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결제기업 다날이 만든 암호화폐 결제서비스 페이코인은 세븐일레븐, 씨유 편의점, 도미노피자 등에서 하루에 4천~5천건의 거래가 이뤄진다. 출처=유튜브
휴대전화 결제기업 다날이 만든 암호화폐 결제서비스 페이코인은 세븐일레븐, 씨유 편의점, 도미노피자 등에서 하루에 4천~5천건의 거래가 이뤄진다. 출처=유튜브

한국 정부는 지난 7월 22일 암호화폐 양도 차익에 기타소득으로 연 1회 22%를 분리과세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기재부는 코인데스크코리아의 추가 취재 과정에서 "결제 수단으로 암호화폐를 쓰는 경우에도 매매 차익이 발생하면 세금을 내야한다"고 밝혔다. 하루에도 여러 번씩 결제를 할 수 있지만, 거기서 발생하는 암호화폐 거래 차익에 대해서는 이용자가 스스로 1년 동안 건건이 기록을 한 뒤 세금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사용자 입장에서 암호화폐 결제는 상당히 부담스러워진다. 관련 서비스를 준비중인 블록체인 기업들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

정부가 내놓은 과세 정책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 4일 결제용 암호화폐 페이코인(PCI)을 운영하는 다날핀테크의 황용택 대표를 만났다. 지난해 4월 가맹점 550여곳으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페이코인은 최근 가맹점 수 6만곳과 가입자 수 50만명을 돌파했다. 6만개 가맹점 중에는 세븐일레븐, 도미노피자, BBQ치킨, 매드포갈릭, KFC, 신세계 SSG 페이 등 유명 브랜드들도 포함되어 있다. 때문에 한국에 사업자를 등록한 결제용 암호화폐 중에서는 가장 활용성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황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지난 1년 간의 성과를 소상히 밝히면서, 암호화폐를 이용한 간편결제 서비스가 기존 신용카드 체계에 비해 결제 비용은 낮고 소비자 효용은 높은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구하는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방침에, 시장 측면에서 '경쟁 압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암호화폐 매매에 대한 세금은 당연히 걷어야겠지만 결제 기업들도 살 수 있는 방안이 나왔으면 좋겠다"면서, 결제에 대한 '비과세' 필요성을 언급했다.

황용택 다날핀테크 대표. 출처=다날핀테크
황용택 다날핀테크 대표. 출처=다날핀테크

―다날핀테크는 국내에서 범용으로 쓸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다. 페이코인 출범 이후 경영 성과가 궁금하다.

=가맹점이 6만 개, 가입자 수는 어제 막 50만명을 돌파했다. 처음에는 서비스를 론칭하고 4개월 지나도록 10만명을 넘기기가 무척 어려웠는데, 점점 탄력을 받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에는 5만~6만 명 정도가 늘었고, 지난 주말에는 일요일 하루에 가입자가 1만5000명 증가했다. 저희가 제공하는 할인을 제외한 누적 결제액은 40억원 정도다.

―솔직히 생각했던 것보다 결제액이 적은데?

=초반에는 편의점 위주의 결제들이 많았다. 그래서 객단가(1회 결제 평균금액)가 많아야 4000~5000원 나왔다. 최근에 매드포갈릭, 도미노피자, BBQ 치킨 등과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객단가와 거래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번달은 한달 결제액이 10억원 정도다. 이번 연말까지 가입자 100만 명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주 이용자 층은 누구인가?

=저희도 예측 못했던 부분인데. 보통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이용자 층은 20대~30대 남성이다. 그런데 페이코인은 30~40대 주부들이 많이 쓰는걸로 나온다. 남녀 비율도 6:4 정도다. 페이코인이 할인 행사가 많다보니 알뜰 소비를 추구하는 분들이 유입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보통 암호화폐 간편결제 서비스는 가치 변동을 막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쓰거나 바로 법정통화로 변환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페이코인은 스테이블코인처럼 가치를 유지하는 장치 없이 거래소에 상장돼 가치가 계속 변하는 코인이다.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이해 못할 것 같다.

=그게 참 신기한데…(웃음). 가상자산 가치 변동에 대해 설명하면, 코인을 처음 사는 분들도 다 이해를 한다. 우선 저희 할인폭이 워낙 커서 잠깐 동안 가치 변동하는 부분이 그다지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한국 사람들이 해외 결제 할때도 실시간으로 환율 체크하고 그러는 경우가 잘 없지 않나. 그냥 사야할 물건이 있으면 가격을 확인하고 카드를 긁는 거지.

―할인을 얼마나 해주나.

=최근에 했던 BBQ 치킨 같은 경우는 앱으로 주문할때 50% 할인을 했다. 그런데 BBQ 쪽에서 TV 광고에 '페이코인으로 결제 시 50% 할인'이라는 문구를 자막으로 넣었다. 그 덕에 졸지에 TV 광고를 탄 첫번째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되어버렸다.(웃음)

―물건 값 50% 할인은 어떻게 가능한가.

=저희가 그 비용을 다 부담하지는 않는다. 콜라보를 하는 상대 곳에서 같이 부담한다. 작년에 서비스 시작할 때는 할인비용 부담이 5:5 정도였는데, 지금은 저희가 마케팅 효과가 높다는 게 어느정도 지표로 증명되면서, 상대 업체가 7, 우리는 3을 부담하는 계약이 많다. 많게는 8대 2까지 제시하는 기업들도 있다. 매드포갈릭 같은 경우는 가맹점 전체 매출이 20% 정도 늘었다. BBQ는 한달에 가입하는 고객이 4배 증가했다. 상대 업체 입장에서는 자기들 앱에 사용자 하나 가입시킬때 보통 4000~5000원 정도 써야 하니까 저희와 이벤트에 호의적인 편이다.

