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번대학교 산하 연구소는 블록체인을 이용해 제품의 유통 과정을 추적하면 소매 업체들이 더 쉽고 효율적으로 공급망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출처=RFID 연구소
어번대학교 산하 연구소는 블록체인을 이용해 제품의 유통 과정을 추적하면 소매 업체들이 더 쉽고 효율적으로 공급망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출처=RFID 연구소

나이키(Nike)와 메이시스(Macy’s) 등 미국의 대표적인 소매, 유통 대기업이 공급망 데이터를 공유하고 관리하는 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시험한다.

미국 어번대학교(Auburn University) 산하 RFID 연구소는 지난 4일 백서를 공개하고 “나이키, 메이시스 등의 업체와 체인통합프로젝트(CHIP)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이들 업체는 시범적으로 일부 공급망을 하이퍼레저 패브릭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이키의 키즈 에어포스1 신발이나 마이클 코스의 코트 등 수많은 패션 제품의 유통 과정을 추적해본 결과 블록체인 기술은 연속으로 생성된 데이터를 공유하는 데 아주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RFID 연구소는 미국 유수의 유통업체와 함께 공급망 관리와 관련한 신기술을 실험, 적용하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꼽힌다. 이곳에서 블록체인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알란 굴리 선임 연구원은 그러나 “연구소가 분산원장기술을 다루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의 일로, 2018년부터 체인통합프로젝트를 시작해 본격적으로 각종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인통합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다수의 소매 업체는 이미 유통 단계마다 전파식별(RFID) 태그를 부착해 이를 통해 상품의 이동 과정을 추적한다. 예를 들어, 나이키의 모든 제품 상자에는 전파식별 태그가 부착돼 어디에, 얼마만큼의 재고가 남아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소매 업체마다 부착하는 태그 정보가 모두 달라서 데이터 호환성이 전혀 없는 게 문제”라고 굴리 연구원은 지적했다.

“업체별로 사용하는 언어가 제각각이다.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도 모두 다르다. 공통의 언어는 물론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의 플랫폼도 없다.”

RFID는 소매업체들이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와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이들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굴리 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연구 시간의 70%가 공통의 언어 구축에 투입될 정도로 플랫폼보다는 언어 생성에 더 많은 시간이 들었다. 그러나 다행히 연구실에 소속된 학생들의 도움으로 각기 다른 데이터 스트림을 벨기에 비영리단체 GS1이 개발한 EPCIS 표준으로 변환하는 번역 툴 개발에 성공했다.

굴리 연구원은 이어 “하이퍼레저 패브릭을 실행하면 훨씬 더 간단하지만, 아직 오류가 너무 많다”며, “실제로 하이퍼레저 패브릭을 적용해본 결과 시스템 초기 거래에서 너무 많은 오류가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플랫폼 최적화를 진행한 후에는 거래량이 6500%나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때 연구팀은 초당 거래 건수를 측정하는 대신 거래 건당 소요 시간을 측정했다. 그는 “블록체인은 아직 완전히 증명된 기술이 아니라는 걸 일찌감치 깨달은 셈”이라고 덧붙였다.

출처=RFID 연구소
출처=RFID 연구소

굴리 연구원은 블록체인을 공급망 관리 시스템에 활용한 다른 사례인 IBM 푸드트러스트(Food Trust)에 빗대, “체인통합프로젝트는 상품 하나하나의 구체적인 데이터를 다루기 때문에 푸드트러스트보다 훨씬 더 세세하고 복잡한 성격을 띤다”고 말했다. 푸드트러스트는 블록체인을 이용해 식품의 이력을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마지막 단계로 각 소매업체는 자체적으로 폐쇄형 개념증명 알고리듬을 운영할 수 있는 서로 다른 채널을 생성했다. 나이키는 수직형 통합 공급망을 갖고 있어 모두 내부적으로 운영이 가능했지만, 공급망의 통합성이 떨어지는 다른 브랜드는 기술 벤더 업체 등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개념증명 알고리듬을 적용해 이들 업체는 수천, 수만 개의 상품을 각 노드에 연결했다. 이후 모든 상품은 암호화를 거쳐 각 유통센터에 기록되었다. 나이키는 72575개의 제품을, 의류 브랜드 PVH와 콜스(Kohl’s) 백화점은 모두 3766개의 제품을 유통센터에 기록했다. 가장 복잡한 형태의 공급망을 운영하던 메이시스 백화점은 허만케이 유통센터, 메이시스 유통센터, 메이시스 매장 등 모두 세 곳의 유통 채널에 62개 제품을 기록했다.

그 결과 총 22만 2974개의 제품이 블록체인상에 기록되었다. 블록체인 공급망이 주류로 확대되려면 앞으로 훨씬 더 많은 제품이 기록돼야 한다.

“연구 결과에서 나타나듯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현재 우리가 원하는 부분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수십억 개의 모든 제품에 전자식별 태그를 부착해야 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 개발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 알란 굴리, RFID 연구소 블록체인 선임 연구원

RFID 연구소는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블록체인 관련 연구를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다. 분산원장기술의 효용 가치와 함께 RFID의 데이터 공유 시스템이 각 업체의 효율성 증진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특히 기존 시스템의 작은 변화로 수백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굴리 연구원은 공급망 관리 영역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지속적으로 활용되려면 서비스 공급 업체들이 기술 성장을 지원하면서 좀 더 긴밀한 네트워크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급망 관리 영역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생존 여부는 철저히 블록체인 기술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관여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공급망을 관리하는 업체가 점점 더 많이 생겨난다면, 관련 산업은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