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이 통제된 우한시 쇼핑몰. 출처=셔터스톡
출입이 통제된 우한시 쇼핑몰. 출처=셔터스톡

글쓴이 류웨이는 P2P 디지털 저축, 대출, 결제 네트워크 디파이너의 사업개발 총괄이다. 중국 우한에 살고 있다.

나와 내 가족의 삶은 중국의 설인 춘절을 기점으로 완전히 새롭게 바뀌었다. 나는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에 인접한 인구 700만 명의 도시 황강(黃岡)에 살고 있다. 두 달간의 봉쇄가 마침내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 나는 격리 기간 동안 배운 것에 대해, 특히 전 세계가 마주한 공중보건 위기와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이 어떻게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지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을 공유하고자 한다.

코로나19사태를 맞아 블록체인 커뮤니티의 결속력은 매우 돋보였다.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은 지방 당국과 힘을 합해 의료 정보를 모으고 보호하며, 의약품 공급망을 추적하고, 의료진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했다. 2월 첫 두 주에는 지역사회와 일선 의료진이 마주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베스트체인 테크놀로지(Vestchain Technology)와 알리페이(Alipay)를 포함한 회사들이 20개 넘는 블록체인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그 후, 중국 최대 배송업체 중 하나인 SF익스프레스(SF Express)도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코로나19 피해자들에게 물자를 배달하기 시작했다.

격리 기간 우한 인접 지역에서의 내 삶을 돌아보면 블록체인이 바이러스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이해하기가 좀 더 쉬울 것이다.

황강은 코로나19 진원지와 매우 가까운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국은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시행했다. 집 밖에 나가는 건 정말 필요한 일이 있을 때만 허락됐고, 외출할 수 있는 사람은 한 집에 한 명으로 제한됐다. 황강을 잇는 모든 도로가 봉쇄되었고, 경찰은 수시로 순찰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외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증상이 없다고 확인되고 적절한 기간 격리를 마친 사용자들에게 당국이 스캔할 수 있는 개인용 QR 코드를 부여했다. QR 코드에 녹색불이 들어오면 외출이 허용되었다. 반대로 빨간불이 들어올 때는 외출이 금지됐다.

집집마다 생필품을 사거나 외출하는 사람이 지정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나는 우리집 외출 담당이 아니었다. 그래서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7주 내내 한 번도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 안에 머물렀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많은 규제가 조금씩 풀리고 있지만, 아직 남아있는 규제도 있기 때문에 예전의 삶으로 온전히 돌아가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격리 기간 동안 나는 비교적 운이 좋은 편이었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 가족과 함께 살고 있어서 어렵고 힘든 시기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낼 수 있었다. 어머니는 춤을 추시면서 활기차게 생활하셨고, 내 어린 사촌은 (집 안에서) 여기저기 뛰어다닐 수 있었다. 이렇게 내 가족들은 코로나19가 정점을 찍을 때도 건강하고 활기차게 지냈다. 나를 포함해 가족 모두가 규제가 어서 풀리기를 바랐지만, 어쨌든 이번 격리 기간을 통해 가족의 관계가 좀 더 돈독해진 것 같다.

집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음에도, 나는 다행히 본업을 유지할 수 있었다. 탈중앙화된 모델에서 운용되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지난 몇 개월 동안 내가 경험했던 일을 이제는 미국에 있는 나의 동료들이 겪고 있다. 봉쇄가 시작되고 며칠이 지난 뒤 나는 본업에만 머무는 것은 충분치 않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블록체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개 큰 꿈을 품고 있지 않던가.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디파이(DeFi) 커뮤니티 내 다른 일원들과 온라인에서 이것저것 찾아보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번 위기는 블록체인과 스타트업 생태계에 강력한 협업 문화를 만들어냈다. 경제적,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은 블록체인 및 스타트업 업계를 이끄는 강력한 원동력이었다. 바이낸스 자선재단(Binance Charity Foundation)을 도우면서 병원에 필수적인 의무 보급품이 잘 전달되도록 하고, 이를 추적 및 기록하는 일을 하며 나는 깨달았다. 블록체인의 문화라고 할 수 있는 파괴적 혁신을 기반으로 우리는 커뮤니케이션과 결제 시스템을 매우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

