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코인' HDAC 발행 후, 거래소 만들어 '셀프상장'
국세청, HN그룹·에이치닥·플라이빗 동시 세무조사
'정주영 손자' 정대선, HDAC ICO로 비트코인 1만6000개 공모
ICO 주체들, 거래소 '덱스코' 설립 관여… HDAC 최초 상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함지현
함지현 2021년 1월29일 15:01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하면서 코인 투자 열풍이 불었던 2017년 하반기. 투자자 사이에서 '현대코인'이라고 불렸던 에이치닥(HDAC) 토큰은 비트코인(BTC) 1만6000개를 모으는 ICO(암호화폐공개)에 성공했다. 지금 시세로 약 6000억원 규모다. 3년 후 이 ICO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코인데스크코리아 취재 결과, HN그룹과 에이치닥테크놀로지 한국지점, 한국디지털거래소(플라이빗)에서 최근 동시 진행된 국세청 세무조사의 배경에는 이 ICO가 있다. HDAC ICO, 거래소 설립, 세무조사 세가지 사건을 연결해주는 인물이 정대선 HN그룹(옛 현대BS&C) 사장 겸 창립자다.

한국 기업 HN그룹(옛 현대BS&C), 스위스 기업 에이치닥테크놀로지를 창업한 정대선 대표. 출처=에이치닥테크놀로지 홈페이지 캡처
한국 기업 HN그룹(옛 현대BS&C), 스위스 기업 에이치닥테크놀로지를 창업한 정대선 대표. 출처=에이치닥테크놀로지 홈페이지 캡처

 

국세청, 동시 세무조사… 탈루 혐의?

국세청은 지난 26일 ①HN그룹(옛 현대BS&C), ②에이치닥테크놀로지 한국지점, ③플라이빗 3곳에서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국세청은 세금신고에서 탈루 정황이 있을 경우 비정기 특별조사를 실시한다. 플라이빗에 따르면, 이날 국세청은 2017~2019년 자료를 요청했다. 이 때는 플라이빗이 덱스코(Dexko)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던 시기다.

에이치닥테크놀로지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 A씨는 이번 세무조사가 HDAC ICO를 겨냥한 것으로 봤다. 그는 "HDAC 개발 초기부터 깊게 관여한 세 업체를 동시에 세무조사한 것을 보면 HDAC ICO에서 문제가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세무조사의 핵심은 정대선 사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는 HN그룹으로 보인다. 동시에 정 사장은 에이치닥테크놀로지의 창립자이며, 한국디지털거래소 설립에도 참여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암호화폐를 활용한 HN그룹의 탈루 혐의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에이치닥테크놀로지 관계자는 "2017년 HDAC ICO 자금 모집은 한국이 아닌 스위스 본사가 진행했다. 국내에서 탈루 의혹이 불거지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창립자는 같지만) HN그룹과는 지분관계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HN그룹 관계자는 "세무조사를 받은 것은 맞으나 이유는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제작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제작

 

ICO 후 거래소 만들어 '셀프 상장'

그간 덱스코(현 플라이빗, 법인명 한국디지털거래소)는 2018년 HDAC 토큰을 국내에서 최초 상장한 거래소로만 알려져 왔다. 실상은 HDAC ICO를 주도한 인물들이 덱스코 설립에도 관여했다. 암호화폐 발행·개발 주체가 거래소를 만들어 '셀프 상장'한 것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손자인 정대선 HN그룹 사장이 스위스에 설립한 에이치닥테크놀로지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현대코인’으로 알려진 HDAC(Hyundai dac)의 ICO를 2017년 11월 진행했다. 2개월 전인 그해 9월 한국 정부는 'ICO 전면 금지'라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스위스 법인을 통한 ICO라 법적인 문제는 없었다. 대표적인 한국산 ICO인 보스코인(BOS), 아이콘(ICX)도 2017년 스위스에서 ICO를 했다.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제작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제작

암호화폐 발행과 이를 통한 자금모금은 스위스 법인이 했지만, 대부분의 개발과 운영은 한국에서 이뤄졌다. A씨는 "HDAC 개발은 전삼구 더블체인 대표, 마케팅 및 투자자 모집은 김용호 전 결제대행업체(PG) ‘예스페이’ 대표이사가 담당했다"고 말했다. 당시 더블체인은 영국 런던에서 HDAC 백서 0.8 버전을 공개하기도 했다.

HDAC ICO에 참여한 HN그룹, 더블체인, 김용호 대표는 2017년 9월 '한국디지털거래소' 법인을 설립했다. 한국디지털거래소는 2018년 3월 거래소 덱스코(현 플라이빗)를 오픈했다. 김용호 전 예스페이 대표이사가 한국디지털거래소 초대 대표를 맡았다. 그리고 덱스코는 HDAC을 상장했다. 당시 덱스코는 "HDAC을 상장했다. HDAC을 보유한 고객들에게 약속을 지켰다"고 밝혔다.

덱스코는 2018년 11월 HDAC을 상장했다. 덱스코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고 밝혔다.
덱스코는 2018년 11월 HDAC을 상장했다. 덱스코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고 밝혔다.

