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는 수십 년째 미국 달러가 사실상의 법정화폐로 통용됐다. 출처=셔터스톡
캄보디아에서는 수십 년째 미국 달러가 사실상의 법정화폐로 통용됐다. 출처=셔터스톡

캄보디아 중앙은행인 캄보디아국립은행(NBC)이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스템 '바콩 프로젝트(Project Bakong)'의 백서를 18일 공개했다.

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바콩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캄보디아국립은행은 이번 프로젝트를 캄보디아 화폐 리엘(KHR)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일종의 디지털화폐로 전환하는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리엘은 캄보디아의 공식 화폐임에도 결제 수단으로 거의 쓰이지 않는다. 대부분 지역에서 리엘보다 미국 달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캄보디아국립은행은 바콩 프로젝트가 QR코드나 모바일 앱으로 결제를 유도함으로써 기존 달러의 지배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바콩 프로젝트에는 하이퍼레저 이로하 블록체인이 사용되며 이를 통해 은행 계좌에 연결된 전자지갑 간 거래가 실시간으로 지원된다.

하이퍼레저 이로하는 허가형 블록체인으로 바콩 계좌와 전통적인 금융기관의 계좌를 연결하며, 분산원장에서의 거래를 기록하고, 기존과는 다른 해시 기반 합의 알고리듬을 이용한 블록 투표를 통해 합의에 도달한다. 모든 거래는 5초 이내로 처리한다.

“바콩 프로젝트는 초당 1~2천 건의 거래를 처리한다. 그러나 처리 속도는 기술 사양에 따라 다르다. 즉 프로젝트의 규모가 얼마든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바콩 프로젝트의 P2P(개인 간) 거래 방식은 거래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아 중앙 집중화된 형태에서 오는 청산소의 비효율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은행과 이용자 모두 분산원장 기술 플랫폼으로 옮겨오기 때문에 더는 이들 간에 상호연결성, 상호운용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 바콩 프로젝트 백서 중

 

준 디지털 화폐

캄보디아 정부는 그동안 법정화폐 기반의 바콩 프로젝트를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 프로젝트로 선뜻 명명하지 못했다. 대신 단순히 ‘블록체인 결제 시스템 프로젝트’라고 불러왔다. 바콩 프로젝트는 일반적인 CBDC 프로젝트와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용자가 현금 거래를 하려면 자신이 가진 리엘 화폐를 모두 바콩 계좌로 옮겨야 한다.

그럼에도 바콩 프로젝트는 전 세계 선진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CBDC 프로젝트와 맥을 같이 한다고 백서는 밝혔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으로서 캄보디아가 추진하는 CBDC 프로젝트는 선진국의 CBDC 프로젝트와 그 목적이 다르다고 분명히 밝혔다. 즉 선진국은 급격히 감소하는 현금 이용에 대한 대안으로 CBDC를 개발하지만, 캄보디아를 포함한 개도국은 CBDC를 이용해 금융 소외층에 대한 서비스를 늘리고 비효율적인 결제 시스템을 개선하며, 이를 통해 빈곤을 해소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개발도상국 가운데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화폐를 개발하는 곳은 캄보디아가 거의 유일하다.)

출처=Vincent Gerbouin/Pexels
출처=Vincent Gerbouin/Pexels

캄보디아는 현재 젊은 층 인구가 늘어나면서 각종 최신 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인구도 함께 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인구가 바콩 프로젝트의 성공을 견인할 것으로 백서는 전망했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으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도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캄보디아의 전자지갑 계정은 64%가 증가한 522만개에 이른다.

이렇게 해서 바콩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캄보디아국립은행은 수십 년째 지속된 미국 달러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통화정책의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은행 업계에서는 달러 축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달 캄보디아국립은행은 오는 8월 말까지 1달러, 2달러, 5달러짜리 지폐를 모두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바콩 프로젝트의 정식 출시일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백서에는 “2020년 초”라고만 언급돼 있지만, 백서를 6월 중순에 공개한 점을 고려하면, 조만간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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