를 지나는 동안 다소 늘었다는 것이다.

이토로에 따르면 2020년 초 각각 10%와 11%에 그쳤던 이토로 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여성 홀더 비율은 올초 15%와 12%로 늘었다. 투자자의 평균 연령도 낮아졌다. 비트코인 보유자 평균 연령은 2017년 37세에서 2021년 35세로, 이더리움 투자자 평균 연령은 2017년 35세에서 2021년 32세로 내려갔다. 

이토로는 '암호화폐 상승장의 혜택을 본 투자자의 면면이 과거에 비해 더 다양해졌다'는 취지로 보도자료를 냈다. 제목도 '여성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수요 급증을 이끌고 있다'고 달았다. 그러나 이토로의 홍보 의도와는 달리 '디크립트',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매체는 이 데이터를 인용해 "비트코인 거래의 성별 격차가 여전히 크다"고 보도했다.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 중 여성 비율은 얼마나 될까? 22일 국내 거래소 몇 곳이 코인데스크코리아에 밝혀온 이용자 성별 비율은 다음과 같다. 

  • 코인원: 여성 약 24%, 남성 약 76%
  • 코빗: 여성 약 32.7%, 남성 약 67.3% (2021년 2월19일까지 신한은행의 강화된 고객확인 절차(EDD)를 완료한 회원 기준)
  • 한빗코: 여성 약 14.7% 남성 약 85.3%

거래소마다 편차가 있지만, 대부분의 거래소의 여성 이용자 비율이 남성에 비해 현격히 낮다는 건 공통적이다. 또 거의 모든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가 이용자의 연령별 분포 데이터는 분류해 두고 있었지만, 성별 분포 데이터는 따로 분류조차 하고 있지 않은 곳도 많았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회사 그라운드X가 출시한 카카오톡 기반 디지털 자산 지갑 클립은 어떨까. 그라운드X 관계자는 "클립 가입자 수가 약 37만명이던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여성이 약 35.1%, 남성이 약 64.9%였다"면서, "올초 친구 초대하기 이벤트로 가입자가 10만여명 증가해 현재 시점 기준 비율은 이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지갑 이용자 성비.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코리아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지갑 이용자 성비.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코리아

싱가포르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비트는 2019년 공식 블로그에 '여성이 암호화폐 거래를 머뭇거리는 다섯 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분석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바이비트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스스로의 재정적 지식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여성이 암호화폐를 비롯한 투자에 소극적인 이유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이런 과소평가는 과연 여성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걸까, 아니면 미디어를 비롯한 주변 환경이 주입한 걸까? 박진영 어피티 대표가 2019년 한 칼럼에서 지적했듯, 여성이 재테크를 말하는 콘텐츠에는 '그러다 취집(취업과 시집의 합성어로, 여성들이 취직 대신 결혼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누린다는 편견을 담은 표현)이나 하겠지'와 같은 비아냥이 자주 따라온다. 어피티뿐 아니라 '듣똑라', '아이돈케어' 등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삼은 경제 정보 미디어들이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지만, '여성의 돈 얘기'는 여전히 사사롭고 덜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 여러 차례에 걸쳐 대량의 비트코인을 사들여 주목 받은 미국의 디지털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이 2019년 12월 펴낸 보고서에도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소개됐다. 앞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하루라도 빨리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응답한 여성 응답자 비율이 47%로 남성(39%)보다  더 많았지만, 정작 실제 투자할 의향을 묻자 여성은 44%가, 남성은 22%가 '정보가 부족해 자신이 없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올해 초 만난 한 암호화폐 거래소 대표는 '여성 암호화폐 투자자가 더 많아져야 하는 이유'로 "이용자 기반이 더 넓어져야 비로소 대중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당시 기사엔 상술하지 못했지만, 그는 "'디지털 금'이라는 별명을 얻을만큼 새로운 가치를 머금고 있는 자산일수록, 발빠르게 투자해 자산을 축적할 기회 또한 더 다양한 이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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