HN그룹은 한국디지털거래소 법인 설립에 참여한 건 맞지만 덱스코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HN그룹의 한 임원은 "(한국디지털거래소) 법인 설립에는 참여했지만 덱스코 오픈 전에 지분을 다 정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디지털거래소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휴원 HN그룹 회장이 감사(임원)를 사임한 건 2018년 5월로, 이미 덱스코가 오픈(2018년 3월)한 후다. 이휴원 회장은 코인데스크코리아와 통화에서 "블록체인 (사업)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말했지만, 그는 HDAC ICO 1년 전인 2016년 전삼구 더블체인 대표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노영주 HN그룹 IT부문 대표(전 대표이사)도 2018년 6월까지 한국디지털거래소 사내이사를 맡았다.

이휴원 현대BS&C(현 HN그룹) 회장(왼쪽부터), 정대선 현대BS&C 사장·창립자, 전삼구 더블체인 대표가 2016년 12월13일 블록체인 기반 핀테크 사업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출처=현대BS&C 제공
이휴원 현대BS&C(현 HN그룹) 회장(왼쪽부터), 정대선 현대BS&C 사장·창립자, 전삼구 더블체인 대표가 2016년 12월13일 블록체인 기반 핀테크 사업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출처=현대BS&C 제공
2019년 5월 한라홀딩스와 현대BS&C(현 HN그룹)가 블록체인 기반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당시 현대BS&C 노영주 대표이사, 한라그룹 CIO 김희권 상무, 에이치닥테크놀로지(Hdac Technology) 윤부영 대표. 출처=현대BS&C(현 HN그룹)
2019년 5월 한라홀딩스와 현대BS&C(현 HN그룹)가 블록체인 기반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당시 현대BS&C 노영주 대표이사, 한라그룹 CIO 김희권 상무, 에이치닥테크놀로지(Hdac Technology) 윤부영 대표. 출처=현대BS&C(현 HN그룹)

통상 암호화폐는 거래소 상장 여부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ICO를 마쳤으나 상장에 실패해 아무 가치 없는 '디지털 파일'로 끝나는 프로젝트도 부지기수다. ICO 발행사들이 한때 수십억원의 상장비를 거래소에 내면서 상장을 하려고 했던 이유다. 그러나 HDAC ICO 주체들은 직접 거래소를 설립해 상장했다.

특히 에이치닥테크놀로지는 상장을 앞두고 3000억원어치 HDAC 사전 채굴채굴업체의 해킹 사건 등을 겪으며 구설수에 올랐다. 그럼에도 HDAC은 덱스코에 무사히 상장됐다. HN그룹 관계자는 "HN그룹은 한국디지털거래소 설립에만 참여하고, 덱스코 오픈 전에는 지분을 뺐다"고 말했다. 상장은 더블체인과 김용호 대표의 결정이라는 주장인데, 이들은 HDAC을 직접 개발하고 투자자를 모집한 인물이다.

암호화폐 발행 주체가 거래소를 설립해 암호화폐를 '셀프 상장'하는 걸 규제할 법적 수단은 없다. 현재 국내법에서 가상자산을 규정하는 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뿐이며, 이 법은 자금세탁방지 영역만 다루고 있다. 한서희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암호화폐 발행사와 거래소의 행위를 규제하는 가상자산업권법이 없는 상황에서 법적인 문제는 없다"면서도 "주식 발행사와 한국거래소가 분리된 금융권에서는 애초 발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출처=한국디지털거래소의 HDAC 소개 영상
출처=한국디지털거래소의 HDAC 소개 영상

 

HDAC 가격 86% 하락

한국 대기업 이름에 힘 입어 '현대코인'이라고 불리며 '셀프 상장'까지 한 HDAC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HDAC은 암호화폐 거래소 상장 직후 가격이 폭락해, 29일 약 16원에 거래되고 있다. 2018년 9월 투자했을 경우 현재 손익(ROI)은 -86%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금 HDAC이 상장된 국내 거래소는 빗썸, 지닥이 있으며 외국 거래소는 비트렉스, 라토큰, 비박스가 있다. 그러나 거래대금의 85% 이상이 빗썸에 몰려있어, 사실상 빗썸에서만 거래되는 상황이다. 29일 기준 빗썸에서 HDAC의 24시간 거래량은 5000만원 수준이다. 빗썸은 2021년 1월 HDAC을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또한 2020년 7월 에이치닥테크놀로지는 HDAC 토큰을 새로운 아톨로(ATOLO) 토큰으로 변경(스왑)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이와 관련된 홈페이지 공지는 2020년 10월이 마지막이다.

최초 상장했던 플라이빗(옛 덱스코)에선 HDAC이 상장폐지됐다. 플라이빗은 2020년 3월4일 HDAC 거래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ATOLO로 토큰 스왑도 지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때는 플라이빗 경영진이 바뀌어, 김석진 전 후오비코리아 상무이사가 대표로 선임된 이후다. 그해 4월 덱스코는 '플라이빗'으로 명칭을 바꿨다.

이에 앞서 현대BS&C(현 HN그룹)와 더블체인은 한국디지털거래소에서 철수했다. 플라이빗에 따르면, 현대BS&C가 먼저 지분을 더블체인에게 넘겼고, 이어 더블체인은 2019년께 모든 지분을 정리했다. HN그룹과 더블체인 관계자는 "현재는 한국디지털거래소 지분이 없다"고 밝혔다.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 2021-02-13 10:02:11
할아버지 덕분에 좋은 사기템 만들어서 돈 번 케이스

카와카미 2021-02-18 13:49:22
완전히 먹튀했구만.
개나 소나 코인 만들어 사기치는 세상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