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머라이언. 출처=Holger Detje/pixabay
싱가포르 머라이언. 출처=Holger Detje/pixabay

1. 싱가포르 암호화폐 라이선스

싱가포르가 2019년 초 제정했던 지불서비스법(PSA, Payment Services Act)이 2020년 1월28일 시행되었습니다.

싱가포르의 금융당국인 MAS(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는 2019년 12월5일에 암호화폐를 포함한 가상자산이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우려하면서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조달방지(Prevention of Money Laundering and Countering the Financing of Terrorism)’에 관한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위 방안에서 싱가포르 정부는 전자지급 토큰(Digital Payment Token) 서비스 제공자들의 자금세탁방지(AML) 및 테러자금조달방지(CFT) 의무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적시하였습니다. PSA도 이러한 방안의 일환으로, 자금세탁과 관련하여 디지털 자산의 이동을 규제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암호화폐 또한 디지털 자산의 하나로 취급되며, 만약 PSA의 규제 취지에 암호화폐 발행이 해당하는 경우, 암호화폐 사업자도 AML 및 CFT 의무를 준수해야 합니다.

싱가포르 당국의 위와 같은 조치는 대한민국 정부가 규제하는 특정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상 암호화폐 자금세탁방지 의무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PSA는 사업을 하기 전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하는 7가지 종류의 지불 서비스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계좌발행, 국내송금, 해외송금, 상품구매, 전자화폐(e-money) 발행 서비스, 디지털결제 토큰, 환전 등입니다. 이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싱가포르 중앙은행과 MAS에 라이선스를 취득 신청해야 합니다.

이 라이선스는 환전 사업자(Money-changing Licensee), 일반 지급기관(Standard Payment Institution), 그리고 메이저 지급기관(Major Payment Institution)의 3단계로 나뉘어 있습니다. 환전 라이선스는 PSA 규율 대상 중 자금교환행위만 가능한 라이선스이고, 일반과 메이저 라이선스(동조 제5항)는 PSA가 규율하는 대상행위들을 모두 할 수 있는 라이선스입니다. 월 평균 거래량이 300만 싱가포르달러를 초과하거나, 싱가포르에서 발행한 가상화폐를 일 평균 500만 싱가포르달러를 초과하여 보유하고 있는 경우라면 메이저 라이선스가 필요합니다.

PSA 정의에 따르면 대부분의 암호화폐 관련 사업에 라이선스가 필요하다고 해석될 여지가 많습니다. 이 법의 규제 대상이 되는 전자지급 토큰이란, 기존 화폐는 아니지만, 거래를 위해 가치를 저장하는 전자적 수단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암호화폐와 같은 디지털 자산이 규제 대상으로 포섭됩니다. 특히 거래소와 같이 암호화폐 환전을 주 업무로 하는 업종은 반드시 라이선스가 필요합니다.

본 법률에 대하여 싱가포르 정부는 5월11일 추가적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자금세탁방지와 관련한 강화된 국제적 의무가 이 라이선스의 배경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2019년 발표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권고안을 시작으로 전세계적으로 AML/CFT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암호화폐 관련 프로젝트들이 주로 싱가포르에 위치한 만큼, 각 프로젝트들의 면밀한 사전 점검이 요구됩니다.

 

2. 싱가포르, 암호화폐 소득세 과세

비트코인이 유력한 대체자산으로 부상한 이후,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 이슈는 항상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암호화폐는 물리적인 실체가 있는 물건도 아니고, 그렇다고 법적인 권리가 있는 채권이라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어쨌거나 암호화폐는 자산의 저장 수단으로 통용되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세금을 부과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도 암호화폐에 대해 과세한다는 기본 방침을 올해 초 발표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모든 형태의 ICO(암호화폐공개)를 사실상 금지한다는 발표 이후 암호화폐 산업 억제 정책에 집중하면서도, 암호화폐로 발생하는 소득은 과세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과세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안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에 비해 싱가포르는 최근 암호화폐 소득세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과세 방안을 공개하였습니다. 지난 4월17일 싱가포르의 과세 당국인 IRAS(Inland Revenue Authority of Singapore)가 발표한 디지털 토큰에 관한 과세 가이드라인입니다. 이 가이드라인은 ICO 과세 방안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같은 지불형 토큰(Payment Token)이 관여된 거래는 물물거래에 준합니다. 따라서 물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불형 토큰을 수령한 자는 제공한 물품 또는 서비스의 가치에 비례하여 과세됩니다. 지불형 토큰 구입 자체는 과세 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나 지불형 토큰을 거래하여 발생한 이득이 있다면 과세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만약 영업을 목적으로 채굴하여 지불형 토큰을 취득했다면 과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단, 에어드롭이나 하드 포크를 통해 무료로 취득한 지불형 토큰은 과세 대상이 아닙니다.

