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데스크코리아가 미국의 기술·언론 기업 피스컬노트(FiscalNote)와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의 블록체인·암호화폐 규제 동향을 소개하는 콘텐츠 ‘워싱턴브리핑 by Fintech Beat’를 주1회 발행합니다. 피스컬노트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통해 각종 정책 자료와 관련 기사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제공하는 IT 서비스 기업으로, 산하 매체인 씨큐앤롤콜(CQ and Roll Call)이 엄선한 미국의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콘텐츠를 코인데스크코리아에 제공합니다.


중국, 암호화폐 규제에서 미국 앞지를까?


중국 정부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을 통해) 디지털 위안화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늦어도 내년 안에 디지털 위안화가 출시되고 나면, 중국 소비자들은 알리바바나 텐센트와 같은 플랫폼에서 재화 및 서비스를 구매한 값을 디지털 위안화로 치를 수 있게 된다. 계획대로 출시된다면 중국 법정화폐인 위안화의 위상은 전 세계적으로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은 여전히 암호화폐를 어떻게 규제할지를 둘러싼 논쟁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의회는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를 규탄하고 저지하는 데 온 힘을 다 쏟은 듯하고, 트럼프 행정부도 암호화폐를 회의적인 눈빛으로 경계하거나 가상화폐 전반을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데 목소리를 높였지만, 뚜렷한 원칙과 계획을 세우고 사안에 접근하지 못했다. 그 결과 미국 규제 당국은 암호화폐 규제의 기본적인 틀조차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암호화폐 기업이 미국에 진출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법을 어기지 않고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할 수 있을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애널리스트 로슬린 레이튼은 지난달 24일 포브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명확한 규제가 없어서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다 고전하고 있는 암호화폐 기업이 한둘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사실 리브라는 백서를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실험 단계의 실험이다. 그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마련해놓고 직원까지 고용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해온 암호화폐 기업들이 미국에서 분명하지 않은 규제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사례가 많다. 제대로 된 정책을 바탕으로 한 원칙을 바로 세우지 않는 한 기술을 통한 성장이나 혁신은 기대할 수 없다. 당장 기업들이 불법 업체로 몰려 엄청난 벌금을 물고 파산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누가 미국에서 사업을 하려 하겠는가?” - 로슬린 레이튼, 포브스 기고문

 

“뒤처질지 모른다”


암호화폐 관련 규제를 세세하게 마련하기는커녕 기본적인 틀도 못 잡고 있는 미국의 상황을 보면서 레이튼뿐 아니라 여러 시장전문가는 미국이 중국에 암호화폐 산업에서 뒤처질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유럽연합보다 제대로 된 포괄적인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만들지 못했던 선례가 재현될 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이 조만간 포괄적인 암호화폐 규제를 마련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부터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고,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도 이와 비슷한 부정적 견해를 주로 내놓았다. 이런 기류가 바뀌지 않는 한 주도적인 규제가 확립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가상화폐를 담당하는 의회 상임위 소속 의원들은 페이스북의 리브라를 규제하는 데 가용 자원을 대부분 쏟아부었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가 지난달 마크 저커버그를 증인으로 세운 청문회에서 강도 높은 질문 세례를 퍼부은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내년은 백악관과 의회의 주인을 모두 새로 뽑는 선거의 해인 만큼 굵직굵직한 정책을 세우기 위해 논의할 시간이 많지 않다.


 

기본적인 규제 방향도 정하지 못한 미국


규제를 확립하는 속도가 느려서 문제이기 전에 방향조차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암호화폐라는 자산을 증권으로 분류해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감독과 규제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Securities Commissions)의 애슐리 알더 회장은 “소위 스테이블코인으로 불리는 자산의 특징을 보면 증권 당국이 감독하는 증권의 특징과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반대로 디지털 자산에 적용해 규제하기에는 현행 미국 증권법이 너무 낡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화당의 마이크 라운즈 상원의원은 지난달 리브라연합에 회원사로 참여하는 기업에 보낸 편지에서 이 점을 지적했다.

