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Race for 2030 Currency Supremacy, the Dollar Is Its Own Worst Enemy
Eastman Johnson 작 "The Funding Bill"(1881), 출처=메트로폴리탄미술관

지난 100년간 전 세계 통화 경쟁에서 미국 달러가 확고하게 지켜온 우위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중국 인민폐(人民币, 위안화)는 달러의 지위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각국 중앙은행의 핵심 인사들이 지속 가능한 글로벌 통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암호화폐는 급진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2020년이 시작된 현재 달러는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강건한 모습이다. 지난해 12월30일을 기준으로, 미국 달러의 가치 지표는 지난 10년 사이 24% 상승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2조 달러를 추가로 풀고, 미국 국가 부채도 2배 이상 증가해 23조 달러가 되었는데도 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앙은행 외화보유고에서 미국 달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1월 1일부터 10년 동안 거의 변함없이 62%였다. 하지만 2000년대 말 몇몇 주류 경제학자들이 달러의 라이벌이 될 것으로 전망했던 유로화의 비중은 10년 전 26%에서 현재 20%로 오히려 줄었다.

일본 엔화는 1980년대에 달러를 잠시 위협했지만, 이제는 고작 5.4%를 차지하고 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100년간 전 세계 기축통화였던 영국 파운드화는 4.4%로 줄었고 브렉시트 여파로 더욱 힘을 잃었다.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룩했고 중국 정부가 무역·결제에서 인민폐 사용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전 세계 은행 외화보유고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2%에 지나지 않는다.

디지털 자산은 종종 화폐의 미래로 찬양받지만, 정부 발행 화폐와는 달리 거래 수단이나 투자 대상으로 고려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1330억 달러 정도로, 중앙은행들이 인민폐에 할당한 최소 요건 2180억 달러보다도 훨씬 낮다.

 

패권이 저문다?


그러나 달러의 패권은 분명 공격받고 있다. 여러 경제학자와 전 세계 정치 지도자들이 지금의 세계 통화 시스템과 금융 시스템은 지속 불가능하며 불공평하다고 주장한다.

미국 소비자들은 달러의 강세 덕분에 혜택을 누린다. 달러가 강하면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은 미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다른 나라들이 보조금을 주는 셈이다.

또 미국의 재정 적자는 매년 1조 달러를 넘어가지만, 달러로 표시된 자산의 국제적인 수요가 높게 유지되는 덕분에 국채의 금리를 낮게 유지할 수 있다. 정부, 기업, 가계의 부채는 계속 더 늘어나는데, 갑자기 대출 금리가 높아지면 부채를 갚기 어려워질 것이다.

머지않아 달러가 몰락할 수 있다는 예측이 꾸준히 나오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달러는 굳건히 그 자리를 지켰다.

1990년대 말 빌 클린턴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장을 역임한 브루킹스 연구소의 마틴 베일리 선임연구원은 이 상황을 양치기 소년에 비유하며 이렇게 꼬집었다.

“늑대가 항상 나타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 마틴 베일리

중앙은행 외화보유고에서 미국 달러가 차지하는 비율

 

지난 8월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의 마크 카니 총재는 달러의 굳건한 입지와 날로 커지는 변화에 대한 요구가 충돌하는 상황을 언급했다. 옥스포드 출신 경제학자인 카니 총재는 잉글랜드은행 부임 이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와 골드만삭스 임원으로 일했으며, 최고의 통화 전문가 사이에서도 영향력이 큰 인물로 평가받는다.

미국 연준이 주최한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연사로 나선 카니 총재는 달러의 강세가 신흥국에 불안정 요소로 작용할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저축 과잉을 야기해 인위적으로 금리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 입장에서는, 금리나 너무 높다는 불만을 서슴없이 내뱉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걱정해야 할 문제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과거에 금리가 매우 낮았던 사례들을 보면 전쟁이나 금융 위기, 통화 체제의 붕괴 등 위기 상황일 때가 많았다. 이대로 가만히 두면 취약성은 커질 것이다.” - 마크 카니, 잉글랜드은행 총재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카니 총재는 “중앙은행이 발행한 여러 디지털 화폐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이른바 종합적 패권 통화(SHC, synthetic hegemonic currency)를 만들면 달러를 대체할 수 있고, 국제 통화 시스템도 한층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디지털 화폐라는 개념은 매우 흥미롭다. 현재 세계의 준비통화(reserve currency)를 대체하지 못하게 막는 대표적인 장치가 네트워크로 인한 외부효과인데, 디지털 화폐가 도입되면 이 외부효과를 지워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 마크 카니

골드만삭스의 통화전략팀장 출신으로 지금은 데이터 업체 엑산테의 CEO인 젠스 노드비크는 “카니처럼 영향력 있는 인물이 디지털 화폐에 관해 진지하게 이야기했다는 것은 디지털 화폐가 터무니없는 개념이 아니라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100년간의 지배


달러는 영국 파운드가 빚더미에 허덕이던 20세기 초에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의 기축 통화로 부상했다. 앞서 19세기 초에는 네덜란드의 길더가 프랑스의 나폴레옹 황제의 침략을 받아 왕좌를 내줬다.

오늘날 전 세계 어디를 가든 달러가 있다. 세계 각지의 은행은 상업이나 결제에 달러를 사용하는 기업과 일반 고객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달러를 쌓아둔다. 중앙은행은 상업은행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달러와 미국 국채 등 달러 표시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국제결제은행(BIS, Bank of International Settlements)에 따르면 달러 표시 국제 차관은 2008년 9.5%에서 2018년 14%로 늘었다. 미국 국채는 현재 17조 달러 정도로 평가되며, 날로 가치가 상승해 세계에서 가장 큰 국채 시장을 구성하고 있다. 석유나 금 같은 원자재도 달러로 가격을 매긴다.

“달러 자산 시장은 가장 깊고 유동성이 큰 자산 시장이다.” – 에릭 위노그라드, 얼라이언스 번스타인 선임 경제학자

비트코인도 보통 달러로 가격을 매긴다. 미국 화폐에 가치가 연동되는 디지털 ‘스테이블코인’도 늘어나는 추세다. 페이스북이 발표한 디지털 자산 리브라는 가치를 연동할 통화바스켓의 절반을 달러로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도 달러의 대용이 될 수 있다. 이는 달러의 우세를 뒤집어보려는 노력의 일환일 수 있다. 현재는 미국 달러가 장악하고 있는 주요 화폐 지표에 위안화의 가치를 연동하려는 시도다.

“현재로서 위안화는 경주에 끼기 어렵다. 중국 정부가 무역용 화폐로 위안화를 밀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별 반응이 없다.” - 에드윈 트루먼, 피터슨 세계 경제 연구소 선임 연구원

20세기 초에 미국 경제가 영국을 따라잡은 뒤에도 달러가 준비통화로 파운드를 대체하기까지는 25년이 넘게 걸렸다. 하버드대학교의 제프리 프랑켈 교수는 그 이유로 ‘관성’을 꼽았다. 결제 수단을 변경하고 계약서를 새로 작성하기가 번거롭고 비용이 들기 때문에 ‘원래 하던 대로’ 기존의 준비통화를 쓰려는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세계 준비통화로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화폐에 관한 논의가 많다. 그러나 지난 10년을 생각해보면 실제로 달러를 대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 빌 애덤스, PNC 선임 국제 경제학자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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