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코인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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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주요 암호화폐 시장이 12일 저녁(한국시각) 20~30% 폭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코인데스크 BPI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개당 5678달러까지 떨어져 24시간 전에 견줘 25% 하락세를 기록했다가 9시 현재 6000달러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더리움은 개당 135달러로 31.4% 떨어졌고, 리플은 26.7% 하락세를 기록중이다.

암호화폐 가격의 폭락세는 세계 증시와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같은 날 한국의 코스피는 3.87% 내린 1,834.33으로 장을 종료했다. 코스피는 장중 한때 5% 이상 폭락하면서 8년 5개월 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닥은 5.39% 하락 마감했다. 일본 증시의 닛케이255 지수는 전장보다 4.41% 내린 18,559.63으로 거래를 마쳤으며, 토픽스 지수도 4.13% 떨어졌다. 중국 증시도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가 각각 1.52%와 2.20% 떨어지는 등 아시아 증시 전체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유럽 증시도 개장과 함께 5% 이상 급락세를 보였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오전 9시 30분(그리니치표준시·GMT) 현재 전 거래일 대비 5.78% 하락한 5,536.95를 나타냈다. 이는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이전인 2016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도 6.52% 급락한 4,309.84에서 거래가 진행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 역시 6.65% 떨어진 9,744.68을 나타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스위스 등 다른 유럽 국가 증시도 비슷한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값은 차익 실현에 나선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세계 시장에서 금 현물 가격은 전날과 같은 온스당 1642달러를 기록했지만, 아시아 권역에서는 1630달러를 기록해 전날보다 2% 가까이 하락했다. 또다른 대표적인 안전자산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1일 10bp 상승한 0.89%를 기록했다.

암호화폐 전문 분석 기관 메사리의 상품 총괄 왕차오는 트위터에 “오늘 기관의 유동성 문제가 드러났다. 곰시장(약세장)에선 미국 국채도 금도 증시 폭락의 헷지(위험분산) 수단이 될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실제 전날 코로나19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대상 입국금지 조처로 촉발한 증시 폭락은 유동성 수요를 급증시켰다. 전날 미 증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140.85포인트(4.89%) 하락한 2,741.3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392.20포인트(4.70%) 내린 7,952.05에 각각 마감했다. 

블룸버그TV의 ‘블룸버그마켓’을 진행하는 조너슨 페로는 트위터에 “투자자들이 주식 상환과 마진콜(선물 가격 변화에 따른 증거금 납부 요구)로 현금 보유를 늘리고 있다. 시장 유동성이 얼어붙으면서 거래는 힘들어지고 있다”며 “저점에서 매수한다는 전제가 뒤집혔다”고 지적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도 유동성 조달원으로 보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암호화폐 투자사 갤럭시디지털의 마이클 노보그라츠 CEO는 트위터에서 지난 2월말 S&P 500 지수가 두자릿수 하락하고 비트코인도 13% 떨어지자,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비트코인은 어떻게 나쁜 자산에 대한 위험분산 수단에서 위험 자산이 됐는가? 상황이 아주 나빠지면, 지난주처럼 아주 나빠지면, 투자자들은 레버리지를 최저로 끌어내린다. 다른 곳에서 본 손실을 메우기 위해 수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실제 비트코인 선물시장도 노보그라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듯 보인다. 이후 2주 동안 미청산 계약(open interest)이나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비트코인 선물거래량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여왔다.

현재로서는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코로나19 사태가 완화 조짐이 없는 만큼 증시 하락세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비트코인 가격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음주 17~18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예정된 가운데, 미 연준이 이전에 단기 금리인하를 통해 유동성 공급을 도모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그러나 시장에는 금리를 더 낮춰도 경제 활동을 촉진시키지 못할 것이란 부정적 인식 퍼져있다. 이 때문에 금리인하는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글로벌 수요-공급 시스템이 위기에 처한 원인은 제도의 실패가 아닌 전염병의 대유행이라는 보건 위기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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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외현 기자 13년 동안 한겨레에서 정치부와 국제부 기자로 일했고, 코인데스크코리아 합류 직전엔 베이징특파원을 역임했습니다.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 환경을 경험했으며, 새로운 기술과 오래된 현실이 어우러지는 모습에 관심이 많습니다. 대학에서는 중국을, 대학원에서는 북한을 전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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