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탈중앙 금융(DeFi, decnetralized finance)이 본격적으로 약진한 해로 기억될 만하다. 성장세는 올해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탈중앙 금융에 투입된 자산은 탈중앙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몇몇 큰손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중앙 금융은 탈중앙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이더리움 같은 플랫폼에서 '신뢰 없이'(trustless) 스마트계약에 따라 투명하게 운영되는 금융 프로토콜로 기존의 금융 상품을 완전히 바꿔놓을 새로운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가장 유명한 탈중앙 금융 프로토콜은 메이커다오(MakerDAO)다중담보대출 방식을 따르는 다이(DAI) 시스템이다. 이용자들은 이더(ETH)나 ERC-20 토큰을 담보로 맡기고 다이 토큰을 대출받을 수 있다. 담보로 맡기는 이더 가치의 2/3까지 대출받을 수 있으며, 이용자가 직접 스마트계약을 활용해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담보에 비례해 채무 형태로 발행되는 다이 토큰의 쓰임새 자체는 다른 암호화폐와 다르지 않다. 다른 사람에게 자유롭게 전송하고 물건이나 서비스를 이용한 뒤 대금을 치르는 데 쓸 수 있으며, 장기적인 가치 저장 형태로 저축할 수도 있다. 다이 토큰의 가치는 미국 달러화에 연동돼 있으므로, 이용자는 대출받은 토큰과 지급해야 할 대출 이자를 제외하고 원금의 가치가 떨어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메이커 프로토콜에 담보로 맡겨진 자산 총액.
메이커 프로토콜에 담보로 맡겨진 자산 총액.

디지털에셋 데이터의 자료에 따르면, 1월 17일 현재 메이커다오 프로토콜에 이용자들이 담보로 맡겨둔 자산의 가치는 4억 달러에 이른다. 다이 시스템에 담보로 보관된 이더 토큰의 개수도 역대 최고치인 250만 개나 된다. 이는 전체 이더 토큰 유통량의 2.2%에 해당한다.

메이커 프로토콜에 담보로 맡겨진 이더(ETH).
메이커 프로토콜에 담보로 맡겨진 이더(ETH).

탈중앙 금융 전체에서 유통되는 다이 토큰의 액수는 최근 5천만 달러어치까지 높아졌다. 매달 65%씩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여러 탈중앙 금융 프로토콜에 담보로 맡겨진 자산의 가치도 이달 초 8억 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236%나 급증한 수치다.

 

중앙화된 탈중앙 금융 시장?

분명 운영 원리와 방식은 탈중앙화된 시장이지만, 지난 1년간 담보부 대출을 신청한 자산 주소를 살펴보면, 의외로 몇 개 되지 않는 주소에서만 탈중앙 금융 시장을 이용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단일담보대출(Single-Collateral Sai)이라고 부르는 옛 메이커 프로토콜에서 발행한 다이 토큰은 약 15만 5천 개였다. 디지털에셋 데이터 데이터과학팀의 브랜든 앤더슨은 1월 15일을 기준으로, 이더를 0.05개(현재 시가로 약 1만 원) 이하로 맡겨두고 다이 토큰을 대출한 주소가 전체 개수의 77%라고 설명한다. 반면, 전체 이더 담보량의 27%인  17만 1천개의 이더는 한 계좌에 맡겨진 뒤 다이 토큰이 대출됐다.

메이커 프로토콜 담보부대출 현황. 자료=디지털에셋 데이터
메이커 프로토콜 담보부대출 현황. 자료=디지털에셋 데이터

지난해 11월 출범한 새로운 다중담보대출(Multi-Collateral Dai) 시장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중담보대출 프로토콜은 말 그대로 이더뿐 아니라 여러 암호화폐를 담보로 맡겨놓고 다이 토큰을 대출받을 수 있다. 대부분 주소에서는 소액 대출이 조회되지만, 이같은 소액 대출의 이더 담보량은 전체 4%에 불과하다. 반면, 전체 담보량의 15%, 8%에 해당하는 이더는 각각 동일한 주소에서 맡겨놓았다. 해당 주소 2곳으로부터 맡겨진 이더가 전체 4분의 1인 셈이다.

메이커 프로토콜 신규 다중담보대출 현황.
메이커 프로토콜 신규 다중담보대출 현황.

이처럼 거액을 담보로 맡긴 주소의 주인이 누군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메이커다오의 커뮤니케이션 담당 마이크 포카로는 코인데스크에 “메이커 프로토콜에서는 물론 메이커 재단도 따로 담보부 대출을 누가 얼마나 신청하는지 개인정보를 추적하거나 확인하지 않는다. 탈중앙 금융 시스템에서 이는 당연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소액을 맡겨놓고 소액을 대출해간 이용자 가운데 이더 1개 이상을 담보로 맡겨놓은 이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메이커 프로토콜이 성장을 거듭할수록 소액을 대출받은 이들이 프로토콜 사용을 늘리느냐 마느냐에 따라 자산의 집중화 정도가 달라질 것이다.” - 브랜든 앤더슨, 디지털에셋 데이터

물론 암호화폐 시장에서 ‘고래’로 불리는 대형 투자자의 존재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최대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자산 보유 현황을 보더라도 극소수의 고래에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인투더블록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가장 부유한 비트코인 지갑 2곳에는 각각 10만 개가 넘는 비트코인이 저장돼있다.

비트코인 자산 배분 현황. 자료=인투더블록
비트코인 자산 배분 현황. 자료=인투더블록

반면, 대부분의 지갑에는 비트코인이 10개 이하로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천 개 이상, 100만 개 이하가 든 지갑 개수도 2022개에 불과하다. 이 2022개 지갑에 전체 비트코인의 40%가 들어있다. 코인메트릭스는 비트코인 보유량 기준 상위 1천 개 지갑에 든 비트코인은 전체 비트코인의 34.8%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