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스트래터지(MicroStrategy)의 사장 겸 CEO인 마이클 세일러. 출처=마이크로 스트래터지 페이스북 캡처
마이크로 스트래터지(MicroStrategy)의 사장 겸 CEO인 마이클 세일러. 출처=마이크로 스트래터지 페이스북 캡처

최근 4억25000만달러(7230억원)어치 비트코인을 사들여 세간의 관심을 받은 마이크로 스트래터지(MicroStrategy)의 CEO 마이클 세일러가 자사의 비트코인 투자에 대해 “혼란스러운 거시경제에 대응하기 위한 합리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나스닥 상장 기업인 마이크로 스트래터지는 지난 9월 주류 기업 중 최초로 비트코인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깜짝 추진하며 올해 암호화폐 업계의 가장 큰 화젯거리가 됐다.

세일러는 지난 10일 코인데스크의 콘텐츠 책임자 마이클 케이시와 나눈 대화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마이크로 스트래터지의 생각과 회사의 자금을 더는 현금으로 보관하지 않기로 한 이유, 그리고 디지털화가 진행되는 세상에서 금이 주요 가치 저장수단이 될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 영상은 10일 코인데스크가 주최한 ‘자산관리 전문가를 위한 비트코인(Bitcoin for Advisors)’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공개됐다.

세일러는 금이 주요 가치 저장수단이 다시 될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그는 오히려 비트코인에 더 많은 기대를 걸었다.

그는 “가치 저장 수단으로 금을 끌어안고 있는 것은 시대에 뒤처지는 행동”이라고 규정하면서 비트코인이 금보다 “백만 배 낫다”고 주장했다.

 

통화 공급량 증가

세일러는 올해 미국 정부가 긴급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기 위해 많은 양의 돈을 찍어내면서 통화 공급량이 빠르게 증가했고, 준비금을 달러로 보관하는 것에 대해 위기감을 느낀 경영자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 스트래터지도 현금으로 보관하고 있던 5억달러의 가치가 눈앞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보유금을 비트코인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세일러는 말했다.

“기업이 보관하고 있는 돈의 가치를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현금의 구매력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세일러는 지난 10여년 동안 현금과 당좌·보통예금, 양도성 예금증서, 단기금융펀드(MMF) 등을 포함하는 M2 통화 공급량이 5.5%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즉, 2011년부터 2020년 사이에 회사의 구매력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자본을 보유하는 데 드는 비용이 최소 5.5%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 코로나19로 경제가 타격을 입자, 당국이 대책을 내놓으면서 M2 공급량이 20% 급증했다. 기업들이 보유금의 가치를 지키는 데도 큰 차질이 생겼다. 이에 대해 세일러는 “세계에 있는 모든 현금 보유금, 또는 모든 보유금에 대한 자본 비용은 이제 20%가 됐다”고 강조했다.

M2 통화 공급량. 출처=세인트루이스 연준
M2 통화 공급량. 출처=세인트루이스 연준

사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준을 나타내는 핵심 소비자물가지수는 올해 조금 하락했다. 그러나 세일러는 핵심 소비자물가지수가 ‘의미 없는 수치’라고 주장했다.

핵심 소비자물가지수는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 서비스의 가격 수준을 나타내는데, 결국 이는 영원히 오르지 않을 수도 있는 지표라는 것이다.

그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 인플레이션이 높은 나라의 국민들은 통화 공급량이 증가하면 화폐의 구매력이 저하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면서, “유럽이나 미국에 사는 사람들은 잘 느끼지 못할 수 있겠지만, 이런 사실을 당연하게 여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언젠가는 모두가 깨닫는 날이 올 것”으로 내다봤다.

 

비트코인으로 전환

회사의 잉여 자본을 더 이상 달러로 보관해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세일러와 마이크로 스트래터지 경영진은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실체가 있는’ 대안을 찾아 나섰다. 세일러는 당시 부동산과 채권, 주식, 귀금속, 파생상품 및 암호화폐를 모두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이 중에서도 귀금속, 특히 금은 오랜 기간 동안 사랑받아 온 가치 저장 수단으로, 전 세계에서 희소성 있는 안전 자산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세일러의 생각은 다르다. 우선 그는 금이 희소성을 지닌 자산이라는 고정관념에 물음표를 던졌다.

“금은 원자재 중에 그 양이 가장 한정돼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생산이 가능한 자산이다.”

그는 또 금을 채굴하는 자들과 금에 투자하는 자들의 이해가 상충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상당히 우려했다. 한 쪽은 시장에 계속해서 금을 공급해야 수익이 나고, 다른 한 쪽은 금의 가격이 상승할 수 있도록, 최소한 금값이 내리지 않도록 공급량이 적은 수준에서 유지되길 바라는 현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세일러는 “금 채굴자들은 금 투자자들의 가장 큰 적”이라고 말하면서 “금 채굴자가 하고자 하는 것은, 금 투자자를 돕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금의 가치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세일러는 금이 가지는 가장 큰 문제는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으로 갈아타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 투자자들이 금보다 우월한 가치 저장 수단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 뿐, 이를 깨닫고 나면 누구나 금을 팔아치울 거라고 세일러는 말했다.

“새로운 것을 외면하는 것은 좋은 판단이 될 수 없으며, 앞으로 10년간 사람들이 게으르고 무지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판단도 현실성이 없는 만큼 올바르지 않다”

 

법정화폐와 멀어지기

세일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이번 대선의 결과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주식 시장의 상승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한 애널리스트의 평가를 언급하면서 앞으로 “가장 공격적인 통화 완화”가 추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앞으로도 투자자들은 애플이나 아마존과 같은 대형 우량주를 안전자산으로 취급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세일러는 이들이 “절박하게 지푸라기에 매달려 있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 주식이 기반을 두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퇴보의 길을 걷고 있는 법정화폐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주식이 제대로 된 가치 저장 수단이 되려면, 해당 기업이 자사 상품 가격을 통화 팽창 속도보다 빠르게 올릴 수 있거나, 이익률 상승 속도가 그보다 빨라야 한다.”

세일러의 관점에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업은 시장을 독점하는 기업 뿐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특정 기업이 시장을 무한대로 독점하는 상황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 또한 현실 가능성이 없다.

“결국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은 법정화폐에 기반을 두지 않고 무한대로 찍어낼 수 없는 것이어야 하는데, 지금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자산은 비트코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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