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은행나무침대' 스틸컷. 출처=다음 영화
영화 '은행나무침대' 스틸컷. 출처=다음 영화

얼마 전 서울에 첫눈이 내렸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건너 귤의 계절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코인데스크코리아 사무실에도 육중한 타이벡 감귤 한 박스가 배달됐다. 

타이벡 감귤은 6~7월 사이 흰 천(타이벡)을 사용해 흙바닥을 덮는 방식으로 재배한 귤이다. 귤나무가 수분을 덜 흡수하고, 빛은 많이 쬐는 효과가 있어서 더 당도가 높은 귤이 맺힌다고 한다. 같은 종자지만 재배법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 것이다. 기사를 쓰면서 한 입 먹어보니 역시 달다. 

암호화폐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요즘 비트코인 가격이 달달하게 느껴질 것이다. 10월 중순만 해도 1만2000달러가 안 됐는데, 1달 반 사이에 8000달러 가까이 올랐다. 비트코인 가격이 이렇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업계에서는 투자 환경의 변화를 주요한 원인으로 꼽는다. 코로나19 대응으로 달러 등 법정통화의 가치가 하락하는 동시에 페이팔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했고, 그동안 안 들어오던 기관투자자 매수 물량까지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리적 변화도 재미있다. 암호화폐 온체인 데이터 분석기업인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 데이터에 따르면 11월 중순 기준으로 북미 지역 암호화폐 거래소로 비트코인 구매를 위해 34억 달러 정도의 자금이 유입됐다. 연초 대비 7000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반면 2017년 비트코인 상승을 주도했던 동아시아에서는 비트코인 유출이 늘었다. 올해 11월에만 38억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24만개)가 동아시아 소재 암호화폐 거래소를 빠져나갔다. 거래량 차이도 뚜렷하다. 비트코인 가격이 전고점을 뚫을 만큼 좋은 분위기에서도 아시아 14개 주요 거래소 거래량은 연초 이래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북미 4대 거래소의 거래량은 같은 기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2017년 2만달러에 육박했었던 비트코인과 올해 비슷한 가격대에 올라와 있는 비트코인은 사실상 다른 성격의 투자 자산이라는 얘기다. 활발한 거래로 비트코인 손바뀜이 많아지면서 온체인 데이터에서 관찰되는 '고래'들의 투자 패턴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공식처럼 통하던 온체인 데이터 지표들이 정확하게 고래의 움직임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 잦아지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 상승으로 알트코인들의 가격이 많이 올랐다. 암호화폐 커뮤니티 등에서는 '역시 존버(암호화폐를 계속 보유하는 것)는 승리한다'며 들떠있는 분위기다. 비트코인의 밀물 효과로 시장이 좋아지면서 잃었던 투자금을 복구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일이 이렇게 된 이유를 잘 알고 앞으로의 변화에 잘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감귤이 달아지는데 이유가 있는 것처럼, 비트코인이 오르는데도 이유가 있다. '존버'와 '가즈아'가 암호화폐 업계의 상징이던 시대는 역사 속으로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우리도 이제 '존버'를 놓아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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