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컨센서스’의 아시아 프로그램은, 제한된 환경에서 코인데스크코리아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휘해 가용 자원을 최대한 그러모아 치러낸 이벤트였다. 한국 출연자는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하고, 외국 출연자는 원격으로 연결해 스튜디오 내 화면을 통해 연결하는, 기존 방송사 프로그램에서나 보던 이른바 ‘이원생중계’ 포맷을 구현해 5시간 넘게 영어로 진행하는 데 성공했다. 그전까지 우리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사람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시작은 코로나19였다. 원래는 오프라인 행사인 ‘컨센서스’가 열리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 코인데스크는 해마다 5월 뉴욕에서 세계 최대의 블록체인·암호화폐 이벤트 ‘컨센서스’를 개최한다. 이 시기에 맞춰 뉴욕엔 ‘블록체인 주간’이 선포되기도 한다. 그런데 올해 3월부터 뉴욕이 코로나19로 쑥대밭이 되면서 이 모든 것이 불가능해졌다. 본사를 뉴욕에 둔 코인데스크는 오프라인 행사를 포기했고, 24시간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분산형 컨센서스’를 기획했다. 재택근무 등 이유로 저마다 집에 머무는 업계 인사들과 전문가들, 그리고 코인데스크 기자들을 온라인으로 모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결국엔 참가자가 바뀌며 열리는 화상회의를 그대로 중계하는 아쉬운 형태였다.

 뉴욕 시각 오전 7시부터 방송을 기획한 코인데스크는 미국 서부까지 잠든 이후를 어떻게 할지도 고민해야 했다. 중국, 러시아, 영국의 주재기자들과 한국, 중국, 일본의 협력사들을 활용할 계획이었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적극적으로 유치에 나서면서, 한국은 전사회적인 방역 노력 덕에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일상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을 거점으로 아시아 지역 인사들을 초대하기로 해 4시간 반을 맡았고, 나중에 코인데스크차이나가 맡은 ‘중국 세션’ 1시간까지 떠맡게 돼 5시간 반이 됐다. 뉴욕 외에는 가장 긴 시간이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방송 스튜디오 예약이었다. ‘화상회의 중계’는 그다지 내키지 않았던데다, 다른 곳보다 일찍 실현된 일상의 회복을 과시하고픈 욕심도 있었다. 화상회의로 뉴욕·런던의 준비팀에 스튜디오 방송 계획을 알렸더니, 다들 감탄하며 “한국 밖에 그럴 수 있는 곳이 없다”고 했다. 한발 나아가 “당신들도 한국에 와서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지만, 오며가며 4주의 격리 기간 때문에 어렵다고들 했다.

5월12일 공덕동 한겨레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분산형 컨센서스'(Consensus: Distributed) 생중계 현장. 박재원 쟁글 이사, 김외현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장, 윤중흠 키인사이드 국제사업 총괄, 이병주 총괄팀장(왼쪽부터) 등 한국 출연진이 스튜디오에 자리한 가운데, 원격으로 연결된 오스트레일리아 라이븐페이의 그레이스 웡 대표의 모습이 TV에 비춰지고 있다. 코인데스크 생중계 화면 갈무리
5월12일 공덕동 한겨레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분산형 컨센서스'(Consensus: Distributed) 생중계 현장. 박재원 쟁글 이사, 김외현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장, 윤중흠 키인사이드 국제사업 총괄, 이병주 총괄팀장(왼쪽부터) 등 한국 출연진이 스튜디오에 자리한 가운데, 원격으로 연결된 오스트레일리아 라이븐페이의 그레이스 웡 대표의 모습이 TV에 비춰지고 있다. 코인데스크 생중계 화면 갈무리

 방송 당일엔 공덕동 한겨레TV 스튜디오에서 코인데스크코리아 팀이 사회를 맡는 동시에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한 외국 참가자 연결을 담당했고, 한겨레TV 팀이 촬영과 송출을 총괄했다. 그날 스튜디오에선 사회자 5명과 초청연사 6명이 참가했고, 미국, 중국,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원격 참가자는 26명이었다. 불분명한 이유로 연결이 끊긴 경우가 두어번 있었지만, 각각 15~20분 단위로 쪼개진 16개의 세션은 모두 큰 사고 없이 진행됐다. 행사가 끝난 뒤 코인데스크 본사와 협력사들로부터 “최고의 진행이었다”, “부러웠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열없기 그지없음에도 지난 일을 다시 꺼내 자랑처럼 늘어놓는 것은, 9월초 코인데스크코리아가 기획했던 ‘디지털자산박람회’(DAXPO)도 지난주 결국 온라인 전환의 운명을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준비한 행사를 열지 못하게 됐다는 안타까움도 크지만, 새로운 도전을 맞이한 설렘을 더 중요하게 여기려 한다. 이것이 만약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우리의 새로운 일상이라면, 여러 관계자들이 행사를 통해 얻으려던 효과를 그에 맞춰 새로 조각하는 것도 결국 우리 몫일 테니까.

김외현 13년 동안 한겨레에서 정치부와 국제부 기자로 일했고, 코인데스크코리아 합류 직전엔 베이징특파원을 역임했습니다.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 환경을 경험했으며, 새로운 기술과 오래된 현실이 어우러지는 모습에 관심이 많습니다. 대학에서는 중국을, 대학원에서는 북한을 전공했습니다.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