자원봉사를 시작하고 몇 주 지나지 않아 하루에 수천 통씩 이메일이 왔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얼굴을 본 적도 없지만, 서로 믿고 의지하는 친구가 되었고 구호 단체에서 자선사업을 함께 하는 동료가 되었다. 우리는 대부분 위챗(WeChat)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응대했다. 우리는 블록체인 기술을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는데, 그 이유는 속도와 규모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는 위챗이 우리의 목적에 훨씬 효율적으로 부합했다. 우리의 미션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블록체인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블록체인은 하루하루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코로나19 위기에 맞서 수많은 개발자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고 생각한다. (블록체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자들이 쏟을 수 있는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아진 것도 그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공급망과 결제 시스템을 위한 블록체인

만약 이번 같은 일이 또다시 벌어진다면, 그때는 블록체인 인프라가 모든 준비를 갖춘 이후일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내가 한 일 중 많은 부분이 서로 일면식도 없는 당사자들 간에 서로 다른 시간대에 이뤄지는 결제의 처리였다. 이 과정에서 나는 좀 더 강력한 탈중앙화 금융 인프라가 있었다면 일이 훨씬 수월했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각국이 피해를 본 시민들에게 일회성 또는 반복적으로 보조금을 지불하고, 미국의 자동 어음교환 시스템(ACH)같은 기존 시스템을 기반으로 지불을 처리하는 방법이다. 일부 지원금은 종이 수표로 전달할 수도 있다. 많은 나라 시민들이 경제 보조금을 받으려고 몇 주를 기다린다는 소식을 여러 번 접하고 나니, 이번 기회에 각국 정부가 디파이 혁명에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이 더욱 간절해졌다.

디파이는 제대로 적용만 되면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인구도 가장 많지만,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의 숫자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하지만 중국 외에도 많은 나라가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에게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현재 코로나19의 새로운 진앙이 된 것으로 보이는 미국만 해도 은행 문턱을 아예 넘지 못해 계좌가 없거나 은행 서비스를 받더라도 상당히 제한된 서비스만 받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25%나 된다.

내일을 위한 디파이 플랫폼을 만드는 일을 하는 나는, 모든 재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길 원한다. 물론, 코로나19와 같은 사태는 다시는 발생해선 안 되겠지만 말이다. 머지않아 디파이가 자리를 잡으면, 정부 관료들이 그 기술을 적용해 경제 위기에 대비한 준비 태세를 더 튼튼하게 갖출 수 있을까?

후베이성의 위기가 물러가고 있는 지금도 나는 자원봉사를 계속하고 있다. 동료들과 내가 개발한 도구는 전 세계 어디든 바이러스 창궐 지역에 있는 병원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지금까지 집중해왔던 지역에서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리려 한다. 내 전문성이 다른 사람의 삶을 좀 더 안전하고 수월하게 해줄 수 있다면 나는 도와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황강 사람들은 이 바이러스가 얼마나 심각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블록체인 커뮤니티는 이 사실을 간파했고 강력한 대응책을 위해 협력했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이웃과 동료,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다시 얼굴을 맞댈 수 있을 때가 되어야 비로소 안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를 늦추는데 일조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는 자긍심도 확실히 느끼게 될 것이다.

이렇게 큰 규모의 전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는 협력과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방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블록체인 기술은 의료계와 지역사회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에서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 블록체인이 그렇듯 모든 사람도 각자 맡은 바 역할이 있다. 마스크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마스크를 만들고, 여분의 보호장비가 있는 사람은 그것을 기부하면 된다. 만약 이웃 증에 나이 든 노인이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있다면, 이들을 위해 대신 장을 봐주는 것도 훌륭한 일이다. 그리고 외출할 일이 없는 사람은 집에 머물면 된다. 집에 있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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