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횡령 ‘복마전’ 된 P2P, 옥석가리기가 시작됐다
금융위 ‘온투법’ 27일 시행
중금리 대출로 주목받았지만
연달아 사고 터지며 불신 늪
자기자본 5억·준법감시인 갖춰
1년안 등록 못하면 무더기 퇴출
연체율 16% 달해 부실 뇌관
신용위험 평가 등 제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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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다은 한겨레 기자
신다은 한겨레 기자 2020년 8월26일 19:00
출처=고윤결/한겨레
출처=고윤결/한겨레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차입자(빌리는 사람)와 투자자(빌려주는 사람)를 이어주는 개인 간 거래(P2P) 금융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온투법)이 27일 시행된다. 그동안 중금리 대출·투자시장을 개척해 주목받았지만, 최근 잇따른 사기·횡령 사건으로 피투피 금융업에 대한 불신이 고조된 상황에서 관련법 시행으로 업계 내 치열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정례회의를 열어 온투법의 주요 내용 및 시행 관련 주요 일정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대부업체를 자회사로 설립해 대부업법 적용을 받았던 피투피업체들은 27일부터 온투법에 따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로 분류된다. 피투피업체의 법적 명칭과 책임이 더욱 뚜렷해진 것이다. 업체들은 △자기자본 5억원 △상시 준법감시인 선임 △전산 인력과 설비 배치 △내부통제장치 마련 등의 요건을 충족해 2021년 8월까지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

 온투법은 피투피업체 감시 방안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우선 상품끼리 ‘돌려막기’를 방지하기 위해 아직 차입자에게 지급하지 않은 투자금을 은행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 맡기게 했다. 또 피투피업체의 대출채권 관리 및 추심 의무를 명확히 해 이를 소홀히 하는 업체가 투자자 손해를 일정 부분 배상하도록 정했다. 차입자 상환능력 평가 방법과 채무불이행 채권 추심 방안 등도 업체가 홈페이지에 전부 공개하도록 했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윤민섭 박사는 “지금까지 피투피 시장 진입장벽이 지나치게 낮다 보니 신뢰하기 어려운 업체들이 대거 들어왔는데 온투법을 계기로 이런 기업이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며 “등록 업체가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고 차입자 상환능력평가도 체계화하면 지금보다 시장이 훨씬 더 투명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선 유예기간(1년)이 끝나기 전까지 정식 등록을 마쳐야 하므로 이 과정을 통해 부실업체는 상당수 걸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준법감시인 선임을 마쳤다는 한 피투피업체 관계자는 “최근 사건사고가 너무 많아 법 안에서 사업하는 업체들이 피해를 많이 봤다”며 “중금리 대출 시장 발전을 위해 금융당국이 촘촘히 규제하는 건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대부업체’가 아닌 ‘국가에 등록된 피투피업체’로 활동할 수 있어 기관투자자 참여도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자금중개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면 법 제정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투피 금융 통계업체 ‘미드레이트’가 집계한 26일 기준 141개 피투피업체의 연체율(30일 이상)은 16.2%다. 허위대출 등 사기행각도 있었지만 차입자 상환능력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해 투자금을 날린 경우도 상당했다. 예를 들어 피투피업체 ‘와이프펀딩’은 지난달 인천시의 한 음식점 창업자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차입자의 사업장 보증금과 카드매출 통장 등에 질권설정을 해 투자금을 안전하게 보호하겠다”고 했지만 7개월 뒤 “업체가 폐업했고 월세와 관리비가 미납돼 수령할 수 있는 돈이 없다”고 공지했다. 차입자 담보자산을 제외한 상환능력 평가가 미흡했음을 알 수 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피투피가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대안 금융으로 자리잡으려면 개별 업체들이 신용위험 평가를 지금보다 더 체계화하고 공시 정보도 투자자가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식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허위 차입자를 내세워도 장부상으로는 잡아내기 어렵다”며 “비전문가인 투자자를 대신해 금융당국도 이런 부분을 촘촘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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