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스왑 홈페이지에서 판매하고 있는 유니삭스. 출처=유니스왑 홈페이지
유니스왑 홈페이지에서 판매하고 있는 유니삭스. 출처=유니스왑 홈페이지

블록체인 업계에는 기존 금융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이색적인 일들이 비교적 많이 벌어진다. 탈중앙화 암호화폐 거래소 유니스왑(Uniswap)는 자체 기획상품으로 내놨던 양말 유니삭스(Unisocks)를 최근 켤래당 5331달러(한화 약 623만원)에 팔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양말 중 하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유니스왑은 지난 17일 거버넌스 토큰인 유니(UNI)를 발행하면서 대규모 에어드롭(토큰 무료 증정)을 했다. 우선 올해 9월1일 전까지 한번이라도 유니스왑을 이용해 본 적이 있는 지갑마다 400유니가 지급됐다. 온체인 데이터 상 여기에 해당하는 지갑은 총 25만1534개다. 

여기에 2018년 한정 상품으로 판매했던 유니삭스를 구매한 이력이 있는 220개 지갑에는 1000유니를 추가로 지급했다. 유니스왑에 유동성 공급자로 참여한 이력이 있는 주소에도 1000유니가 추가 지급됐다. 

발행 직후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 글로벌 거래소에서 유니가 거래되기 시작하면서 디파이 커뮤니티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발행 첫날인 17일 코인마켓캡 기준 1.1달러 수준으로 거래되던 유니 가격이 19일에는 7.31달러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거래소 상장 후 최저가 기준으로 해도 지갑당 기본 400달러(한화 46만원)가 넘는 차액을 챙길 수 있는 '초호화' 에어드롭이었던 셈이다. 

유니 가격은 19일 이후 5일간 약 4달러선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1000유니 에어드롭 조건이었던 유니삭스 역시 유니 가격에 맞춰 유니스왑 홈페이지에서 판매되고 있다. 24일 오후 1시 기준 가격은 5352달러다.

유니스왑은 왜 이런 파격적인 에어드롭을 했을까.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빠르게 성장한 탈중앙화 거래소인 스시스왑(SushiSwap)을 이유로 지목했다. 스시스왑은 유니스왑을 하드포크(복사)해 만든 거래소인데, 유니스왑에는 없는 거버넌스 토큰을 일찌감치 발행해 이용자들에게 지급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블록체인 컨설팅 기업 엘립티(Ellipti) 차승훈 대표는 "유니스왑이 여러 지갑으로 에어드롭을 하면서 이틀만에 5만개가 넘는 지갑이 바로 유니토큰을 전송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면서 "스시스왑에 빼앗긴 사용자를 다시 되찾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탈중앙화 거래소의 가치는 거래소에 묶여있는 예치금(TVL)과 비례하는데, 이 지갑들이 '공짜'로 생긴 유니토큰을 가지고 유니스왑을 이용할 경우 유니스왑은 간단하게 거래소 TVL을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7일 7억5000만달러 수준이던 유니스왑의 TVL은 유니토큰 발행 이후 20억달러 이상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유니스왑 거래소에 묶여있는 예치금(TVL) 추이. 출처= 디파이 펄스(DEFI PULSE)
유니스왑 거래소에 묶여있는 예치금(TVL) 추이. 출처= 디파이 펄스(DEFI PULSE)

 

유니스왑은 이대로 탈중앙화 거래소의 최종 승자 자리를 굳힐 수 있을까. 아직은 알 수 없다. 김재원 테라 EiR(Entrepreneur in Residence)은 "유니스왑이 실질적인 이용자들에게 돌아가는 분배량을 늘리긴 했지만 여전히 40%의 토큰은 유니스왑 팀과 초기 투자자들에게 배당했다는 한계가 있다"면서 "더 많은 토큰을 이용자들에게 분배하는 탈중앙화 거래소 모델이 추가적으로 나올 수 있고 이용자들의 호응을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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