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언스플래시
출처=언스플래시

매년 잊지 못할 날이 며칠씩 생긴다. 때로는 중대한 사건으로, 때로는 나쁜 일로, 또 때로는 사건을 둘러싼 시끌벅적한 소란으로 인해 우리의 기억에 남게 된다.

지난 15일이 그런 날이었다. 현 대통령과 전 대통령을 포함해 수많은 사람의 트위터 계정이 해킹을 당했다. 해킹의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주류 언론은 이것을 “비트코인 사기”라고 보도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해커는 자신의 월릿에 비트코인을 전송하는 사람 모두에게 그 두 배의 금액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사용했다. 사람들이 여기에 속아 넘어간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나 원래 뻔한 수법에도 걸려드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총 12만3천달러에 달하는 비트코인이 약 400건의 거래를 통해 전송되었다. 그중 일부는 전송량을 부풀리려고 해커 자신이 직접 전송했을 수도 있다. 그중 17건의 거래는 1천달러 이상의 금액을 전송했다. 금전적인 피해가 해킹 규모에 비하면 분명 작았지만, “비트코인 업계는 역시 사기꾼의 천국”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이번 일도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가기도 했다.

 

비트코인 금지

비트코인을 이번 기회에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까지 나타났다. 이들은 비트코인이 불법이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거라고 주장했다. 물론 무언가를 법적으로 금지한다고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고 반박하는 사람들도 나왔다. 이들은 심지어 법적으로 금지했을 때 감시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비트코인을 금지한다고 해서 비트코인 사용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으며, 비트코인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일로 많은 주류 투자자의 우려가 다시 한번 조명을 받았다. 바로 비트코인 관련 규제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비트코인 거래를 법적으로 금지할 수 있을까? 이러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중한 성향의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멀리하게 마련이다.

미국이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비트코인을 금지할 수는 없다. 미국 내 노드와 사용자들이 사라진다고 해도 분산 네트워크는 계속해서 유지될 것이다. 비트코인의 장점 중 하나가 한 국가에 속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미국에서 비트코인 보유와 거래를 법적으로 금지하면,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의 가치는 크게 훼손되고 가격에도 큰 충격이 가해질 것이다.

미국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미국에서 FATF에 암호화폐 서비스를 허용하는 정부를 처벌하도록 압박을 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괜한 우려다. 지난주 FATF는 암호화폐 자산 감독을 강화하고 글로벌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FATF에서 암호화폐 사용을 금지보다는 관리하고 감독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뜻이다.

트위터 해킹 사건 이후에도 워싱턴 정가에서는 비트코인보다는 플랫폼 중앙화에 관한 우려가 더 컸다. 실제로 트위터가 비트코인보다 훨씬 더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규제 당국이 비트코인을 금지하려 한다면, 언론이 앞다투어 사건을 보도하는 지금이 적기일 것이다. 지금까지 비트코인을 금지하지 않았다는 것은 비트코인을 수용한다는, 최소한 이미 널리 퍼진 비트코인을 인정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중앙화 서비스의 취약성에 더 큰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피해 금액도 해킹의 규모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이제는 대중이 사기 수법을 더 잘 간파한 덕분일 수도 있다. 또한, 일론 머스크, 조 바이든, 벤야민 네타냐후, 바락 오바마, 애플 등의 트위터 계정을 해킹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해커들이 비트코인만 요구했던 것에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이번 주 워싱턴 정가에서 비트코인에 관심이 많이 쏟아지지 않았다는 것은 비트코인에는 좋은 일이다. 특히 규제의 명확성을 바라는 전문 투자자들에게도 호재다. 비트코인을 단속하고 금지하라는 주장이 쏟아지지 않고 이번 일이 지나간다면, 규제 당국이 비트코인을 용인한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투명한 네트워크

트위터 해킹이 비트코인에 호재였던 또 다른 이유는 네트워크의 투명성이 돋보였다는 점이다.

블록체인 애널리스트들은 해킹이 발생한 후 몇 시간 내에 이미 해커의 히스토리와 편취한 자금의 이동을 추적하고 있었다.

의문의 월릿에 이름과 주소는 없지만, 거래는 누구나 볼 수 있고 숨기거나 되돌릴 수 없다. 디지털 법정화폐를 전송할 때는 이름과 주소를 볼 수 있지만, 자금의 이동 경로는 더 숨기기 쉽다. 또한, 드러나는 이름과 주소도 얼마든지 가짜로 속일 수 있다.

게다가 누구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유용한 정보를 찾을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주소와 거래를 각자 다르게 해석할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합의가 도출되고 법률의 집행이 용이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방법의 다양성과 더불어 포렌식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규제 당국에 비트코인 관련 범죄는 사회에 실질적인 피해를 주기 어렵다는 점을 직접 시연할 수도 있었다.

 

진짜 중요한 질문

주류 언론의 비트코인 관련 보도가 “브랜드 인지도”에는 좋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어쨌든 사기 사건에 비트코인이 연루되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다. 정치인들이 언론 보도에 관심을 가지기는 하겠지만, 지금까지 늘 그래 왔듯 다음 주 즈음에는 “비트코인 사기”라는 헤드라인이 주는 인상은 희미해질 것이다.

시장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비트코인 가격은 사건 전후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이제는 진짜 중요한 질문을 해야 할 때다. 비트코인이 검열하기 어려운 네트워크라는 점을 넘어서 어떻게 중앙에서 관리하는 트위터의 경우 취약점 한 곳을 공략한 해커 한 명이 그렇게 큰 영향력을 순식간에 확보할 수 있었는지와 같은 질문을 해야 한다.

이것이 블록체인이 암호화폐 자산을 넘어 더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시작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중앙화 플랫폼의 취약성에 관한 우려 증대는 시작일 뿐이다. 우리 사회를 뒷받침하는 중앙화 금융 시스템 내의 취약성에 관한 우려로 이어질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번 주는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가 번갈아 보도됐다. 기대를 웃돈 수익률은 경기 하락 예측으로 상쇄되었고,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신중한 태도로 돌아섰다. 몇몇 제약사에서 거둔 성과로 백신에 관한 기대감이 생겨났지만, 실험이 성공하더라도 백신이 실제로 보급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린다는 현실적인 시각이 들썩이려던 가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신규 확진자 수는 줄어든 지역도 있었지만, 늘어난 지역도 있었다.

S&P500은 다시 올해 초 수준에 육박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하면 7% 상승했다. 이제는 경제 전망에서 무엇이 빠져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도 무의미해 보인다.

출처=팩트셋
출처=팩트셋

비트코인은 이번 달까지 가격 상승이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다른 주요 지표나 자산과 비교해보면 올해 초보다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변동성 부족으로 거래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지만, 돌파구가 생겨나면 시세와 거래 패턴이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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