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알나세르여단(al-Nasser Brigade)이 수백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지원받아 활동 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이스라엘 국제대테러연구소(ICT, International Institute for Counter-Terrorism)가 주장했다.

19일 예루살렘포스트(Jerusalem Post)가 ICT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가자지구 안팎에서 활동 중인 알나세르여단의 자금 일부는 해외에서 전송된 비트코인을 통해 마련된 것이라고 한다. 알나세르여단은 팔레스타인 인민저항위원회(PRC, Popular Resistance Committees) 소속 무장단체다.

보고서는 알나세르여단과 관계된 것으로 보이는 비트코인 지갑 주소의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최근 몇 년간 거래 규모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정황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4년간 해당 지갑에 기록된 거래는 4500건이 넘는다.

ICT는 알나세르여단이 국제 제재를 피해 자금의 출처를 숨기면서 받기 위해 비트코인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알나세르여단이 팔레스타인의 무장단체 하마스(Hamas)와 연관됐다고 보도했다.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해당 지갑에 전송된 비트코인은 3370개에 육박하며, 이를 현 시세로 환산하면 2900만 달러, 약 338억 원이다. 해당 지갑은 이슬람국립은행(Islamic National Bank)에 계좌를 보유했던 금융 웹사이트 ‘cash4ps’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슬람국립은행은 2010년 하마스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받아 미국 정부로부터 테러 조직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2월 비트코인의 부정 사용 사례를 수집해 공개하는 웹사이트 Bitcoin Abuse Database는 해당 지갑이 하마스와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테러 단체를 위한 자금 모금” 용도로 사용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팔레스타인 인민저항위원회는 2000년부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완전한 분리를 위해 싸워온 여러 무장 단체의 연합이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무장 정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민저항위원회는 알나세르여단의 세력을 등에 업고 가자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무장단체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미국은 인민저항위원회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다.

알나세르여단은 그동안 여러차례 이-팔 분쟁에 개입했다. 2006년 하마스 등의 이스라엘 군인 길라드 샬리트를 납치했을 때도 알나세르여단이 관여했다. 샬리트는 이후 2011년에 포로 교환 협정에 따라 석방됐다.

돈줄이 차단되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활용했다는 의심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이스라엘의 한 블록체인 분석업체는 하마스가 활동 자금을 모으기 위해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에 개설된 지갑을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도 불법 거래에 사용되는 비트코인의 규모가 수만 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에 가장 많은 돈을 대는 자금줄은 이란으로 추정된다. 이란은 하마스가 2006년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 뒤 매달 최대 2300만 달러의 자금을 공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친이란 성향의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퇴출을 요구하는 반군 세력을 하마스가 지지하면서, 이란은 지난 2013년부터 자금 지원을 대폭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ICT는 알나세르여단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매체 알바라크(al-Baraq)가 페이스북을 통해 “자원 부족과 지원 요청에 대한 이란의 거절”을 언급하며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알나세르여단의 자금 조달 노력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지난 1년간 시리아의 반정부 활동이 서서히 약화되기 시작하면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와 이란의 관계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실제 이란은 ‘공동의 적’ 이스라엘의 미사일 보유고에 대한 정보 수집을 하마스가 진행하는 조건으로 매달 하마스에 공급하는 금액을 3천만 달러로 늘렸다고 한다. 알나세르여단의 것으로 추정되는 비트코인 지갑에 마지막으로 거래가 기록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란과의 관계가 어느 정도 회복된 만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이 비트코인을 자금 조달 도구로 계속 활용할지는 확실치 않다.

세계 경제에서 고립된 팔레스타인에서는 무장단체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국경 간 거래에 암호화폐를 활용하고 있다. 앞서 코인데스크는 가자지구에서 해외 자선단체와 팔레스타인 기업 및 사업가 등을 위해 비트코인을 활용한 송금 업무를 대신해주는 딜러 업체가 20곳에 이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들이 매달 취급하는 금액은 500~600만 달러로 알려졌다. 당시 한 제보자는 하마스가 비트코인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비트코인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지도가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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