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데스크코리아가 미국의 기술·언론 기업 피스컬노트(FiscalNote)와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의 블록체인·암호화폐 규제 동향을 소개하는 콘텐츠 ‘워싱턴브리핑 by Fintech Beat’를 주1회 발행합니다. 피스컬노트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통해 각종 정책 자료와 관련 기사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제공하는 IT 서비스 기업으로, 산하 매체인 씨큐앤롤콜(CQ and Roll Call)이 엄선한 미국의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콘텐츠를 코인데스크코리아에 제공합니다.


“블록체인 진흥” 시진핑 주석 발언에 너무도 조용한 워싱턴 정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중국이 이 분야를 선도해 나가자고 공식 석상에서 발언한 여파는 상당히 컸다.


시 주석은 지난주 블록체인 분야에서 “기본 연구를 탄탄히 하고 혁신 역량을 높여 중국이 관련 기술과 산업 전반을 이끌어나가자”고 말했다. 이튿날 중국의 입법부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암호화 기술 전반을 규제하는 암호법(密码法)을 제정했다. 또 그전까지 내림세를 보이던 비트코인 가격이 주말 동안 폭등해 한때 개당 1만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주말 내내 암호화폐 전문가들에게는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시 주석의 발언에 대해 거의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행정부는 물론 의회도 별다른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무역 분쟁 탓?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규제 기관의 고위 관리들은 이미 여러 차례 암호화폐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은 여전히 무역과 관련한 여러 분야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무역 분쟁 당사국이 상대방 국가 지도자의 발언에 일일이 공식적인 논평을 내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당장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은 의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의원들 사이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반중(反中) 기류가 고조된 상태다. 미국 의회는 지난해 중국을 직접 겨냥한 법안을 150건이나 발의했다. 시 주석이 직접 블록체인을 언급한 만큼 미국 의회는 블록체인에 관한 법을 제정 또는 개정하는 방식으로 시 주석의 발언에 간접적으로 답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다른 접근법


중국 같은 나라는 정부가 투자를 직접 지시하고 주도한다. 시진핑 주석의 말 한마디가 곧 기업과 경제 전체가 받아들여야 하는 기술 표준이자 원칙이 된다. 미국은 민간 기업이 산업 분야를 주도하는 나라인 만큼 블록체인 기술을 이끄는 것도 기본적으로 기업의 몫이다. 정부의 역할은 규제에 집중된다. 미국 기업은 정부가 지나친 규제로 기술 개발 자체를 억누르지 않도록 규제 당국을 설득하는 데 공을 들인다.

블록체인 기술로 국한하면 미국 정부 당국은 대체로 기술을 지원해왔다. 이미 여러 주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을 승인하고 적극적으로 도입하고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의회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장려하는 법안이 여러 건 발의됐다. 하지만 암호화폐로 주제를 바꾸면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다. 여러 의원은 물론이고 트럼프 대통령까지 암호화폐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암호화폐는 경제 안정성을 해치고, 미국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위협하는 위협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암호화폐를 규제하는 다양한 법안이 발의됐다.


중국 정부는 정부의 막강한 권한을 아낌없이 행사했다. 중국 내에서 암호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한 중국은 블록체인 기술은 오히려 장려하고 있으며,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법정화폐 인민폐를 디지털 토큰으로 만든 디지털 위안화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워싱턴에서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까?


지난 23일 마크 저커버그가 증인으로 나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청문회는 리브라에 대한 질문 공세가 주를 이뤘지만, 좀 더 넓게는 페이스북을 향한 워싱턴 정가의 뿌리 깊은 불신이 고스란히 드러난 자리이기도 했다. 빌 캐시디(공화, 루이지애나) 상원의원이 청문회 당일 한 인터뷰에서도 이 점이 잘 드러난다.
“마크 저커버그를 조금도 믿을 수 없다. 리브라도 페이스북이 지금껏 미국 사회와 이 세상에 끼쳐온 수많은 해악의 새로운 버전으로 보일 뿐이다. 이는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이 다 정확히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 빌 캐시디 상원의원

예견됐던 치열한 6시간, 더욱 험난할 미래


워싱턴 정가에서는 청문회 내내 저커버그가 답하기 난처한 질문이 끊임없이 쏟아질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청문회가 시작되자 의원들은 리브라가 소비자는 물론 미국 경제, 사회, 정부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저커버그를 몰아세웠다. 저커버그는 준비한 대로 최선을 다해 답변에 임했지만, 리브라를 향한 우려와 페이스북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덜어내기에 6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16년 대선 때 페이스북 이용자 87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외부 세력이 선거에 개입할 빌미를 제공했다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로 페이스북의 신뢰는 특히 워싱턴에서 이미 바닥에 떨어졌다. 리브라 백서를 발표한 뒤 규제 당국의 반발이 거세자 페이스북은 부랴부랴 로비스트를 대거 보강하고 저커버그 본인이 직접 워싱턴을 여러 차례 찾아 주요 인사들을 만났다. 그러나 페이스북과 리브라에 대한 반대 여론이 워낙 거센 만큼 설사 이를 지지하는 정치인이 있더라도 당장은 목소리를 내는 대신 사태를 좀 더 지켜보는 모습이다.


 

“암호화폐 반대” 일변도 워싱턴 향한 블록체인 업계의 우려


저커버그가 진땀을 뺀 의회 청문회 이후 페이스북의 리브라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워싱턴 정가가 암호화폐를 지나치게 배척하고 반대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암호화폐 업계 내에서 나왔다. 몇몇 주요 발언을 정리했다.
“리브라연합 모임 전에 의원들이 직접 회원사 CEO에게 편지를 보내 연합 탈퇴를 종용했다. 이렇게 새로운 기술을 억압하는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낼 때마다 결국 기업들은 미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자본과 기회를 찾으려 할 것이다.” - 클라크 폰다, 블록체인 옹호협회 공동창립자

블록체인 기업들을 위한 로비단체인 블록체인 협회도 암호화폐에 너무나 적대적인 기류에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이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선도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리브라는 수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리브라 프로젝트의 운명보다 미국이 과연 블록체인 산업에서 어떤 지위를 차지하게 될지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블록체인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기 어렵다. 더구나 리브라가 닻을 올리기도 한참 전에 국회의원이 직접 나서 회사들을 압박하는 상황에서는 아예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자체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기류가 기업들 사이에서 퍼질 수 있다.” - 크리스틴 스미스, 블록체인협회장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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