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제공
출처=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제공

최근 기본소득 논쟁을 주도하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를 금융투자상품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22일 코인데스크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전환적 기술인 블록체인을 선점하기 위해 암호화폐의 금융상품화를 허용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다만 그는 블록체인 킬러앱이 나와 국민들이 효용을 먼저 경험으로 느껴야 암호화폐가 투기상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중 중심으로 논의되는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CBDC)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조정훈 의원은 하버드대학교 케네디 행정대학원에서 국제개발 석사 학위를 받고 세계은행에서 약 11년간 일했다. 그는 세계은행 팔레스타인 사무소 차석, 우즈베키스탄 사무소 대표 등을 역임하며 개발 지원과 분쟁 조율 등에 참여했다. 

21대 총선 전에는 블록체인에 관심이 많은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원장으로 주도한 싱크탱크 여시재에서 부원장으로 블록체인, 암호화폐 전문가들을 두루 만났다. 시대전환은 지난 2월 규제개혁 선언문에서 "가상자산 금기 정책을 폐기하는 등 4차 산업기술 기반의 정부개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ㅡ신기술인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양하다. 블록체인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
=블록체인은 21세기의 자동차 엔진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플레이 아웃'되는지 매우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국민이 모든 기술에 관심갖지는 않는다. 주목받는 이유는 전환적 기술이기 때문이다. 20세기 디젤 엔진이 달린 자동차가 나오면서 세상이 뒤집혀졌다. 그정도의 충격이 곧 올 거라 생각한다. 이미 모든 산업이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고 있다. 금융뿐만 아니라 정부, 중앙은행도 마찬가지다. 독점에서 분산, 공유로 나아가는 기술인 블록체인을 선점하는 사람이 세상의 변화를 선점할 가능성이 있다. 

ㅡ2017~2018년 비트코인 가격 폭등을 겪은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은 진흥하되, 암호화폐 투자는 막는다'는 기조를 가지고 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해서 보는 시각이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라 다 막을 수는 없다. 세계은행 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술도 못 먹는 금욕적인 곳이다. 그런데 술 등을 허용한 인근 지역에 가면 사우디 사람이 굉장히 많다. 이런 경계, 국경 없는 시대에서 한반도 영토만 막는다고 막히지 않는다. 뭘 지켜내려는지 모르겠다. 규제개혁과 네거티브 규제를 지향하는 시대전환은 가상화폐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ㅡ상임위원회가 산자위인데 어떤 블록체인, 암호화폐 정책을 구상하나? 
=중소기업들에 많은 기회가 갔으면 좋겠다. 내가 만난 벤처 사람들은 다 블록체인, 암호화폐 장착을 고민하더라. 우리나라가 기술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누구보다 빨리 이해하고 있고 여러 앱을 만들고 있는데, 암호화폐가 허용 안 되니깐 인센티브 문제에 부딪치고 있다. 암호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열어줘야 한다.

근데 금융상품화가 국민들에게 암호화폐가 하나의 투자수단으로 인식돼선 안 된다. 암호화폐, 블록체인이 가져오는 효용을 먼저 맛봐야 한다. 서비스와 앱이 나와야 한다.

많은 국민들이 이걸 이해하다 주식 시장까지 가면 최고일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주식에 대한 콘셉트는 안다. 그런데 우리는 암호화폐에 대해선 가격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밖에 모른다. 그러니 투기의 영역으로 가면 논리가 서지 않는다.

우리가 제도적으로 주식의 수익과 손해를 허용한 이유는 사회에 주는 부가가치를 인정해서다. 작은 기업이 상장해서 자본 조달하고, 기업을 키우고, 그게 사회 전체를 키운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꾸 암호화폐만 금융상품으로 가면 고스톱판이 될 수 있다. 이게 사회에 미치는 부가가치를 설명해야 한다. 그 후엔 국민들이 다 이해한다. 그게 없으니 (암호화폐 투자는) 불로소득이라고 느끼는 거다. 불로소득으로만 간주되면 과세만 엄청 때리고 허용이 안 될 수 있다. 국민적 공감대가 없이 특정 기술이 일부 사람들 만의 부 창출에 연결되면 이런 부작용은 항상 일어났다.

