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젠 에프코인 대표. 출처=코인데스크
장젠 에프코인 대표. 출처=코인데스크

이른바 ‘거래비용 채굴(trans-fee mining)’ 혹은 ‘트레이드마이닝’으로 불리는 수익 모델을 앞세웠다가 지난주 파산을 선언한 암호화폐 거래소 에프코인(FCoin)에 2018년 7월부터 비트코인이 부족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에프코인이 출범한 지 두 달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블록체인상 거래와 보안 분석 전문업체 펙실드(PeckShield)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에프코인의 비트코인 지갑에서 지난 2018년 7월 19일~8월 31일에 무려 1만 개가량의 비트코인이 빠져나갔다. 에프코인의 장젠 대표가 앞서 지난 17일 밝힌 치명적인 ‘데이터 오류’가 발생한 시점과 겹친다.

장젠 대표는 지난주 에프코인 부채가 자산보유고를 넘어섰다며 파산을 선언했다. 구체적으로는 1억 3천만 달러어치 비트코인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펙실드는 에프코인의 거래소 지갑 가운데 가장 큰 콜드월릿의 비트코인 거래를 분석했다. 주소가 ‘12rU7w’로 시작하는 지갑으로 2018년 6월에 개설된 지갑이다. 이 지갑을 드나든 비트코인을 분석해 펙실드는 에프코인과 관련 있는 비트코인 지갑 주소 33938개를 추려냈다. 핫월릿과 콜드월릿을 포함한 수치다. 이어 2018년 4월부터 현재까지 이 지갑에 든 비트코인 잔액의 총합을 계산했다.

에프코인 거래소 지갑에 든 비트코인 추이. 2018년 4월부터. 출처=펙실드
에프코인 거래소 지갑에 든 비트코인 추이. 2018년 4월부터. 출처=펙실드

위의 그래프를 보면 에프코인 지갑에 든 비트코인은 2018년 7월 19일 13272개로 치솟았다. 두 달 전인 2018년 5월, 론칭과 함께 ‘거래비용 채굴’ 모델을 선보인 뒤 수수료를 감면해주는 구조 덕분에 많은 관심이 쏠리면서 고객을 빠르게 확보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40여 일이 지난 8월 31일이 되면 에프코인의 지갑에 든 비트코인 개수는 3759개로 급감했다.

비트코인은 조금씩 늘어 2018년 11월 한때 7300개까지 채워졌지만, 다시 계속 빠져나가기를 거듭하면서 장 대표가 파산을 선언하기 직전에는 477개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에프코인는 2018년 7월부터 이미 자산 흐름상 문제를 안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새로운 모델을 앞세운 거래소로 각광받으며 거래량이 급증하던 시기에 이미 판도라의 상자가 덩달아 열린 것이다.” - 펙실드 보고서

 

빠져나간 비트코인 행방도 묘연

빠져나간 비트코인이 어디로 갔는지를 모두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가운데 3500여 개는 에프코인 지갑에서 다른 9개 암호화폐 거래소 지갑으로 전송됐다. 거래소끼리 비트코인을 주고받을 때는 100, 150, 200개씩 거래가 이뤄졌고, 에프코인에서 보낸 비트코인의 수신 지갑은 후오비(Huobi), 오케이엑스(OKEx), 바이낸스(Binance), 코인베이스(Coinbase), 비트파이넥스(Bitfinex) 등이 소유한 지갑이었다.

펙실드의 분석에 따르면 주소가 ‘12rU7w’로 시작하는 에프코인의 대표적인 콜드월릿에서 ‘19xHiA’, ‘1PFtrR’로 시작하는 주소로 각각 8009, 11107개씩 비트코인을 보냈고, 이 주소에서 다른 거래소의 지갑으로 총 3500여 개의 비트코인이 전송됐다.

위의 두 주소가 비트코인을 받은 쪽 거래소의 지갑인지, 에프코인 명의의 해당 거래소 수탁용 지갑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펙실드는 지갑이 누구 소유든 간에 비트코인이 정확히 100, 150개씩 묶어서 거래된 점으로 볼 때 일반 이용자의 인출 요청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거래소와 연관된 지갑으로 추정했다.

에프코인의 비트코인 지갑에서 다른 거래소 지갑으로 보낸 암호화폐 흐름. 출처=펙실드
에프코인의 비트코인 지갑에서 다른 거래소 지갑으로 보낸 암호화폐 흐름. 출처=펙실드

2018년 5월 ‘거래비용 채굴’ 모델을 선보이며 출범한 에프코인은 지난주 7천~1만 3천 개의 비트코인이 부족해 고객의 인출 요구를 더는 수용할 수 없다며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에프코인의 장젠 대표는 이에 대해 2018년에 거래소 시스템에서 발생한 데이터 오류 때문에 이용자들에게 거래 수수료를 정해진 것보다 훨씬 많이 환급하면서 자산이 빠져나갔다고 설명했다.

제대로 된 감사 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출범했던 에프코인은 이용자들이 추가로 더 많이 받은 수수료를 실제 자산으로 환전한 뒤 인출하는 것을 제대로 감지하거나 막지 못한 끝에 파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펙실드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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