최근 방영된 한 TV 광고. 페이코인 결제 시 50% 할인을 적극적으로 노출시켰다. 출처=유튜브
최근 방영된 한 TV 광고. 페이코인 결제 시 50% 할인을 적극적으로 노출시켰다. 출처=유튜브

―모회사인 다날은 휴대폰 결제로 유명하다. 기존 결제 시장에 있다가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를 하면서 느끼는 차이점이 있을 것 같다.

=사실 다날 사업을 하다보니 기존 결제시장의 약점을 잘 알고있다. 가장 큰 고민은 수수료다. 신용카드나 휴대폰 결제는 지금 구조에서 수수료를 더 낮추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중간에 끼어있는 전자지불대행사(Payment Gate, PG)나 부가통신사업자(Value Added Network, VAN)들을 다 걷어낼 수 있다. 그럼 수수료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다날이 페이코인을 만들어서 들어온 이유가 거기에 있다.

―페이코인을 이용한 결제는 기존 신용카드 결제에 비해 어떤 이점이 있나.

=보통 신용카드 수수료가 2.2% 정도다. 여기에 중간 업자들이 얼마나 들어가느냐에 따라 수수료율이 7~8%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정산 기간은 10일 정도가 보통이고 한달에 한 번씩 정산하는 곳들도 흔하다. 반면, 저희는 가맹 수수료로 1%만 받는다. 정산은 결제일로부터 3일 후 원화로 지급한다. 가맹점들 입장에서는 매우 유리한 조건이다. 

―정산을 원화로 하나?

=페이코인과 판매자 사이에 다날이 끼어있다. 다날이 페이코인을 원화로 바꿔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원화가 아니라 코인으로 정산하면 가맹점에서 불안해할 수도 있으니까. 물론 가맹점에서 원하면 페이코인으로도 정산이 가능하다. 

―페이코인은 스테이블 코인이 아니라서 가격이 급격하게 바뀔 수 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그게 더 불안하지 않을까. 스테이블코인 콘셉트를 도입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

=처음 시작 때부터 저희는 국내 사업만 목표로 한 게 아니었다. 글로벌 시장, 우선 일본, 중국, 동남아 시장에 진출 예정인데 스테이블코인이면 들어가는 시장마다 각 나라에 맞는 코인을 만들어야 한다. 그럴 바에는 코인 하나로 승부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시장에 가격이 안정적이라는 믿음을 주게 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과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스테이블 코인이 아닌데 어떻게 가격이 안정적인가. 이미 페이코인은 400원대로 급등했다가 100원대로 떨어진 전력도 있다.

=맞다. 초기에는 코인 판매가격이 100원이었는데 상장하자마자 400원으로 올랐다가 100원 즈음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페이코인이 가맹점이 늘어나고 시장에서 실제 사용처와 수요를 만들어내면서 200원 정도의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사용처가 더 늘어나고 지금처럼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유지한다면 페이코인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코인 가치도 올라갈것이다. 그렇게 되면 물가상승률보다 페이코인의 가치 상승률이 약간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거라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다.

―탈중앙화 방식이 아니라 신뢰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업계 일각에서 나온 적이 있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저희는 목표가 뚜렷하다. 소비자에게 지금보다 더 낮은 가격에 더 좋은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탈중앙화 방식의 퍼블릭 블록체인이 아니라 결제 안정성이 있는 중앙집중형 방식의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선택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앞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신뢰(trust)의 싸움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거꾸로 생각해보자. 퍼블릭 코인들도 코인 판매한 뒤 약속 안 지키고 잠적하는 '먹튀'가 많지 않았나. 페이코인은 모회사인 다날이 코스닥 상장사다. 모회사에서도 다날의 미래는 페이코인이라는 얘기들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분위기다. 모회사를 망하게 하겠다고 작정하지 않는 이상, 저희는 도망을 갈 수 없다.(웃음) 

Q페이코인 앱 화면. 전용 앱에서 코인 구매와 전송, 결제를 한번에 할 수 있다. 오프라인 결제는 바코드 방식으로만 가능하다. 출처=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Q페이코인 앱 화면. 전용 앱에서 코인 구매와 전송, 결제를 한번에 할 수 있다. 오프라인 결제는 바코드 방식으로만 가능하다. 출처=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향후 사업계획이 궁금하다. 

=저희는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구체적인 전략은 어느 나라에 진출하느냐에 따라 달라질텐데, 기본적으로 페이코인을 해당 국가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하고 현지 결제업체와 제휴해서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려고 한다. 이미 몇몇 파트너들과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기재부 과세안을 보면, 암호화폐 결제의 경우에도 시세차익이 나면 양도세를 내도록 되어 있다. 이익을 본 사람이 직접 계산해서 다음해 5월에 신고해야 한다. 코인 공급자인 페이프로토콜이 뭔가를 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과세안이 시행되는 내년 10월부터는 코인으로 결제하는 사람이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 생각하나.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건 당연하다. 다만 우리보다 앞서서 가상자산 과세를 도입한 나라들을 보면 여러가지 경우로 나눠서 세금을 걷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암호화폐로 물건을 사는 것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다. 반면 투자 목적으로 쓰면 자본이득세(capital gains tax)를 걷는다. 이런 방향이 맞다고 본다. 

―기재부는 원칙적으로 과세할 뿐이라는 입장인데.

=몇해 전부터 정부가 자영업자들을 살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나. 단골로 거론되는 것이 신용카드 가맹 수수료다. 앞서 설명했듯 블록체인은 이 영역의 비용을 낮추는데 상당한 이점이 있다. 블록체인이 결제 영역 혁신을 통해 효용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그런 쪽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면 정부가 바라는 발전도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암호화폐 결제 기업들이 시장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방법을 모색해주면 좋겠다.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