한편 유틸리티 토큰(Utility Token)은 선불지급수단처럼 취급됩니다. 향후 거래할 물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미리 지급한 것으로 본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거래 그 자체로는 소득세가 과세되지 않습니다. 유틸리티 토큰은 주로 향후 발생할 서비스에 대한 권리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은 일반적으로 지분 또는 채무에 해당합니다. 증권형 토큰을 소유함으로써 발생하는 배당 또는 이자는 과세 대상입니다. 지분형 토큰 처분의 경우에는 해당 지분이 전통적 의미에서의 자산 또는 자본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과세 여부가 달라집니다.

과세 가이드라인은 특히 ICO에 대한 구체적인 과세 방안을 담고 있습니다. 지불형 토큰을 ICO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물건의 매출에 해당한다고 해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지불형 토큰을 발행한 회사가 해당 매출에 대해 과세됩니다. 다만 지불형 토큰이 일률적인 형태를 띠고 있지는 않으므로, 전형적인 형태의 지불형 토큰인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은 제안하고 있습니다. 유틸리티 토큰의 경우 지연된 매출로 인식됩니다. 따라서 ICO 자체만으로 과세되지는 않으며, 차후 서비스를 제공할 때 비로소 매출이 발생했다고 인식됩니다. 증권형 토큰의 경우에는 전통적 의미에서의 지분(주식 등) 또는 채무 발행과 동일합니다.

예정되었던 서비스가 출시하지 않는 등 ICO가 실패하는 경우에는, ICO 토큰을 제공하면서 수령했던 금원을 환불할 수 있으며, 이렇게 환불한 경우 회사는 과세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약 환불하지 않는다면, 토큰 종류에 따라 과세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설립자들을 위해 소위 파운더스 토큰(Founder’s tokens)을 남겨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외부에 공급하는 토큰 외에도 설립자나 어드바이저 등에게 제공하는 토큰 등이 그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설립자의 노무 제공 등의 대가로 토큰을 제공했다면 과세 대상입니다. 그러나 설립자가 회사에 자산 등을 제공한 경우, 그러한 자산을 표상하는 지분에 상응하는 토큰이 주어진다면 이러한 토큰은 매출이 아닌 자산으로 취급되어 비과세 됩니다. 만약 설립자 등이 락업이 걸린 토큰을 수령한다면, 해당 락업이 풀린 시점에서 비로소 과세 대상이 됩니다. 과세액은 락업이 풀린 시점에서의 토큰 가치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이드라인은 보다 원활한 과세를 위해 세무 기장을 확실히 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ICO의 경우, 구체적인 거래 내역을 잘 기록해 놓아야 불필요한 과세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습니다.

 

3. 싱가포르 제도를 주의 깊게 봐야

싱가포르는 선진화된 금융 인프라와 개방적인 규제를 바탕으로 암호화폐를 비롯한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선호하는 국가로 자리 잡았습니다. 간단한 조세체계와 낮은 법인세가 장점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점을 배경으로 특히 대한민국에 기반을 둔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상당수가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해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싱가포르는 그 어떤 국가보다도 신속하게 암호화폐 관련 규제를 제정하고 도입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싱가포르는 경제 사범을 철저하게 단속하는 국가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싱가포르에 진출하고자 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싱가포르의 변화된 규제에 따라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라이선스가 필요한지 여부를 우선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그동안 암호화폐는 세금과는 무관하다는 막연한 인식과 달리, 싱가포르는 적극적으로 암호화폐 거래에 대해 과세를 준비 중인 만큼,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도 현재 거래 현황을 철저히 확인하고 향후 세무 신고를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사진=권오훈 변호사 제공
사진=권오훈 변호사 제공

권오훈 변호사는 법무법인 오킴스의 파트너 변호사이며 오킴스 블록체인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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