결국은 킬러 앱이 나와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블록체인은 이런 거구나. 카카오톡만큼 인기를 끌 수 있는 킬러앱이 나오면, 파생되는 암호화폐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될 거다. 국민들이 좋다고 생각하면 국회의원들은 촉이 좋아서 다 뛰어든다. 이거 해봤자 몇 사람만 좋아하고, 그 사람들의 후원금은 받지만 국민들에게 욕 먹을 거라면 하지 않는다. 암호화폐 주장하는 분들은 정당성이 아니라 이걸 둘러싼 기술이 우리 사회에 어떤 효용을 주는지를 만들어 가야 한다.

출처=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제공
출처=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제공

ㅡ페이스북의 '리브라(Libra)'는 민간기업이 세계화폐를 발행하겠다는 시도다. 암호화폐는 사실 '돈의 미래'라는 담론을 끌어낸다. 미래에 돈은 어떤 형태로 발행되고, 유통될 것이라고 보나?
=리브라는 근대 국가를 이루는 주권(Sovereignty)에 대한 도전이다. 허용 여부를 논쟁해야 한다. 다만, 논쟁 주체가 국가이다 보니, 주권을 훼손할 위험을 두려고 하지 않는다. 주권 체제가 무너지면 국제 질서가 다시 정글이 될 수 있다. 미국도 한 표, 태평양 섬 나라도 한 표인 이유는 모든 국가에 주권이 있어서다. 우리나라도 더 큰 나라와 일대일 동등한 위치에 놓이기 때문에 주권의 혜택국일 수 있다.

지금의 화폐 제도는 이 주권에 기반한다. 만원, 오만원이 의미있는 건 중앙은행의 보증이 있어서다. 중앙은행은 국가기관으로서 독점력이 있으니,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한국은행을 믿고 이 화폐로 물건을 사고판다. 근데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CBDC)를 꺼내 들면서 굉장히 재미있어졌다. 원래 암호화폐는 중앙은행을 필요 없게 만드는 건데, 중앙은행이 먼저 암호화폐를 들고 나온 거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이끌 것이냐, 따를 것이냐는 질문이 나온다. 과연 우리가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 있을까. 페이스북의 리브라와 카카오 클레이가 경쟁이 될까. 외국에 나가서 원화를 환전하면 얼마나 손해 보나. 환전도 잘 해주지 않는다. 리브라가 상용화된 후 경제규모와 사용자 숫자로 결정되면, 우리가 과연 '아래아 한글'만큼 지켜낼 수 있을까. 약간 회의적이다. 우리가 유럽을 휩쓸 수 있는 독일 정도만 되면 리브라를 열자고 할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인으로서 하는 얘기다.

ㅡ중국의 CBDC에 대해선 '빅브라더' 우려도 나온다.
=내가 돈 쓰는 걸 옆 사람이 알아야 하나. 이건 기술이 아니라 철학의 논쟁이다. 누가 무슨 돈을 어디서 얼마나 쓰는지에 CCTV가 더해지면 빅브라더의 잠재성이 완벽해진다. 영화 트루먼쇼처럼 모두가 TV로 다 보는 사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어차피 '현금없는 사회'로 가면 다 볼 수 있지 않나. 신용카드를 쓰면 소비패턴을 모두 알 수 있다.

ㅡ한국은행은 '한국은 신용카드 인프라가 잘 돼 있어 CBDC가 필요 없다'고 했다가, 최근 미국중국 중앙은행이 경쟁하다 보니 분위기가 바뀌었다.
=분산화할 거 아니라면 한국은행의 논점이 맞다. 신용카드 인프라가 워낙 잘 돼있으니 돈의 추적은 세계 최고급일 것이다. 근데 과연 한은이 자신들의 권위, 중앙성을 내려놓을까는 회의적이다.

차라리 우리나라가 아세안같은 블록을 빨리 만들어서 아시아 버전 리브라를 만들 수도 있다. 중국은 자기 화폐를 100% 밀 텐데, 일본과 합치면 경제규모가 될 수 있다. 그러려면 정부가 매우 크게 보고 대승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어차피 국가라는 의미와 기능은 작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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