“암호화폐가 증권인지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수단이 없다.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한 법적 근거는 모두 1933년에 만들어진 증권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법은 컴퓨터와 인터넷이 나오기도 전에 만들어진, 반세기도 더 된 법이다. 하와이가 미국에 합류하기 20년도 더 전에, 제트 엔진이 개발되기 10년 전에 쓰였다. 당시는 미국 농촌 지역의 90%에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시기다.”

 


오피오이드와 자꾸 엮이는 암호화폐


지난 몇 년 사이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opioid) 남용과 중독 문제는 미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그런데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나 다크웹과 연루돼 신원을 숨기고 결제할 수 있는 암호화폐가 오피오이드 유통과 불법 처방에 악용되는 사례가 미국 마약단속국(U.S. DEA, Drug Enforcement Agency)에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760억 달러(88조 원) 규모의 마약류가 불법으로 유통·거래된다고 마약단속국은 밝혔다. 최근 들어 암호화폐가 결제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불법 거래가 활발해지고 단속도 어려워졌다.

애리조나주 경찰청 소속으로 암호화폐 관련 범죄 수사 전문가인 조슈아 리 경사는 “최근 들어 범죄가 훨씬 더 잦아졌다”며 “범인들이 다크웹에서 거래를 진행하면 단속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단속은 더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규제 당국 설득해야 하는 암호화폐 업계에는 악재


암호화폐가 마약 밀수나 오피오이드 불법 유통에 악용되는 사례가 자꾸 적발될수록 가뜩이나 가상화폐 전반을 마뜩잖게 바라보는 미국 사법 당국과 워싱턴 정가의 암호화폐를 향한 시선은 더 차가워질 수밖에 없다. 암호화폐가 범죄에 악용되는 수단이라는 인식이 굳어지면, 규제 당국으로서는 강력하게 규제하는 것 외에 선택지가 줄어든다.

오피오이드 중독 사태는 민주-공화 양당이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몇 안 되는 주제 가운데 하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 매년 약물 남용으로 사망하는 사람 7만 명 가운데 2/3 이상이 오피오이드 계열 약물 중독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매일 100명 넘는 사람이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목숨을 잃는 셈이다.

 


하원 농업위원회, CFTC 디지털 상품 규제 권한 강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미국 하원에서 상품을 관장하는 농업위원회 소관이다. 농업위원회가 지난달 31일 디지털 상품에 대한 CFTC의 규제·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조항을 포함한 법안 초안을 발의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암호화폐 기반 파생상품 관련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신고 지침을 만들고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토대로 파생상품 시장을 감독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해당 조항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 권한을 갱신하는 법안에 포함됐다. CFTC의 전략을 정하고, 필요한 예산을 규정하는 것이 법안의 목표이기도 하다. 이제 초안이 발의된 법안은 하원 전체회의와 상원 전체회의를 통과한 뒤 대통령이 서명하면 법안으로 제정돼 발효된다.

 

리브라만 바라본 금융위원회와 다른 행보?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와 상원 금융위원회는 지난 몇 달간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에만 매달렸다. 이런 가운데 하원 농업위원회가 암호화폐가 위원회가 관장하는 업무인 파생상품에 미치는 영향을 효과적으로 감독하기 위해 담당 기관인 CFTC를 통해 규제를 확립하고자 한 것이다. 초안이 발의된 상태에서 법안이 얼마나 지지를 받을지, 통과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를 예상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암호화폐 분야에서 파생상품 규제는 가장 중요한 규제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말말말


“지금은 의회가 암호화폐 전반을 아우르는 시각으로 디지털 통화를 규제하기 위해 나서야 할 때다. 이번 조항은 암호화폐 파생상품 시장의 변화를 이해하고 규제에 반영해 시장조작을 예방하고 금융 사기를 근절하기 위해 정말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 션 패트릭 말로니(민주, 뉴욕) 하원의원, 법안 대표발의자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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